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감 한 알
가지 끝에 저녁을 옭아매고
숨 고르는 밭이랑 사이
갈대는 제 누런 깃발을 내린다
바람이 한 잎씩
묵은 주소를 지울 때
해름판 노을은
산 너머로 단절을 짐 싸고
어둠이 길을 삼키면
자전거 한 대, 외눈을 켠 채
낯선 궤도로 접어든다
승강장에 앉아
파문처럼 지나온 계절을 넘길 뿐
남겨진 바람만이
다음 역의 이름을 암송한다
이사만 하면
삶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다
카페 게시글
시 (가~사)
다음 역의 이름
박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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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
26.10.21 06: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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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사를 자주 했나 보네요.
어쩌면 사는 것 자체가 시시각각 이사일 수 있겠지요.
발행인 님 이번이 열 세번째 이사를 했습니다
울 엄니 살아생전 말씀하셨어요
"셋째는 이사가 취미인가봐"
관련해 추후에 시 써 볼게요
인생이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일 수도 있고, 저처럼 이사일 수도 있겠지요
저마다 다르니 같은 듯 다르게 쓰여지고 독자마다 느낌이 달리 읽혀지는 게 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