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은 물에 불린 녹두를 맷돌에 갈아 김치, 돼지고기, 숙주나물, 고사리 등을 섞어
반죽한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 먹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라고 해서 빈자(貧者)떡이라 했으나,
이제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 되어 빈대(貧待)떡이 되어 버렸다.
원래 평안도, 황해도 등 이북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전통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즐겨 먹는 국민 음식이 됐다.
지역에 따라 녹두전 또는 녹두지짐이라 불리기도 한다.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리집 문앞에서 매를 맞는데...돈~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엽전 열닷냥' 등 여러 히트곡을 만들고 불렀던 가수 한복남의 데뷔곡 '빈대떡 신사'(1943년)의 가사다.
이렇듯 빈대떡은 어느 집에서나 쉽게 해먹는 음식으로 명절이나 잔치때면 빠지지 않는 기본 메뉴였다.
그러나 이제는 집에서 직접해먹는 경우가 흔치 않게 되면서 식당의 전문 메뉴로 자리잡았고
자연히 맛집들이 등장하게 됐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종로 피맛골의빈대떡짐인 '열차집'을 즐겨 찾았다.
1950년대에 문을 열어 이제 환갑이 훌쩍 넘은 서민 맛집인 이 집을 1970년대 학창시절부터 다녔다.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은 후에도 퇴근길에 동료들과 자주 찾던 아지트였다.
피맛골 재개발로 2007년 문을 닫게 되었는데, 우리 부부는 신문 기사를 보고 마지막 영업날에 찾아가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기분으로 그집에 이별을 고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종각의 옛 제일은행 뒤편 골목에서 '열차집'이란 낯익은 간판이 보여 잘려가 뫘던 바로 그 집이었다.
옛날 주인아저씨를 만나 오랫만에 회포를 풀었다.
장소만 바뀌었지 돼지기름으로 부치는 빈대떡 맛은 지금도 일품이다.
거기에 굴과 조개젓, 양파를 곁들이면 찰떡궁합이요. 금상첨화다.
게다가 전국의 유명한 막걸리를 두루 비치하고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소주파라면 국물이 시우너한 조개탕을 시키면 된다.
이제 어들이 맡아 하는 이 집은 작은 방 1개, 테이블 몇 개의 조그만 가게지만 필자에게는 옛 추억이 떠오르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주인아저씨에게 선물로 받은 오래되고 찌그러진 조개탕 냄비 속에는
종로통에서 마음껏 발산했던 내 젊은 날의 호연지기가 아직도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빈대떡 맛집은 시장통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종로4가와 5가 사이에 있는 1905년에 게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인 광장시장에는 맛집이 즐비하다.
시장 골목어귀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곳이 '순희내 빈대떡'이다,
녹두를 맷돌로 직접 갈아 빈대떡을 붗내는 데, 기름에 튀겨내듯이 부쳐 바삭하고 고소하다.
'배트맨', '가위손', '비틀쥬스' 등을 연출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이 직접 찾아 먹어 보고 극찬하기도 했다.
새종문화회관 옆 골목에도 40년 된 '종로빈대떡'이 있다.
가게 입구 창가에 맷돌과 큰 팬은 두고 빈대떡을 부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고기, 해물, 굴 등 세종류의 빈대떡이 있는데, 기본이 2인분이다.
잔치국수가 싸면서도 식사로 먹을 만하다.
빈대떡은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어서 전문 가게는 물론 냉면집, 막국수집, 한식집 등에서도 메뉴로 내고 있어
주변에서 쉽게 찾아 옛 마쇼을 즐길 수 있다.
또 레시피를 참고하여 조금만 수고하면 집에서도 맛깔스러운 빈대떡을 맛 볼 수 있다.
빈대떡과 막걸리의 소박한 상차림으로 이번 가을을 맞아볼까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