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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하는 삼성, 겁 집어먹은 언론
'삼성을 털고 간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유혹'인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삼성 특검법'을 수용하면서도 흔쾌하지 않았고, 권력기관인 검찰도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수사 중단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이 피해를 보게 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통념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부패는 털고 가는 것이 경제에 아무래도 이로울 테다. 차제에 바로잡자는 게 여론인 듯하다.
삼성 수사하면 경제 흔들린다?
전남 여수시가 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모로코 탕헤르를 제쳤다. 한국이 엑스포를 유치한 것은 1993년 대전 엑스포에 이어 2번째다. 언론들은 일색으로 경제효과를 언급하며 쾌거라고 전했다.
아래는 28일자 주요 아침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김용철씨 밤샘 조사/삼성 임원 계좌 추적>
-국민일보 <네거티브 난무…최악 선거 되나>
-동아일보 <자랑스럽다, 여수!/2012 엑스포 유치 성공>
-서울신문 <이 경부축 종단/창 서울서 시작/정 서부 껴안기>
-세계일보 <'해양강국' 새 미래를 연다>
-조선일보 <삼성 특검 내년초 시작>
-중앙일보 <삼성특검 수용 미묘한 파장>
-한겨레 <검찰, 삼성수사 중단 가능성>
-한국일보 <"여수가 해냈다, 한국이 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국회를 통과한 '삼성 비자금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왔고, 정성진 법무부 장관도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이유를 분석하고 나섰다. "국회는 삼성 특검법을 초당적 합의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통과시켰다. 이 숫자는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되면 노 대통령의 체면은 구겨지고 법은 법대로 효력을 내게 된다. 레임덕 대통령의 상처는 커질 수밖에 없다."
▲ 중앙일보 11월28일자 1면. | ||
그는 또 "국회가 이 같은 특검법을 만들어서 보내는 국회의원 횡포이자 지위의 남용이라 생각한다"며 "다리가 있으면 다리로 다니면 된다. 왜 굳이 나룻배를 띄워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검찰 특본이 할 일을 왜 특검이 하느냐는 것이다.
▲ 한겨레 11월28일자 4면. | ||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 뜻을 밝힘에 따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가 특검법이 발효되면 사실상 수사를 중단할 뜻을 내비쳤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 같이 전하고 3면 머리기사 <"내달 4일 특검이 삼성수사권 갖는데…" 중단론 '솔솔'>에서 정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는 "검찰은 전날(26일)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출국을 금지한 데 이어 이날도 김용철 변호사 명의로 된 네 가지 차명계좌의 돈흐름 추적에 전격 착수하는 한편, 김 변호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그러나 이날(27일) 오후 특본은 수사 기간과 범위를 두고 수사팀 내부 회의를 벌였다. 이 회의에선 특검법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4일을 사실상의 '수사 마지노선'으로 정하는 부분을 두고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전하는 검찰 분위기는 대체로 수사 지속에 회의적이다. 이 회장 출국금지와 삼성 계좌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조처만으로도 검찰이 할 수 있는 모양새는 갖췄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 중단론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기사에 따르면 '조직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검찰이 쉽게 물러설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검찰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또 그동안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이라고 비판받았던 멍에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삼성을 털고 가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요구도 무시하기 어렵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분위기를 다소 다르게 전했다. 한겨레가 '압박'이라면 경향신문은 '독려'하는 모양새다. '삼성 털고 가기'가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경향신문은 3면 머리기사 <제기 의혹 실체 규명·차명계좌 조사 잰걸음>에서 "검찰 수사가 무섭게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른 수사 발걸음이지만 단서는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차명계좌를 압수, 돈 흐름을 좇으면서도 김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증거확보를 위한 관련자 추가 출금조치 및 삼성본관·금융기관 압수수색 검토 등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수사가 됐지만 그렇다고 허술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1월28일자 3면. | ||
조선일보는 멀리 내다봤다. A1면 머리기사에서 새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기사는 "특검의 중간수사 결과는 60일 간의 1차 수사 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다음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삼성 비자금 정국'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은 핵심 관련자에 대한 소환까지는 하지 않고 기초 조사만 한 뒤 특검에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비자금에 대한 수사 권한이 사실사 특검으로 넘어감에 따라 특검의 수사 결과는 새 정권 출범 및 내년 4월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부연했다.
▲ 조선일보 11월28일자 A4면. | ||
분식회계 수사가 마녀사냥?
삼성은 당혹해 하면서도 삼성을 '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환기시키고 있다. 중앙일보 6면 기사 <"연말 사장단 인사도 기약 없이 미뤄져">는 "진위 확인조차 쉽지 않은 김용철 변호사 측의 온갖 의혹 제기를 마치 사실인 양 몰아붙이는 정치권과 일부 '특정 세력'에 대한 반감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삼성에 대한 마녀사냥 식 의혹 제기로 인해 그룹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되면 그땐 누가 책임질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린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을 인용했다.
기사는 "증시에선 김 변호사가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기업으로 지목한 삼성물산을 비롯, 거의 모든 삼성그룹의 상장사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또 일부 계열사의 경우엔 최고경영자가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되는 바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협상이 차질을 빚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이 그룹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이 해외 언론에 공개되면 그간 천문학적 자금과 피나는 노력으로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모래성처럼 단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한 삼성전자 과장급 간부의 말도 인용했다.
▲ 머니투데이 11월28일자 1면. | ||
머니투데이 1면 머리의 기사 묶음은 흥미롭다. <기업의 힘>과 <기업의 짐>이라는 표제를 단 3단 기사가 병렬된 형태인데 전자의 부제는 <여수 '경제올림픽' 엑스포 유치>이고 후자의 부제는 <노대통령 '특검법' 마지못해 수용>이다. <기업의 힘> 기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 인사 150명을 면담하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기 일처럼 헌신했다는 것이 골자이며, <기업의 짐>은 의혹만으로 삼성 경영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해 비판하고 향후 6개월 동안 정상적 기업활동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우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철저히 경제, 특히 거대기업의 시각에서 27일의 두 주요 사안을 바라봤다.
▲ 서울신문 11월28일자 만평. | ||
첫댓글 비호감의 길
검찰이 제대로 수사 좀 하길 ㅜㅜ
부패는 털고 가야 된다 .. 한 기업때문에 나라가 망하니 어찌니 하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 어떻게 나라가 한 기업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나오나 ..... 장기적으로 보자제발 ㅠ ㅠ 더 깨끗하고 투명하는 다른 기업들도 같이 발전할거 아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