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BACCANO!(바카노!)
저자: 나리타 료고(成田良悟)
출판사: 전격문고(電擊文庫)
발행일: 2003년 5월
2003년, 제 9회 전격게임소설대상 금상 수상작.
'바카노BACCANO'란 이탈리아어로 '소동을 일으키다'란 뜻입니다. 일본어로 '바보의', '바보같은' 과 같은 발음을 가지고 있죠. 말 그대로, 바보같은 소동을 그린 소설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 1711년. 30명의 연금술사가 신대륙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유럽을 떠났다. 이들은 배 위에서 불로불사의 비책을 알아내기 위해 악마를 소환해 냈다. 악마는 한 병의 술을 만들어 내고는 연금술사들에게 말했다.
"이 술을 나눠 마시면 너희들은 불로불사가 될 것이다. 늙지도 않고, 상처를 입지도 않고,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무슨 수를 써도 너희들을 죽일 수는 없다. 그러나 너희가 만약 불로불사에 질려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 너희 중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 방문을 받은 사람은 상대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먹고 싶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그 자의 육체와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죽고 싶을 경우, 날 다시 불러내라. 그러면 내가 그 자를 흡수해 주겠다. 너희들은 불로불사를 한 번씩 경험했으니 좋고, 나는 30명의 육체와 지식을 손에 넣으니 좋은 것 아니겠나. "
악마는 사라지면서 말했다.
"저 '불로불사의 술'을 만드는 정제법은 날 소환한 자에게만 전수했다. 그걸 다른 자에게 전수할지 말지는 그 자의 자유다. "
정제법을 받은 연금술사는 그 지식을 자신의 동생에게 전수했다. 그러나 절반쯤 지식을 전해주던 도중, 그는 이 지식이 위험하다고 판단, 전수를 중단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그렇게 주장했다. 물론 다른 연금술사들은 이에 반발했다.
사건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
비책을 노리던 한 사내가, 정제법을 받은 연금술사의 동생을 습격해 흡수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막으려는 다른 연금술사들의 반격을 받았고, 동생을 흡수한 그 사내는 바다로 뛰어들어 버렸다.
비극과 함께 28명의 불사인을 태운 배는 신대륙에 도착하고, 이들은 미국의 역사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1920년. 미국은 금주법 시대를 맞는다.
이것이 이 소설의 발단이 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불로불사를 가져다 주는 '악마의 술'을 정제하는 비법, 그 비법을 둘러싼 연금술사들의 싸움, 여기에 우연히 휘말려든 이탈리아계 갱단, 그들의 라이벌 갱단, 강도 커플, 양아치 4인조, 경찰 등이 벌이는 해프닝의 연속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갑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플롯이 '우연'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악마의 술'을 정제하는 반쪽짜리 지식을 얻은 사악한 연금술사 '세라드'는 부하 화학자에게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이 화학자는 반쪽짜리 지식을 가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진짜 '악마의 술'을 두 병 제조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제조공장에 불이 나고, 세라드의 부하는 악마의 술 두 병만을 간신히 빼돌려 탈출하고, 우연히 길가에서 양아치들과 마주쳐 싸움이 붙고, 이들에게 술을 빼앗기고, 이들은 술을 다른 갱들에게 또 빼앗기고...... 두 병의 '악마의 술'을 둘러싸고, 한 무리가 움직일 때마다, 아주 우연히도 다른 무리들이 같이 움직이고, 역시 우연히 이 움직임들이 한데 맞물려,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헐리우드 영화인 '펄프 픽션'이나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작가도 이 영화들을 의식하고 쓴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도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죠.
보통 우리는 소설에서 '우연히' 전개되는 일들에 식상하게 마련입니다. 우연히 기연을 만나고, 우연히 히로인을 만나고, 우연히 힘을 얻고, 우연히 사건을 만나고... 솔직히 짜증나죠. 하지만 이것도, 작가가 얼마나 연출을 잘 해내는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우연의 연출'은 매우 유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게다가 모든 우연들이, 이 '악마의 술'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과 한 가지 이상의 개연성을 가지고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물론 그 개연성도 어디까지나 '우연'입니다. ^^;)
며칠동안 제법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뭐 신인답게 참신한 내용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역시 신인인 탓에 헛점도 여기저기 보이고 있긴 합니다. 묘사를 좀 더 맛깔나게 했으면, 이 부분은 빨리빨리 자르고 넘어갔으면, 대사는 이렇게이렇게 바꿨으면 하는 점들이죠. 하지만 이런 건 프로 작가가 프로 담당기자와 프로 편집자를 만나 경력을 쌓으면서 해결되어 가는 부분이니, 앞으로 나리타 료고의 발전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Passion, Pride, Professionalism
Project Panzerwind, in Progress.
첫댓글 사가 형님은 일본 판타지 소설을 많이 보시는 모양이네요. 어쨌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형이 추천한 걸 다 보고 싶네요. ^^;;
일본판타지는 왠지 그로테스크하고 전문용어가 많이들어간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왠지 원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