주요 실명 원인 중 하나인 ‘녹내장’. 서서히 진행하는 퇴행성 시신경병증으로, 최근 환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녹내장 환자수는 108만 29명으로, 2017년(87만 3.977) 대비 약 23.5% 증가했다.
문제는 녹내장은 현재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압하강제를 점안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조기진단 또한 쉽지 않다. 일부 사례에서는 두통, 시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초기에는 아무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조기 발견 중요한 녹내장…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해
전문가들은 녹내장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소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진단받았을 시 서둘러 치료할 것을 권고한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좋아지지 않기 때문. 녹내장을 진단받았다면 약물, 레이저 치료, 수술적 치료를 통해 안압을 조절해야 한다.
녹내장을 조기발견·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생활 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생활습관, 예컨대 물구나무서기나 담배, 과량의 카페인 등에 주의해야 한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연구진은 녹내장을 진단받은 환자는 술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녹내장을 진단받은 환자가 금주를 시작하면 실명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녹내장 환자, 실명 피하려면 술부터 끊어야
서울대병원 김영국 교수∙서울의대 윤형진 교수∙제주대병원 하아늘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2011년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음주자 1만 3,643명을 대상으로 음주습관 변화 여부에 따른 실명 위험도를 추적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자들을 녹내장 진단 후 알코올 섭취 여부에 따라 지속적인 음주자 및 금주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어 음주량에 따라 △소량 음주자 △과량 음주자, 주당 음주 빈도에 따라 △저빈도 음주자 △고민도 음주자로 추가 분류했다.
연구 결과,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2,866명은 음주를 지속한 환자에 비해 실명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또한, 연구진은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량의 음주뿐만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 음주)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으며, 소량 음주자의 경우는 약 1.5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 진단 후 음주 습관 변화에 따른 실명 위험도 변화|출처: 서울대병원
특히 실명 위험은 알코올 섭취량뿐만 아니라 섭취 빈도와도 연관이 있었다. 금주자와 비교했을 때, 고빈도 음주자(주 4일 이상 음주)는 실명 발생 위험이 약 2.5배 더 높았다.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하는 생활습관 개선 권고는 녹내장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아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에게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금주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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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