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style="color: #000000;">지금 회사에 오기 전의 회사에 다닐 때였으니까</span></p><p><span style="color: #000000;">20년 쯤 된  얘기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매봉역 출구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회사가 있었는데</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그날 아침 비가 왔다.</span></p><p><span style="color: #000000;">역 출구 앞에서 우산이 없어서 발을 못 떼는 여자에게</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을 같이 쓰자고 했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역에서 직선거리로 20여 미터도 안 되는 곳에 우리 회사가 있어서 </span></p><p><span style="color: #000000;">회사 건물 현관에서 우산을 그녀에게 빌려줬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퇴근할 때 가져다주세요.</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타워팰리스 쪽 방향이 회사라기에</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그렇게 우산을 건넸다.</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내 나이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그녀는 </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내 명함을 가지고 내 우산을 쓰고 갔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그런데</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그날 그녀는 오지 않았다.</span></p><p><span style="color: #000000;">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내가 베푼 호의는 그렇게 날아갔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실망감을 줬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을 빌려주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커피를 바란 것도 아닌데</span></p><p><span style="color: #000000;">젖지 않도록 우산을 빌려준 사람에게</span></p><p><span style="color: #000000;">이런 식으로 갚을 수 있다니.</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오늘 아침</span></p><p><span style="color: #000000;">송파나루 역 3번 출구 승강기에서 내려서 </span></p><p><span style="color: #000000;">회사 방향으로 가다가</span></p><p><span style="color: #000000;">오는 비를 맞으며 뛰지도 않고</span></p><p><span style="color: #000000;">빠르게 걷지도 않는 젊은 여자를 봤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회사가 가까우니</span></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을 빌려주고 싶은</span></p><p><span style="color: #000000;">말도 안 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20년 전에</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내 우산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던 그녀가 떠 올랐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그 후로도</span></p><p><span style="color: #000000;">출근 시간대에 회사로 가면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매봉역에서 그녀를 혹시 만나게 될까 하는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오랜만에 </span></p><p><span style="color: #000000;">매봉역이 궁금해서</span></p><p><span style="color: #000000;">지도를 열어봤다가</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내가 근무했던 그 회사 건물이</span></p><p><span style="color: #000000;">지금은 아성 다이소 본사로 바뀐 것을  봤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몇 년 전에는 EBS가 썼었는데....</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우산을 가져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span></p><p><span style="color: #000000;">내 명함을 잃어버려서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을까?</span></p><p><span style="color: #000000;">돌려줄 마음만 있다면 </span></p><p><span style="color: #000000;">회사에 와서 무조건 우산을 맡기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좋지 않은 기억 속의 우산이다.</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아침에 우산 안 쓴 그녀는 회사에 잘 갔을까? </span></p><p> </p><p><span style="color: #000000;">20210615 날은 잘도가고 내 영업은 제자리 걸음이라서 힘든 그런 날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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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부터 그녀는
돌려줄 의사가 없었던것
같네요
마음만 있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커피님 방가움 전해요
그랬을까요?
ㅎ~
어떤분은 커피를 사다 함께 주시는 분도 있고 여러 부류의 분들이 계시네요
커피와 함께 고맙다고 인사하면 얼마나
멋지고 여유롭게 보일까요 안타깝네요.
어떤 외국에서는 놓고 간 사소한 개인물품도 비행기로 보내 주시는분들도 계신데요.너무 경황이 없으셨나봅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면
우산을 볼때마다
찜찜했을겁니다
귀찮다는 마음이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을 이긴듯 합니다.
울딸이
학원 근무할때 집에 우산이 많았지요,
아이들이 비오면 쓰고와서
갈때는 귀찮아서 버리고 간답니다.
오늘
한번더 빌려줘 보실걸,,ㅎㅎ
아하 그렇군요.
귀찮아서
ㅋ~
긍까
20년전 전에서부터
그 오지랖이 있었군
타고난 천성이군
못버려
그 여인은 남자가
주고 명함을 건냈으면
분명 왔을텐데
그대가 여자라서
안줬다..에 크피건다
듣고보니 그러네
내 오지랖 쩐다.
여자여서 였군
ㅎ~
지니님 댓글에 웃겨서 나도 크피건다.ㅎ
@꽃향기짱 잘보내고
계시죠
@지 니 네 ~
지니님도 잘 지내시죠?ㅎ
@꽃향기짱 네
가끔 크피한테
소식 접합니다
@지 니 네 ~
다들 오래 되었는데도 안보이면 궁금하고 닉네임 보면 반갑네요.ㅎ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 줄곧 날씨가 맑아 돌려줄 우산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고,
그러다 더 여러 날이 지나면서 의무감마저 사라져 결국 못 전해준 거 아닐까요?
명함을 주면서까지 빌려주었을 땐 상대가 돌려받을 생각으로 나에게 빌려주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을 텐데
어쨌거나
소양이 부족한 사람인 건 맞다는 생각...
우산을 못 돌려주는 까닭에 대해
상상해보면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
커피님 글을 읽으면서 나도 혹시 누군가의 우산을 빌려쓰고 가져다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우ㅎ
우산을 빌릴일이 없으셨을 것 같은걸요
@북앤커피 저는 우리 집에 놀러 온 애들 친구나 회사 직원들 빌려줬는데 잘 안주던데요~
@꽃향기짱
사무실에 우산 가져다 놓으면
집에 가지고 가서는 안 가져오는 사람
우리 회사에 있습니다.
ㅋ~
커피님이 맘이 따뜻하시고 여리신 분 이시네요
저도 몇일 전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우산을 고객분께
드리면서 꼭 가지고 오셔야 해요~라고 단단히 말씀 드렸건만
아직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ㅋㅋㅋ
연락처 안 받아놓으셨어요?
오지랖 맞아요 뭐 우산까지 빌려주고 그래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