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9월 17일(토), 낙동정맥 정기산행일을 맞아 다음 구간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에는 약한 비가 비치지만 현지에서는 오후 늦게야 이슬비가 올 것 같다는 소식에 그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전세버스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인원이 적습니다. 모두 13인, 다음 달에 좀 더 많은 동문이 참석하길 고대하였습니다. 동문 13인이 참가하였습니다. 경동 산악을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석한 분 : 김기창, 하재룡, 최원일, 안철준, 양장근, 원두희, 이상화, 박형열, 신윤수, 정광윤, 김대휴, 박용철, 이규성(13인)
아침 7시경 전세버스로 양재역을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와 친근한 유기사가 코로나 감염으로 못 나와서 다른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입니다. 떠날 때 하늘은 흐리고 약하게 비도 비치는 듯하더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하늘이 맑아지면서 덩달아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간이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10시 55분경 산행 들머리인 오룡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난 달 정기산행을 끝냈던 장소입니다. 비가 쏟아지며 여기서 산행을 그쳤었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로 대조적이었습니다. 기온이 높아서 가을이지만 인디언 써머를 연상시키는 더위 속을 가야 했습니다.
초장에 묘로 가는 길이 있어 혼란되어 길을 약간 잘 못 들었다가 바로 잡았습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가파른데 약 1km를 계속해서 올라가야 했습니다. 겨우 고도 400m 정도의 한 고개를 넘었는데 100m 가량을 내려가더니 다시 아까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길이 가팔라서 올라가는 발이 낙엽에 미끄러지기도 하여 발을 딛기에도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몇 번을 쉬면서 고도를 약 200m 이상 올려 드디어 삼성산 갈림길(GPS고도 521m)에 도착했습니다. 좌로 가면 삼성산(해발 591.5m)에 갈 수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생략하고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컵라면, 김밥, 유부초밥 등으로 식사를 하는 중에 제가 가져간 한라산 소주를 한 병 꺼내서 나누어 마셨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역시 매우 급한 경사길이라서 조심해서 내려가야 했습니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바람은 약해서 더위를 먹을 지경입니다만 다행히 내려가는 길이니 그럭저럭 갈 수 있었습니다.
급한 내리막길은 드디어 약한 내리막길로 변하여 걷기에 편해졌습니다.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지나더니 중간 목표지인 시티재(안강휴게소) 가기 전 마지막 봉우리를 두고는 길이 다시 상승하였습니다. 고도를 약 70m 올려서 고도 353m 정도의 정상에 도착하였고 그 이후로는 시티재까지는 죽 내리막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선두가 길을 조금 벗어나서 우측으로 진로를 수정하여 큰 문제없이 안강휴게소에 도착(14:24)하였으나, 후미 팀은 길을 좌측으로 많이 벗어나서 선두와 시간상 30분이나 늦게 안강휴게소에 도착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계획을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최종 목적지를 마치재에서 옛길로 축소하되 선두 6인은 먼저 시티재를 지나 옛길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후미 7인은 안강휴게소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선두와 안강휴게소에 먼저 도착하였지만 체력이 소진되어 산행을 마치고 후미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마치재에서 기다리던 버스를 안강휴게소로 불러서 4시경 뒤풀이 장소인 호숫가풍경소리(오리와 셀프카페)라는 음식집으로 먼저 갔습니다. 마침 음식점 뒤에 호수(고경저수지)를 바라보는 전망테라스가 있어 경치를 감상하며 막걸리를 마시며 옛길까지 걷고 올 후미를 기다렸습니다. 경치가 좋은 장소에서 편히 쉬며 담소를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사히 산행을 완료한 후미도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고 오리백숙으로 저녁식사를 한 다음 버스에 올랐습니다. 밤 10시가 조금 지났지만 다른 때보다 이른 시각에 양재역에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집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체력이 방전되어 고생하였기에 앞으로는 B코스(단축산행)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의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 후기 -
원래의 목표는 15km 정도 되는 [오룡고개-시티재-마치재]였습니다. 중간에서 그 목표를 약 10km(약간 더 될 수도)인 옛고개로 수정하였고 선두는 목표를 달성하였으나 저는 체력이 달려 안강휴게소에서 산행을 마쳤습니다. 그 대신 호숫가 풍경소리라는 음식점 테라스에서 B코스를 걸었던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그 나름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망팔(80을 바라보는 나이로 71세를 말 함)을 지난 이 나이에 무리한 계획으로 100% 체력을 써야 하는 산행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보다 B코스를 마련하여 즐거운 산행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기한 이에게서 오는 여유”라고 어디서 읽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