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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하지 말라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복음: 마태 5,33-37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거짓 맹세하지 말 것이며, 맹세하면 꼭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심화하여 아예 맹세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필요한 참말만 하라고 하신다.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기만 하면 된다. 예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참 진실이기 때문이다. 신앙은 맹세가 아예 필요가 없다. 신앙은 실제로 우리의 삶의 태도를 확립하기 때문이다. 믿음의 단순함 속에는 맹세가 필요 없다. 그들에게는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참되다.
예수께서는 모든 맹세를 거부하신다. 주님께서는 하늘이나 땅을 두고 맹세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것은 우리가 피조물을 피조물 이상의 영광을 지닌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피조물을 하느님으로 높이지 말라는 것이다. 맹세하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높은 이를 두고 맹세합니다.”(히브 6,16) 주님은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는 것을 금하시며,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36절) 하신다. 지상의 예루살렘은 저 위에 있는 하늘의 예루살렘의 예형이며(갈라 4,26) 위대한 임금님의 도성, 즉 영적 천상교회인, 그리스도의 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 머리를 두고 맹세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1코린 11,3)이시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두고 맹세하는 사람은 이 모든 것의 창조주이신 분을 끌어다 대는 것이다. 자기 머리를 두고 맹세하는 것은 자기를 섬기는 것이 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하느님을 두고 하는 맹세가 허위의 수단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다. 진실한 사람으로서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쓸데없이 맹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절대 진실”을 말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적어도 진실한 태도를 보이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진정 하느님의 참다운 자녀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짜, 정말”의 의미는 가끔 자기변명이나 남의 흉으로 흐를 수 있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하도록 하여야 한다. 주님 안에 형제자매인 우리는 진리를 찾아 사는 사람들로서 하느님과 이웃 앞에 진실로, 진리로 자유로운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조욱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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