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속의 내 목소리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그 괴물을 메시아로 믿고 신봉했다. 어쩌면 그들이 괴물 하나를 잡아 神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엄상익(변호사)
<나는 신(神)이라는 괴물> 넷플릭스에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가 떴다. 한 종교단체의 교주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선정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나체의 미녀들이 욕조에서 활짝 웃으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얼굴이 거무스름하고 코가 유난히 길쭉한 교주가 나타난다. 이어서 그의 성폭행을 고발하는 인터뷰가 나왔다. 이십삼년 전 법정 녹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변호사가 교주의 강간 행위를 증인에게 신문하는 소리였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나의 목소리였다. 그랬다. 나는 교주의 강간을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았었다. 그리고 배상을 받아냈다. 험한 소송이었다. 내 의뢰인이 지하 주차장에서 괴한들에게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로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었다. 신이라고 하는 그 교주는 나를 저주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 돌았다. 재판을 취재하던 메이저 신문의 기자도 검사도 교주의 저주를 받을까 두려워했다. 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갑자기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 교주는 한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피해자들 중에는 저주에 묶여 지옥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교주는 신(神)입니까?” 그때 내가 법정에서 증인인 교주의 심복에게 신문했다. “성경에 ‘너희가 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주의 심복이 표독스런 눈길로 되받아쳤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재판장님 저들의 신을 법정에 불러봅시다.” “그러시죠. 다음 기일에 소환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주는 그 무렵 해외로 도주했다. 나는 그 컬트 집단의 본질을 알고 싶었다. 섹스, 폭력, 살인은 그런 집단의 속성이었다. 타락한 기성교단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무엇인 인간의 영혼을 노예로 만드는지 좀더 깊숙이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 집단에서 간부급을 했던 여러 명을 만나고 그들의 본부로 찾아갔었다. 동경으로 가서 교주에게 영혼을 빼앗긴 일본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 뉴욕으로 가서 도주한 부(副)교주를 만나기도 했다. 그 집단이 처음 형성될 때 교주의 부인 노릇을 하던 여성도 만나보았다. 그 교주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직접 관찰한 적도 있다. 그들에게 교주는 처음에는 열광하는 메시아였다. 나중에는 미치광이라는 걸 알고 그들은 공황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시골에서 지게지고 나무를 하던 교주는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혼자서 성경을 천 번 읽었다고 했다. 그런 교주가 한겨울 대둔산 위에서 기도하다가 어떤 존재로부터 숨겨졌던 진리를 계시받았다는 것이다. 계시를 준 그 존재는 교주에게 그가 받을 보상을 알려주었다. 그 산 아래로 세계 만방에서 수십만이 교주를 숭배하러 모여들 거라고 했다. 그리고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그에게 세상의 여자들을 모두 붙여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산 아래 그들의 성전이 지어지고 국내외에서 교주를 보러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거대한 조직이 되고 부를 형성했다. 교주는 신이 되고 함께 했던 창업 공신 엘리트들은 제사장이 됐다. 그들의 나라가 임한 것이다. 정치인, 대학교수, 검사, 의사등 수많은 사람들이 교주를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교주는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에게는 강간을 한다는 의식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여성을 당연히 자기의 소유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그를 신이라고 하지만 나는 괴물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 계시를 한 그 존재의 정체가 지금도 궁금하다. 나이 팔십이 가까운 교주가 지금도 젊은 여성들에게 그 짓을 한다는 건 단순한 강간을 넘는 행위라고 보인다. 음욕의 귀신이 들린 사람은 이십사 시간 그 생각만 한다. 계시에 묶인 그는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창업 공신들은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었다. 엘리트들이 괴물을 메시아로 믿고 신봉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젊은이들을 현혹시키는 교주가 받았다는 계시는 계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부교주 몇 명을 만나본 결과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인도 철학부터 여러 외경(外經) 이론을 차용해 만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몇명의 엘리트들이 괴물 하나를 잡아 신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일단 만들어진 그 컬트 집단의 생존력은 대단했다. 어떤 행위를 하던 교주는 무오류였다. 신도들은 판단결핍증이었다. 그들 내부의 해석은 전혀 반대였다. 악마인 언론이 그들의 메시아를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들의 메시아인 교주는 징역 생활을 했다. 메시아가 치러야 할 희생이고 그들은 더욱 뭉쳐 마귀의 모략을 물리치고 악한 세상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 같았다. 나는 종교투쟁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변호사였다. 법률적으로 교주의 불법을 밝히고 배상을 받는 선에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삶을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때부터 이십여 년의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매체에서 그들 집단에 불을 붙였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도대체 종교란 무엇일까. 기성의 교단은 어떤 것인가. 오늘 아침 방송인 출신 조정민 목사와 스승격인 한국 기독교의 거목인 하용조 목사의 대화가 적힌 글을 봤다. “교회가 무엇입니까?” “제도가 되기 직전까지입니다.” “그러면 목사는 무엇입니까?” “목사요---목사는 괴물입니다.” “저는 괴물이 되지 않겠습니다. 괴물이 될 만하면 주님께서 바로 데려가실 것을 믿습니다.” 나는 의문이다. 기성 제도권 목사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그 교주를 괴물 중의 괴물로 만든 배경에 있는 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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