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영국 배낭여행객 피터 팔코니오를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성 브래들리 머독(67)이 말기 후두암으로 사망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노던 테리토리주 앨리스 스프링스의 감옥에서 복역 중이었다.
노던 테리토리주 교정국은 머독이 이날 앨리스 스프링스 병원의 완화치료 병동에서 숨을 거뒀다고 BBC에 밝혔다. 팔코니오가 살해된 지 24년 되는 날의 바로 이튿날이었다.
노던 테리토리주 경찰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아는 한, 피터 팔코니오의 유해 위치를 알리지도 않은 채 머독이 세상을 떠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노던 테리토리주 부검의실에서 그의 사망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머독은 요크셔 출신 팔코니오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절대 팔코니오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팔코니오는 2001년 7월 14일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북쪽으로 300km가량 떨어진 배로우 크릭 마을 근처 고속도로 자락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머독은 팔코니아의 차량을 세우도록 했는데 캠퍼 밴에서 불꽃이 이는 것을 봐서 차를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량을 살펴 보는 팔코니아의 머리에 총을 쐈다. 그리고 그는 팔코니아의 여자친구 조앤 리스(당시 28)를 자신의 차로 끌고 갔는데 케이블 타이로 그녀의 손목을 묶은 채였다.
머독은 역시 요크셔 출신 리스를 납치해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녀는 간신히 탈출해 아웃백 덤불 속에 몇 시간 숨어 있다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노던 테리토리주 경찰은 "(머독의) 함구는 팔코니오 가족이 그렇게 오래 마땅히 했어야 사건의 종결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슬픔이 지속되는 영국의 팔코니오 가족들과 마음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팔코니오와 리스가 겪은 일은 2001년 호러 영화 '울프 크릭'(Wolf Creek)에 부분적으로 영감을 제공했다.
재판 도중 검찰은 머독이 앨리스 스프링스와 1600km 가까이 떨어진 브룸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황무지의 어딘가에 팔코니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봤다. 2016년 노던 테리토리주는 '시신 없으면 가석방 없다'는 입법을 했는데, 머독이 팔코니오의 시신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면 머독은 2032년에도 가석방 자격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머독은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했으며 두 차례나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항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팔코니오의 부친 루시아노는 이번 주 현지 신문 NT 뉴스 인터뷰를 통해 "아들을 찾아 끝내는 일, 아들을 묻고 싶다"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데 정작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던 테리토리주 경찰은 "수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데 변함이 없다며 팔코니오의 시신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보를 하는 이에게 50만 호주달러(약 4억 50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 그리브 서장 대행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 도중 "머독에게 셀 수 없이 많은 접촉을 했지만 불행히도 그는 경찰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