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미국의 넌바이너리(non-binary 남성과 여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성 소수자 LGBTQ) 낭송(spoken-word) 시인 안드레아 깁슨이다. 낭송 시인이란 얘기를 풀어가는 미학에 초점을 맞추는 시인을 의미한다.
깁슨은 불치병을 앓다 지난 14일(현지시간)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지난달 NBC-TV '질문 던져도 좋아'(It's ok to ask questions)를 통해 방영된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 동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같은 방송 투데이 쇼가 다음날 전했다. 깁슨은 지난 4월 녹화된 인터뷰 도중 부인 메건 폴리를 위해 쓴 다정다감한 시 '내세에서 온 사랑 편지'(Love letter from the Afterlife)를 낭독한다. 이 시는 원래 2023년 12월 21일 서브스택(Substack)에 게재됐던 것이다.
깁슨은 부인을 위해 쓴 감성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노래를 지은 의도를 공유한다. "난 메그를 위해 썼지만, 누군가를 잃은 이들이 떠나간 사람과 더 연결돼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유했다"면서 "그래도 누군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내 관점으로 썼다고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동영상을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분이라면 40분 가까운 동영상 가운데 38분 20초쯤부터 시 낭송이 시작되니 그곳부터 시청해도 좋다. 전문의 아래로부터 여덟 번째 줄 'My Love'부터 낭독이 시작된다. 깁슨은 반려견이 주변을 맴도는 풀밭에 마주 보고 앉은 폴리에게 시를 들려준다. 낭독이 끝나자 둘은 울며 부둥켜 안는다.
깁슨의 사망이 알려진 뒤 동영상 조회 수는 늘어났는데 오랫동안 팔로우한 사람들과 새로 찾은 이들과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이미 2만 2000회 이상이 찾아 봤다.
많은 이들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지속되는 사랑에 대한 시를 쓰는 깁슨의 능력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시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 댓글은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면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난다"면서 "당신의 빛, 당신의 깊이, 당신의 말씀이 제 영혼을 감동시켰다. 당신의 시는 우리가 직접 만난 적이 없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당신과의 연결로 가는 관문이었다. 사랑해요, 안드레아.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돼 있다.
다른 이는 "울고 있다"면서 "난 사랑을, 그들의 사랑을 위해, 죽음을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진실을 위해 울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사람은 "안드레아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고, 영원히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고 적은 뒤 "올 봄에 할머니를 여의었고, 나 역시 예술과 이와 같은 이야기의 도움으로 이 결론에 도달했다. 안드레아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보내 꽤 오랫동안 슬퍼할 것이다. 그러나 이 러브레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실을 기억하기에 충분하다. 죽어가는 자들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