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도 트레킹
사월 말에 치를 정기고사가 코로나로 유월 중순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전 학년 동시 시행이 어렵고 1학년은 원격 과제 수업에 들어가 한 주 뒤 등교해 보게 된다. 중학교는 중간고사를 줄여도 되나 고등학교는 건너뛸 수 없나 보다. 평가부서 일은 규정 사무라 번거로워도 원칙대로 해 놓아야 뒤탈이 없다. 유월 둘째 수요일 시험 첫날 오전 고사 감독을 끝내고 학생들은 하교했다.
와실로 들어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오후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길을 나섰다. 연사 정류소로 나가 고현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고현 터미널에서 가조도로 들어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가조도는 내가 주중 머무는 연초와 생활권이 달라 자주 가보지 않는 데다. 거제에서 둔덕면과 사등면이 거기 해당한다. 낙조가 아름다운 가조도는 사등면에 딸린 유인도로 진동만 내해에 있다.
거제에 와 서너 차례 성포에서 놓인 연도교를 건너 가조도에 들렸다. 처음엔 군령포에서 되돌아갔고, 그 다음 초여름 옥녀봉으로 올랐다. 그날 산행에서 진드기가 와실까지 붙어와 놀란 적 있다. 이후 계도 어촌체험마을 트레킹을 나왔다가 석양에 물든 저녁놀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번엔 시간에 쫒기지 않으나 진드기가 붙어올까 봐 옥녀봉 등정은 마음을 접고 트레킹을 나섰다.
사등면 면소재지 성포에서 가조도 연륙교를 건넜다. 차창 밖 다리목 신전마을 입구엔 수협효시공원이 나타났다. 가조도는 100여 년 전 구한말 어민들이 자생적으로 상호부조 성격 조합을 최초 결성한 곳이었다. 그것이 모태가 되어 오늘날 수협이 되어 전국 곳곳 어민들의 소득 향상과 후생복리를 위한 단체로 성장했다. 견내량이 바라보인 건너편은 통영 안정과 고성 당동이었다.
성포에서부터 가조도 서북 연안 일대는 펜션이 들어서 있었다. 견내량에서 거제대교와 벽병산 방향으로 넘어가는 낙조 일몰은 장관이었다. 나도 작년에 두 차례나 해질녘 맞추어 발품을 팔아 다녀갔다. 낚시꾼이 묶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낙조 풍광을 감상하려는 외지인들이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계절 해질 무렵이면 사진 전문작가나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당연히 몰려왔다.
가조도는 군령포에서 돌아오는 길과 합류된 지점서 ∞형으로 해안도로가 닦여져 있었다. 창촌은 가조도출장소 중심지로 폐교되지 않은 초등학교와 보건진료소가 있었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등산 기점이었다. 옥포와 칠천도에 이어 가조도에도 옥녀봉이 있었다. 내가 지난해 이맘때 옥녀봉을 올랐다가 진드기가 붙어와 가슴을 쓸어내린 적 있어 수풀이 우거진 여름 산행은 조심한다.
버스가 가조도출장소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창촌마을을 지날 때 내렸다. 진동만 연안을 따라 섬을 일주하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아스팔트길은 초여름 오후 햇살이 뜨겁긴 해도 차량이 다니질 않아 트레킹하기 좋았다. 행정 당국에서 용역을 받은 듯한 인부들이 길섶의 풀을 자르나라 비지땀을 흘렸다. 물결이 호수 같이 잔잔한 바다는 줄지은 양식장 부표가 점점이 떠 있었다.
계도는 어촌체험마을로 개발된 지역이었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문이 열려 있었다. 포구엔 임자를 만나지 못한 낚싯배가 여러 척 묶여 있고 앞 바다에는 낚시꾼이 찾을 해상 콘도가 몇 채 떠 있었다. 작은 섬에는 탐방로 데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어 바라만 봤다. 북동쪽으로 돌아가자 차를 몰아 찾아온 몇몇 낚시꾼과 두 할머니가 톳을 채집했다.
봉긋한 옥녀봉을 바라보며 계도마을 돌아가니 진동만 내해가 평야처럼 펼쳐졌다. 통영에서 고성과 마산으로 이어진 연안 바다는 어민들에겐 옥토와 다름없는 양식장이었다. 굴과 멍게와 미더덕과 오만둥이와 홍합을 수하식으로 길렀다. 건너편 진동의 아파트와 내가 올랐던 산자락이 아스라이 보였다. 해안을 더 돌아가니 진해와 장목과 고현만 삼성조선소가 보이는 신교마을이었다. 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