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린그래스 각본과 연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2020)를 인상 깊게 관람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세기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과 황량함을 실감나게 그려냈는데 이 영화의 원작 등 아홉 권의 소설을 펴냈으며 여섯 권의 시집과 두 편의 수상록을 남긴 텍사스 출신 말잔등 위의(horse-riding) 작가 폴레트 질스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가(NYT)가 16일 전했다. 지난 8일 샌안토니오에서 운명했는데 뒤늦게 부음이 전해졌다.
의붓 손녀 페이스 일레인 로리가 고인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았다고 확인했으며, 사망 원인은 위 합병증이라고 전했다. 고인은 지난 달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일종의 비알코올성 간경변증"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판매 추적 시스템 북스캔(BookScan)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그녀 작품들은 100만 부 이상 팔렸다.
남북전쟁 역사와 미주리주와 남서부를 가로지른 자신의 승마 여정에 영감을 얻은 그녀의 소설들은 캐릭터들의 길고 위험한 여정을 통해 이 지역의 험난한 과거를 세밀하게. 당시를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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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마음 | 뉴스 오브 더 월드 ( News of the World , 2020 ) - Daum 카페
그녀의 글쓰기는 광범위한 연구와 엄격한 산문, 재치 있는 대화, 책들을 건너 맥락이 연결되는 캐릭터들로 충성스러운 독자들에게 연속성을 제공했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로 변경 지대 주민들에게 신문 기사를 읽어주며 생계를 잇는 제퍼슨 카일 키드 대위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창조된 캐릭터다. 그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독일 소녀를 우연히 만나 그녀를 친척들 품에 돌려보내기 위해 텍사스주 위치타 폴스에서 샌안토니오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여정을 함께 한다.
더타임스 리뷰를 통해 평론가 자넷 매슬린은 "자유의 기쁨, 독점적인 사랑, 순수한 모험 및 문화적 화해에 관한 좁지만 절묘한 책"이라고 일컬었다. 그녀는 "(213쪽에) 담기에 너무 많은 얘기이지만 질스는 몇 마디로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초기 소설 'The Color of Lightning'(2009)에서 브릿 존슨이란 해방 노예는 남북전쟁 이후 아내와 아들을 찾기 위해 텍사스 전역을 돌아다닌다. 그는 새로 통과된 14차 및 15차 헌법 수정 조항에 따라 과거 노예였던 사람들에게 부여된 권리에 대해 알았는데 이제 키드 대위가 큰 소리로 읽어주는 신문 기사를 통해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존슨은 길 위의 자유를 택한다. "그 자체로 매우 길고 얇은 나라, 시민들이 고립되고 속박되지 않은 나라, 여권이 모두 백지 위임장인 나라"를 선호한다고 질스는 썼다.
캐나다 작가이자 시인 스티븐 하이튼은 NYT 북 리뷰를 통해 질스를 코맥 매카시 같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소설의 서정적 하위 장르 '시적 서부극' 전문가라고 칭송했다.
질스는 텍사스주 유토피아 근처 32에이커 규모의 목장 안 원 룸 오두막 위 작은 집필 스튜디오에서 글을 썼고, 블루그래스 밴드에서 페니 휘파람을 불기도 했으며, 지역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멕시코와 다른 곳으로 자주 승마 여행을 다녔다. 목장에서 그녀는 벅과 잭슨이란 말들, 두 마리 고양이와 잉어를 길렀다.
폴레트 케이 질스는 1943년 4월 4일 미주리주 세일럼에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보험 영업사원 레너드 질스와 유화 화가 루비 레이시의 네 자녀 가운데 한 명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1961년 캔자스시티 센터 고교를 졸업하고 워렌스버그에 있는 센트럴 미주리 대학에서 수학한 뒤 미주리-캔자스시티 대학에 진학했다. 그녀는 1968년 로맨스 언어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 CBC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퀘벡주 북극와 온타리오주 북부를 여행하며 크리와 오지브웨이 부족 공동체가 원주민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글쓰기로 일찍이 성공을 거뒀고, 1970년대 전체와 80년대 대부분을 이 나라에서 보냈다. 첫 시집 'Waterloo Express'(1973)를 냈는데 하우스 오브 아난시 프레스여서 였는데 당시 편집자 중 한 명이 저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였다. 두 번째 시집 'Celestial Navigation'(1984)은 캐나다 최고의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했다.
애트우드는 이메일에서 질스를 "거치면서도 똑똑한" 사람, 즉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진지한 작가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질스가 언젠가 버려져 편자 없이 습지를 돌아다니는 말을 발견하고 구해달라고 설득한 적이 있다고 썼다. 애트우드는 2006년 출간된 작품집 'Moral Disorder'에 수록된 에피소드 'White Horse'에서 그 순간을 허구로 꾸몄다.
1980년대 후반 미국으로 돌아온 질스는 다양한 출판물에 실린 시와 산문을 모아 미국 출판사 임프린트로 처음 출간하는 'Blackwater'(1988)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무법자 제시와 프랭크 제임스의 위업을 서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그 무렵 질스는 사촌과 함께 미주리 남부 잭스 포크 강을 따라 캠핑하던 중 예비역 육군 중령 짐 존슨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존슨의 제안으로 둘은 질스의 대가족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가로지르는 7개월 여정을 떠났는데, 1992년 회고록 'Cousins'에서 이 일을 자세히 돌아봤다.
1991년 존슨과 결혼한 질스는 위네바고 레크레이션 차량(RV)으로 남서부와 멕시코 전역을 여행하다가 1995년 샌안토니오의 킹 윌리엄 동네에 정착했다. 그들은 2003년 이혼했고, 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토피아로 이사했다.
질스는 역사소설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시, 수상록, 심지어 디스토피아 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녀의 스릴러 ' Lighthouse Island'(2013)는 머나먼 미래에 전체주의 정부를 피해 달아난 고아 소녀와 하반신이 마비된 기상학자의 얘기를 담고 있다. 다른 책으로는 캐나다의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회고록 'North Spirit'(1995), 그녀에게 폭넓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처음 받게 만든 'Enemy Women'(2002), '뉴스 오브 더 월드'에 등장한 캐릭터를 따라 가는 'Simon the Fiddler'(2020)가 있다.
시인 나오미 시합 나이는 텍사스 먼슬리가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자 "훌륭하고 추진력 있으며 때로는 까칠한"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고인의 면모가 가장 도드라진 것이 'Enemy Women' 출간 후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 인터뷰를 통해 조용하고 한갓진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밝힌 것이었다. "내 삶이 계속 따분하고 지루하길 바랄 따름이다. 내겐 그게 제일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