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기분 틀어지는 거 정말 한 순간이고...그 계기란 것도 참 더럽네요. 돈때문에요.
결혼할 사람이라고,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봐요.
동갑내기고 이십대 후반이에요. 둘 다 힘든 일 해요.
저는 백화점에서 안내데스크 일 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택배회사에서 택배돌리다가 이제는
택배원들 관리하는... 뭐 그런 일을 해요.
남자친구가 저보다 조금 더 벌지만, 뭐 그냥 둘 다 도진개진이에요.
남자친구는 고졸이고 군대갔다와서 바로 일을 시작해서 모아둔 돈이 나이에 비해 꽤 있습니다.
이 사람 4계절 내내 똑같은 청바지만 입고 다니고 아직까지 애들 매고다니는 낡아빠진 백팩 매고 다녀요.
무슨 day들 그런거 챙기는 거 정말 질색할 정도로 싫어해요. 우리 분수에 무슨 이런 거냐고..
그냥 생일 되면 고기 먹고 끝나는 거에요. 생일 선물도 이만원 넘는 거 사면 정색해요.
좀 짜다싶게 돈관리 철저해요. 저는 그냥 마냥 좋게좋게 봤죠. 제 분수에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전 전문대 졸업하고 이일저일 전전하다 번 돈 전부 다 집에 갔다줬어요.
집안 사정이 많이 안 좋고.. 제가 장녀라 거의 가장이다시피했어요..
그래도 저 쓸 거 안 써서 .. 화장품 옷 안 사고 도시락 싸들고 회사다니면서 한달에 십만원 이십만원씩
제 미래를 위해 모았습니다. 결혼자금으로 생각하면 맞아요. 그렇게 해서 모든 돈이 천만원정도 되었어요.
근데 ..한달 전쯤에 아빠가 개인택시를 하시는데...사고를 내셨어요. 어쩌다 다른 택시를 치셨는데..
거기에 손님도 3명이나 승차하고 있었대요...
이리저리 합의금, 병원비, 차수리비.... 다 제가 냈어요. 스무살때부터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논 거
없어지는 거 순간이더라고요. 참 나.... 쓰면서도 억울해서 눈물이 나요.
남친도 이 상황 다 알고 있고요..옆에서 많이 위로해 주더군요. 근데 언뜻 본 남친의 표정은...정말
뭐랄까요. 속에서 천불이 터지는데 차마 내색할 수 없는 그런 똥씹은 표정? 이해해요. 나도 그러니까요.
나는 엉엉 울기라도 하지, 남친은 뭐라 내색하기 참 그런 입장이잖아요. 유월 되기 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진짜 결혼한 사이는 아니니까요..
문제는 엊그제에요.. 저희 집이 전세에요. 1억짜리 18평 구빌라에서 다섯식구가 옹기종기 사는데...
글쎄 이빌라가 재건축을 한다고 두달 내로 다 나가랍니다. 이 한겨울에 당장 어디로 갑니까..
돈도 없고 빚밖에 없는데요...
가족 다 같이 집 알아보러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데.. 도저히 1억짜리 집은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신용이 없어서 대출도 안 되고...미치겠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일억 천만원짜리 괜찮은 집이 하나 있더군요.
엄마도 그 집이 마음에 드는 눈치시고...
엄마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오백은 만드셨대요. 나머지 오백이 문젠데...
대학생 동생이 자기 적금 500만원 깨서 보태겠대요. 걔도 정말..힘들게 장학금 받으면서 학교 다니고
잠도 안 자가면서 알바해서 번 돈이에요. 제가 알아요...그게 정말 너무 아까운 거에요. 아빠 택시사고로
날린 제 돈 천만원보다 더 너무너무너무 아까운거에요..
그래서 남자친구한테 오백만원만 꿔달라고 했어요.
싫다네요. 한 마디로.. 안된대요.
전 흔쾌히...까지는 아니어도 알겠다고 할 줄 알았어요. 저라면 꿈뻑 죽는 그런 착하디 착한 사람이니까요.
제가 너무 민망하고 당황해서 횡설수설했어요. 우리 결혼할 사이 아니냐고..너무 야박하다고...
뭐 그랬던 거 같아요, 제가...
바로 응수하더군요. 결혼전부터 이렇게 집에 돈 다 갖다주면 우린 어떻게 살 거냐고. 결혼할때도 집에서
아무 도움 없을 거 당연한데, 우리도 살아야되지 않겠냐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더군요. 할 말이 없었어요.
돈 한 푼 없이 시집가는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거기다 돈까지 빌려달라니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기가 차죠.
근데..너무 서운하고 서럽고 한 건 어쩔 수 없나봐요. 3년을 사귀고 서로 집안 사정 알 거 다 아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사랑도 있지만 우정도 크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00이(제남친)한테 어떻게 안 되겠냐고 자꾸 물어봐요. 오백아니고 한 이삼백만이라도요...
아빠도 밉고 엄마도 밉고 남친도 밉고...다 싫어요. 돈이 정말 사람을 괴물로 만드나봐요.
그냥 아무 해결 안 날 거 알면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봐요...속이라도 후련해지게...
다 내가 못 난 탓 알면서도.. 이래요... 눈물만 나요.
남친한텐 아무 서운한 내색 안 하고 멀쩡한 척 해요. 근데 속은 정말 타들어가요.
얘가 정말 날 사랑하나?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돈에 융통성없는 사람하고 결혼해서 내가 행복할까...까지...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요.
힘드네요. 남친말이 다 옳아서 더 힘들어요. 정말 철저하게 빈틈없는 사람이라 요즘은 쳐다보는 것도
숨막혀요. 이런게 정떨어진다는 건가요?
다 싫지만 정말 제가 제일...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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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도 참 ..힘들게 살아온게 내처지랑 비슷하네... 그래도 아닌건 본인이 잘 알텐데....아가씨 힘내라...
서운한거는 알겠는데... 남친은 남이지 남편이 아니잖아... 엄연히 말해서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지.. 지가 발벗고 나서겠다면 또 몰라.. 그것도 아니잖아... 동생적금도 깨고, 모아논거 다 갚고 난리를 쳤는데도 돈이 모자라서 이야기 해봤는데 안된다고 했으면 또 몰라.. 아직 동생이 적금도 안깼잖아.. 이건 또 무슨경우래.....
천만원 여유돈도 없으면서 왜 1억 1천짜리 집을 알아본거야? 돈에 맞춰서 가야지 천만원이 적은돈도 아니고.. 생각고쳐먹고 집부터 다시 알아봐..
그리고 정말 그남자랑 결혼할 생각이 있으면 입장바꿔서 반대로 생각해보길.. 남친네집 1억짜리 살다 이사하는데 천만원이 모자란다.. 나머진 구했고 500만 빌려달라 하믄 어찌 생각하겠어.. 말이 빌려달라는거지 그거 안갚으면 갚으라고 독촉이나 할 수 있겠음? 걍 보태달라는 말인거지.. 원래 자긴 아닌거같아도 사람마음이 돈빌릴때랑 갚을때랑 달라지게 마련임.
무슨 남친돈도 지돈인줄 알아
결혼할 자격도없다 ㅡㅡ
뭐지 이상한여자네 구구절절사정설명하면서 합리화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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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여자는 여시같이 그런마인드가 아닌거같애;; 말이라도...이게 아니라 저여자는 진짜 걍 그돈 받고 당연히 우린 사귀는 사이니까 넌 나한테 도움을 줘야하는데;;이런건듯.. 말이라도 했으면 어짜피 거절할거 고마웠을텐데..이게 아니라. 여시 의견에 태클은 아니고!!!!!
어이없다.........저 여자 멘탈이 이상한데..지동생 돈은 아깝고 결혼 예정이라는 남친 돈은 안 아깝나?? 저거 뭔 심보임??? 저 여자 엄마도 웃겨 참나 남친돈 끌어와카는게 말이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네
둘이 결혼했다가는...........남자 참..
다 변명같어
흠냥..그래도 사귀는사인데 서러울수도 있을거 같긴하다..후................ㅂ
집안일에 아직 가족도 아닌 남친까지 끌어들이는건 아니지...
그리고 그 전에 빚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택시기사도 은근 돈 잘벌고 자기도 돈벌어서 집에 줬는데 모은돈이 그렇게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