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 때문에 고통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탁구는 치고 싶고 몸은 안 따라주고 괴로우시죠. 어떤 한의사의 칼럼에서 탁구는 허리에 안 좋은 운동이라는 글을 읽으셨다고 했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사실 아주 특수한 운동을 제외하고는 허리에 좋은 운동, 허리에 나쁜 운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방법에 따라서 같은 운동도 허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허리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탁구만큼 허리의 재활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드물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근거는 첫째로 라켓의 무게가 가볍고 길이가 짧기 때문에 몸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둘째로 평탄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공간에서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성이 낮습니다. 셋째로 자기 실력에 맞추어서 운동의 템포와 강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한의사는 탁구가 허리에 좋지 않다고 했을까요? 제가 그 칼럼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무리하게 허리를 비트는 동작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지식으로는 탁구는 허리를 많이 비트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 허리를 많이 비트는 운동은 아닙니다.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지식으로는 탁구는 몸통을 하나의 판으로 사용하여 회전하는 운동이지 판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꼬는 운동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탁구는 직사각형의 도토리묵 덩어리가 전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출렁거리듯이 움직이는 운동이지 억지로 덩어리 전체를 부서질 정도로 비트는 형태의 운동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탁구를 하는 중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부상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전체적인 조화로운 움직임이 아닌 국소 부위의 강한 근육 수축으로 타구의 파워를 증가시키려는 잘못된 생각에서 대부분의 부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찰이나 종각, 그리고 옛날 궁궐들을 살펴보면 그 건물에서 가장 큰 하중을 감당하는 부분은 가장 굵은 나무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부분은 하나의 굵은 기둥이 아니라 그보다 가는 굵기의 여러 개의 기둥을 사용하여 힘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살펴보시면 요즘 건물과는 다르게 기둥과 주춧돌 사이에 아무런 접착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건물의 무게만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시멘트나 볼트너트를 사용하여 고정할 것 같은데 왜 옛날 사람들은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요? 당장은 시멘트나 볼트너트를 사용한 체결방법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 백년이라는 긴 시간 후에도 이러한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요? 아마 체결부위의 볼트나 너트 시멘트의 강도가 떨어지면 건물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입니다.
또 지진이나 태풍등 체결부의 강도를 초과하는 강한 외부적 힘이 가해지면 이러한 건축물은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건축물들은 내부적으로 어느 한부분의 체결 강도에 의존해서 건물이 성립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에 의해서 건물이 성립되어있기 때문에 외부적인 에너지 역시도 한 체결부위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분산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탁구란 우리의 신체를 사용하여 증폭시킨 에너지를 공에 실어주고, 공에 실린 상대방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해소하는 일종의 에너지 수발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초보자들은 내 에너지를 공에 실어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상대방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해소하는 행위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부상은 이러한 에너지 수발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신체를 움직여서 외부적인 대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외부로부터의 에너지를 내 신체를 통하여 해소시킬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에너지의 수발이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공간의 범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개인에 따라서 이러한 공간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적어도 2/3이상의 에너지를 손실 없이 수발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기술이 구현되어야 부상의 위험이 없습니다. 내가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이러한 공간을 넘어서서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초과한 에너지를 무리하게 수발하려고 하면 신체의 에너지 통로는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러한 에너지 통로의 손상은 근육이나 인대의 부분적인 찢어짐, 비정상적인 근육의 뭉침, 관절부위의 손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너무 어렵나요? 그럼 얘기를 허리에 국한시켜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허리에 대해서 간과하는 부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허리는 한 겹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왜 흔히 이렇게 생각하는가 하면 주관적인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에 대한 인식은 조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안하던 운동을 하거나 갑자기 근육을 사용하게 되면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형태의 통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숨을 쉴 때마다 뜨끔거리고 자세를 바꿀 때마다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른들은 나쁜 피가 붙었다고 하고, 담이 붙었다고도 하며 다양한 표현으로 이러한 상태를 묘사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근육의 뭉침이나 미세한 손상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의 주관적인 감각이란 정밀도도 떨어지고 인식의 범위도 아주 좁습니다.
저는 탁구가 참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대표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러한 몸에 대한 인식의 정밀도와 범위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개선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인체에서 가장 굵고 강한 근육들은 골반 주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골반을 중심으로 척추를 향해 다양한 길이와 방향을 가진 근육 군들이 겹쳐져 있습니다. 이 곳은 인체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힘이 이곳에서 출발 합니다. 우리가 흔히 허리라고 부르는 부위는 이 곳이 아니라 갈비뼈로 이루어진 흉곽과 골반 사이의 부위를 대개 말합니다.
그러면 왜 하고 많은 부위 중에서 허리가 아플까요? 에너지가 어떤 매질을 통해 흘러갈 때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매질 사이에서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공간을 기준으로 할 때는 넓은 장소에서 좁은 골목으로 진입할 때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계곡의 물도 바닥이나 폭이 좁아지면 거칠게 흘러가게 됩니다. 그 결과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부위의 구조물에 손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고정된 부위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부위 사이에서 힘은 정체되게 되고, 상대적으로 고정된 흉곽과 골반 사이의 허리부위에서 구조물의 손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허리의 구조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리의 근육을 강화시켜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헬스(근육강화운동)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말고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은 에너지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입니다.
인체는 거대한 기어박스와 같습니다. 다양한 크기와 기어비를 가진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모든 톱니바퀴들이 같은 속도 같은 각도로 회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서로 연동하면 되는 것입니다. 톱니와 톱니들이 적절한 각도로 정확하게 맞물려서 연동할 수 있다면 기어박스는 원활히 작동하게 되고 다양한 형태의 운동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일 허리의 상하에 존재하는 골반과 흉곽이 적절한 비율로 움직여 줄 수 있다면 허리는 하나의 통로로서 힘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고 왜 어떤 사람들은 어깨가 아프고 또 왜 어떤 사람들은 손목이 아플까요? 그 부분에 균형감을 잃고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 전후의 흐름을 도외시한 채 한 곳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때로 탁구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 이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나치게 탁구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다른 소중한 가치들과 서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없다면 연결성과 유대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막지 말고 흘러가게 해주어야 합니다.
근육의 작용이 수축에 의한 근력의 발생만은 아닙니다. 고유한 부피와 탄력을 가진 에너지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어지듯이, 강한 근수축력은 원활한 에너지의 소통을 동반할 때 비로소 자연 상태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외부적 대상으로서의 내 신체에 대한 인식과 신체에 대한 내적 인식은 절대로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부적 대상으로의 인식이 곧 객관적인 인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내적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적인 인식과는 달리 내적 인식은 무한한 개선이 가능합니다. 생각과 신체 반응 사이의 거리감을 얼마나 좁혀 나갈 수 있는가가 탁구를 잘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탁구를 안치다가 갑작스래 쳤더니 젊은 나이임에도 관절이 아픈것은 아닌데 벌레가 톡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정상은 아닌듯.. 평소에 안하다가 갑작스러운 몸의 움직임이 관절에 무리를 준 것 같아요.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몸과 정신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즐탁 해야 할 것 같네요. ^^
첫댓글 고경님의 평소지론이 잘 담겨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탁구를 안치다가 갑작스래 쳤더니 젊은 나이임에도 관절이 아픈것은 아닌데 벌레가 톡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정상은 아닌듯.. 평소에 안하다가 갑작스러운 몸의 움직임이 관절에 무리를 준 것 같아요.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몸과 정신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즐탁 해야 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