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9곳 개방 14개월… 효과 불확실한데 부작용은 심각
4대 강 16개 보(洑)의 효용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환경부는 '보가 물 흐름을 지체시켜 녹조 현상을 심화시키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등 이유로 작년 6월부터 순차적으로 부분 또는 전면 개방〈그래픽〉 중이다. 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면 녹조 현상과 수질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수문을 개방하니 녹조 현상이 오히려 더 심해진 곳이 있고, 특히 강 주변 농민들은 "보를 여는 바람에 지하수위가 낮아져 농사짓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물 담는 보 무용지물 되나
9개 보 가운데 세종·공주보(금강)와 승촌보(영산강)는 작년 11월부터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상태다. 영산강 죽산보 역시 수문을 활짝 열어 강물 수위가 하한 수위(보 관리를 위한 최저 수위)까지 내려갔다. 나머지 5개 보(낙동강 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년함안보, 금강 백제보)는 부분 개방돼 수위가 소폭 하락했다. 특히 보 개방 이전(2017년 5월 31일 기준) 각각 570만㎥, 1580만㎥ 물을 담았던 세종보와 공주보는 15일 현재 100만㎥와 230만㎥로 저수량이 82~85%나 줄어들었다.
물을 담아야 할 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세종보는 강바닥이 갈라지는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발생〈본지 8월15일 자 A12면〉하고, 보 개방 전 500m에 달하던 하폭은 50m 수준으로 줄었다. 이 보들은 15일 현재도 초당 10~40㎥씩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 같은 보 개방 조치의 표면적 이유는 녹조 현상 개선 등이지만, 실은 보 철거 등 방식을 통해 '4대 강을 재자연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성격이 짙다.
◇어도는 폐쇄, 소수력발전은 중단
보 수문 개방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일부 보에선 녹조 현상을 가늠하는 지표인 엽록소a 농도가 줄었지만, 합천창녕보·죽산보 등은 각각 3개월, 7개월 수문을 열었어도 수문 개방 이전보다 농도가 되레 증가한 사실이 최근 환경부 조사로 드러났다. 유해 독소를 내뿜는 남조류(藍藻類) 개체 수가 수문 개방 이후 는 곳도 있다. 15일 환경부 측정망에 따르면 수문을 최대 개방한 세종보의 남조류 개체 수는 지난 6일 현재 물 1mL당 1만7185마리로 2016년 8월 최대치(3040마리)의 4.9배, 작년 8월 최대치(6360마리)의 2.7배 수준이다. 보 수문을 열어 유속을 빠르게 하면 녹조가 감소할 것이라는 환경부 예측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량이 대폭 준 반면 폭염으로 수온은 상승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했다.
보 수문을 열면 물 흐름이 빨라져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 4대 강 사업 이후 수질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의뢰로 대한환경공학회가 조사해 보니, 16개 보마다 8개 지표씩 총 128개 수질 평가 항목 중 56건(44%)은 개선, 악화 18건(14%), 동일 54건(42%)으로 나온 것이다.
농민들도 불만이다. 작년 6월 합천창녕보 수문을 열었다가 대구 달성군 일대 양파·마늘 재배 농가가 "농업용수가 부족하다. 물을 왜 빼느냐"고 반발하자 정부는 다시 물을 담기 시작했다. 농민 반발은 금강·영산강도 마찬가지다. 물이 빠지면서 강정고령·합천창녕·세종·공주·승촌보 등은 보에 설치된 어도(魚道·물고기가 다니도록 만든 길)가 못 쓰게 됐고, 세종·공주·승촌·죽산보는 수문 개방으로 물이 부족해 소수력발전량이 '제로(0)'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를 최대 개방하면 어도가 아니더라도 본류(本流) 가동보를 통해 물고기가 다닐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보 개방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단계여서 이렇다 할 대안을 만들지 못했지만 앞으로 4대 강 보에 대한 조치가 결정되면 어도와 발전소를 옮기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4대 강 조사·평가단을 꾸려 보 개방으로 인한 수질·생태계 변화상 등을 분석해 보 철거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평가단이 올 연말까지 보 처리 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이를 최종 확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선 "철거되는 보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