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이면 대리기사 만 3년째...
지난해도 지지난해도 우리 가족에게 어린이날은 없었지요...
‘애들이 한 명도 없는가보다’ 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고요...
저에게는 아이들이 네 놈이나 있습니다.
중3 초5 유치원 유아원... 오순도순 남녀남녀 랍니다...ㅎ
그런데, 어린이날 근처에만 오면
왜 이리 쓸 돈이 불어나는지... (하긴, 뭐 1년 내내 그렇지만...)
학교 수련회 비용 내랴, 여름교복 준비하랴...
밀린 휴대폰 비용에, 갑자기 쌀까지 떨어지고요...
저희 가족이 좀 먹어대는 양이 많은 편이거든요...ㅎ
암튼, 대리 일을 하면서 어린이날 첫 해에도 둘째 해에도
이 날만큼은 아이들하고 잼나게 놀아줘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그게 거의 마음만으로 끝나버리더라는...
잘 아시겠지만, 재미라는 것도 어느 정도 쩐이 따라줘야 하는...
결국.., 휴일 초저녁부터 피디에를 켜야 했던 기억이...
어쩌다가 손님이 "애들하고 잘 보냈나요?" 물어보면...
“아~ 네~ 가까운 곳에 다녀왔습니다” 둘러대기도 했지요...
올해는 정말 어린이날을 어린이날답게 보내야겠다... 마음먹고
며칠 전부터 좀 빡세게 일을 했습니다.
절실하면 아무래도 수입이 좀 불어나기는 하죠...
이런저런 월말 월초 쓰임새 돈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간밤에만 평년작으로 벌어도 오늘의 어린이날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다는...
실은, 근사하다는 게 뭐... 말이 그렇고요...
그냥 배고픈 자동차 기름좀 채워주고
애들하고 자치단체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행사장이라도 다녀와서
통 큰 피자에 삼겹살정도라도...
게다가, 저도 하루 쉬며 저녁시간 아이들하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다는...
(얘들이 아빠하고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밤을 꼬박 새우고, 밤이슬 카페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보는 이 아침...
드디어 꿈같은 환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오늘입니다.
간밤에 벌만큼 벌었습니다...
맛있는 삼겹살파티를 하고서도...
셋째가 졸라대는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전화기도 살 수 있을 것 같고요...
세 살배기 막내는 덩달아서 무슨 ‘콧구멍전화기’를 사달라고 하던데 그런 게 있는지...?
암튼...
간밤에 신갈에서 인계동 오는 4시30분 막차 셔틀을 타고 영통을 지나는데...
(참, 제가 집이 수원입니다)
안성공도 4만원 콜이 뜨길래, 갈까 말까 짧은 순간 뇌가 진동을 치다가 오더를 잡고 말았습니다.
그놈의 파워레인저 정글포스가 저를 그 새벽에 안성공도로 가게 만든 것이지요...
공도 치고는 진사리라고 하는...안성IC에서 평택 쪽에 가까운 참 착한 동네...
내친김에 평택역 오는 길에는 비전동에서 시내 나오는 삥바리까지...ㅋ
그런데, 뭐가 우울한 어린이날 이냐구요...?
네, 우울한 이야기... 지금부터입니다.
평택역 귀가 전철 안에서 다른 대리기사님을 만났습니다.
근데, 이 기사님 사연이... 에구~~
그 기사님도 저처럼 간밤 수입으로 어린이날을 보내려 평택까지 내려 온 인천기사님...
근데, 그만 작은 사고가...
기사님의 운행차량이 트럭이었는데... 안산 출발, 평택을 다 내려와서...
좁은 골목길에서 네비는 좌회전, 손님은 우회전을 하라고 하는 바람에 회전각도가 그만...
아마 아실 겁니다... 골목길에서 여유공간을 확보하려고 오히려 회전 반대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야 하는...
그러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결국, 트럭 끄트머리가 주차해 둔 다른 승용차 뒷범버를 쓰윽~~
밤중에 승용차 차주 전화해서 내려오고...
다행히 있는 돈으로 변상해도 될 정도의 흠집이라 지갑 털어서 해결하고...
트럭도 조금 다친 흔적이 있는데...
트럭 손님은 “내 차는 그냥 괜찮습니다.”하더라는...
마음 약한 이 기사님... 차마 대리비를 받지는 못하고 그냥 왔다는...
“에씨~ 어린이날이라고... 이거 애들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아이가 둘이라는 그 기사님...
자꾸 내가 말 시키면... 눈가에 눈물이라도 맺힐 것 같아서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제가 수원역에 먼저 내리면서...
오늘 받은 팁이라고 1만원을 주며 내렸습니다.
당연히 그 기사님, 안 받으려 하는 것을 엉덩이 밑에 눌러놓고...
근데, 전철역 계단을 내려오던 내 발걸음이 왜 그리 무거운지...
이놈의 손모가지... 도대체 만원이 모야...?
5만원도 아니고, 3만원도 아니고...
오늘 번 것, 반 땅은 못해도 3분의1쯤은 주고 내려도 되는 거였는데...
다른 날도 아니고 어린이날인데...
아씨~~ 육교를 건너오는데 육교위에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말이지 제가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만원가지고 뭘 하라고... 그래도 삼겹살 두 근쯤은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만원짜리 두 장만 더 주고 내렸어도...
어린이날... 제 부끄러운 이야기... 여기까지입니다.
그래도 저는 오늘 3년 만에 아빠노릇 할 거 같습니다.
시내버스 안에서 제 손을 자꾸 바라봤습니다.
제 손이 왜 이리 못나 보이는지...
만 원짜리 한 장밖에 끄집어내지 못한 이놈의 손...
어린이날, 오랜만에 아빠노릇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리도 컸는지...
뭐... 변명이지요...
어린이 날...,
누구에게나...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 한 두 시간 눈좀 붙이고 일어나야겠습니다.
그 기사님, 저와 헤어지고나서 인천 가는 5만원짜리 오더가 떠서
덤으로 5만원짜리 한 장을 더 받아서
행복한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을... 그런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
첫댓글 맴이 좀 짠하네여......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하지만 마음은 부자라 생각하시고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트럭 이런거는 안모는게 돈 버는 길입니다
트럭이라 적혀있으면 아무리 단가 좋아도 쳐다도 안봅니다
저는 평소 주말에는 가능한한 가족을 위해 봉사하려고 일안하는 편인데... 언젠가 꼭 써야할 돈이 있어야 하길래 토요일날 금기를 깨고 일하러 나왔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날 운이 좋아서 그런지 일이 쉽게 풀려서 딱 필요한 만큼 돈을 벌게 되었는데,, 마지막 콜 수행중 교통경찰에게 딱지를 떼게 되었죠. 원래는 좌회전 금지인데 차량도 없는 한가한 시간대라 손의 요구대로 무심코 핸들을 돌리는 순간 딱 걸려들었네요. 그 순간 손은 나몰라라 하는 상태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날 벌었던 돈을 그대로 벌금으로 헌납하여 도루묵 신세가 된 경험이... 님의 아름다운 맘씨에 그 기사님의 우울한 심정이 한층 녹아내렸을듯 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ㅉㅉㅉㅉ
그분이 한층 녹았을 거라는 의미에 공감....
분명 좋은아빠이시고 잘되실껍니다... 님같은분이 많아서 아직까지는 살만한 세상같습니다 ^^
감동과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좋은글 입니다... 우리 기사님들 가정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집이 공도라 수원에서 그 콜 봤는데 못 잡았으면 얼마나 아까웠을까요.... ㅎㅎㅎ...
저도 오늘 무리해서 일하다 6시에 귀가후 한시간 자고 일어나서 회사나와있습니다.. 오전당직이라...
어린이 날이라... 저 역시 오랜만에 날밤 새우며 일하고... 이렇게 또 일하고 있네요...
만원을 보태시고도 본인의 손을 탓하는 달빛기사님의 자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면 ?... 나라면 ?... 어땠을까... 숙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마음 놓으시고 오늘하루 가족과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에고......
아하 !!!!!
밤이슬에도 이런 휴머니스트가 있을줄이야
그래도 값진 만원의행복이네요....아이들과 행복한 하루보내시구요
이 세상에 진정한 인간다운 사람이 계심에 감사와 존경을 표 합니다 남의 콜을 도둑질해가는 기사도 많은 이 바닥에 님 처럼 금액의 과다를 떠나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신 분...과연 전체기사 아니 전체 대한민국 국민중에 몇 프로나 될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같은 일 하면서 다른기사에게 피해를 입히고 자기이익을 챙기는 개같은 XX들아 혹 이런 글 보거든 무식한 말로 X 잡고 반성해라)
댓글 읽고 감동받다가... 뒷글에... 훅갑니다.. 개같은 ..? 녀 들이 더 많을텐데.. 그럼 어딜잡고 반성합니까?
아하.. 다른 기사들보고 하는 말이군요.. ㅎㅎ 저는 하도 당해서.. 기사들한테 피해입히고... 하면 벌써 상황녀가 떠오릅니다. ㅎㅎㅎ
이렇게들 사시는구만. 난 반성해야 됨!
1톤트럭은 주차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거절해야 합니다. 며칠전 그 좁은 곳을 꺽어서 빽으로 들어가라 해서 힘들다 하니(정말 불가능할 정도) 자기가 혼잣말로 대리기사가 그것도 못해.. 하며 빽하다가 옆에 나무가지한테 주우욱 긇히더군요. 자기차니깐 긇혀도 그만이지만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그것도 안되니 문제입니다. 암튼 운전조심!. 따뜻한 글 읽고갑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속에서 모든것을 날려버리고 우리모두 화이팅.........
당신은 천사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에 희망입니다 국가를 지탱하는것은 육법전서가 아니라 당신같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이 싸하면서 제 자신이 참 부끄럽네요....
자녀분들의 연령대로 봐서 저보다는 십년정도 아우님 같은데..
생활자세나 마음 씀씀이 그리고 착한배려는 저보다 십년이상의 연륜이 느껴집니다.
저는 단돈 만원도 섣불리 내밀지 못했을 터인데 님은 (그 힘든) 돈을 석장 뽑지 못한 자책을..
그찮아도 버티기 힘든 고개가 붉어진 낯을 가리고져 더 숙여지는군요..글 감사합니다.
가슴이 찡한 사연입니다,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멋짐니다. 저는 어제 양아손 만나서 주차하다 살작 스쳤는데 보험처리 한다고 시비가 벌어져 경찰까지 와서 해결했습니다. 아무런 흠집하나 나지 안고 자국도 안났는데 생떼를 쓰는 양아치 같은놈 만나서 기분 잡쳣는데...삭막한 세상인데 훈훈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잠시 눈가에 이슬이 멈췄다가 뚜욱!!! 먼글을 이리 눈물나게 잘쓰시는지 한편의 휴먼드라마를 본 느낌. 기사들은 이렇게 피눈물나게 뛰어다니는데 콜센타들은 편히 앉아서 이런 현장 인간사를 알기나하는지.. 그저 패널티 못빼먹어 안달난 거지덜처럼.. 제발 반성들좀 혀라!! 이런글은 한달동안 기사공지로 올리면 좋겠고요... 아고라에도 올리면 좋겠습니다.
님의 착한 마음 저도 담아 갑니다 !
순간 울컥 했습니다.
선행을 베푸시면서도 부족하다하시니 저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성좀 해야겠네요. 더 좋은 일 많이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오랫만에 눈 청소를 하며 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님은 진정 이 시대의 휴머니스트 이십니다 님 에게 격려와 사랑의 박수 전심을 다해 보냅니다^^
달빛 기사님.
님같은 분이 이시대의 영웅 이시네요.
감동 많이 받고 갑니다.
오랜 만에 눈이 정화되고,
가슴이 정화 되어, 한결 가벼워 집니다.
님 앞에 건승을 기원 합니다.
거북이뜀박질님 글도 본 같아요... 다음 모임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가 많이 됩니다.
꼬~옥 뵙길 희망합니다.
달빛기사님 홨팅!!!!
하늘 맘이신 달빛님이 동참해 주신다니 무척 기대됩니다.. ^^
간만에보는 훈훈한 글입니다..
한번 뵙고 싶네요..
흔히들 막장이라 말하지만 이런분이계신 우리의세계를, 이런글을 읽고 가슴뭉클해하는 따뜻함이있는 이곳을 감히 막장이라 말할수있을까요? 전 희망을봅니다 감동을 줄수있는달빛기사님 같은분이계시고 따뜻한사랑의 마음을가진 님들이계시기에~~그분에겐 그만원은 만원이아닐것입니다 뵙고싶습니다
맞습니다ㅉㅉㅉ
형아 말은 언제나 들어도.청정합니다.
굿~~~~~~~~~~~~
글쓴이 허락없이 아고라 이야기(감동)코너에
퍼 날랐습니다.
머라하시면?
지우지 않겠습니다...ㅎㅎㅎㅎ
아고라에 올린글 주소펌해서 좀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하.. 아고라라는 코너도 있었나요? 아마도 일선의 기사님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무리 퍼날라도 그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듯 합니다. 저도 그 주소가 궁금합니다..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달빛기사님 ..................... 최고~~~~~~~~~~~~~~ *^^*~~
건네준돈은 만원짜리였지만,,
그기사분이 받은것은 그보다 훨씬 값지고, 아름다운 마음을 받아갔습니다~
훈훈합니다..........
짠한글입니다~
자책마세요~ 달빛기사님~ 님은 참 멋진 아빠입니다. 그리고 당당하신 기사님이시고..^^ 항상 안전운전 하세요~
항상 무뚝뚝하고 말주변도없고 마누라자식들다 외면하지만 속으론 엄마이상 마누라사랑하고 자식사랑하는게 한국에 아버지상이죠. 그걸 몰라주는 마누라자식들 아버지는 혼자외롭습니다.........아버지들 화이팅요!!!!
무슨 수필집 내용같은데... 여튼 멋찌시네요~
마음이 짠 합니다
빛기사님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제 자신이 러워 집니다
복많이 받으실거예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인간 냄새가 풀풀 납니다....아이들도 건강하게 곱게 잘 자랄겁니다...
달빛기사님도 멋진 분이시지만 댓글로 마음을 전달하는
우리 횐님들도 멋진분들입니다...울 모두 화이팅입니다.
짠 합니다 박수 힘 내세요
정말 오랜만에 밤이슬에서 감동적인 실화 글 잘 읽었습니다.아마도 그 기사님도 님의 그 마음 잘 받았으리라 여기며 님의 작은 선행 하나가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하루가 되겠네요.님께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맺히는 눈물 진한 감동 고맙습니다 !
꼬옥 축복의 영광이 늘 함깨 하시기를 ~
간간이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때 가장 행복 합니다! 행복 전도사님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