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오후 5시 30분.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가 고요에 잠기는 시간입니다.
관광객들은 이미 해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리조트 안에서 차 마시고 수영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한 방향을 바라봅니다.
코타키나발루의 태양이 바다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날은 하늘 전체가 불붙은 듯 빨갛게 타오르고, 어떤 날은 양탄자처럼 깔린 새털구름 지는 해가 핑크빛과 보랏빛, 오렌지빛
으로 물들입니다.
숨이 멎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 풍경입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바다를 덮을 때까지, 이 황홀한 석양의 시간만으로도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올 이유가 됩니다.
◇화려한 리조트, 비치와 트레킹까지
말레이시아는 본토인 말레이반도 지역과 보르네오섬 북부 지역으로 나뉩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 북단에 있는 사바주의 주도입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5시간쯤 날아가면 야자수와 옥빛 바다가 반깁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중심은 리조트입니다.
그 중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탁 트인 바다 배경으로 펼쳐진 27홀짜리 골프장과 5개의 수영장, 요트 클럽과 스파, 고급 레스토랑
10여개 등을 갖추고 있어 규모가 대단합니다.
리조트 안에서 부대시설만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리조트 밖 코타키나발루를 경험하려면 수트라하버의 로지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동남아시아 최고봉(해발 4095m)인 키나발루산, 스노클링과 패러세일링 즐길 수 있는 마누칸섬 안에도 숲속 오두막처럼 호젓한
수트라하버의 로지가 있습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키나발루산에는 지름이 90㎝에 이르는 라플레시아 꽃 비롯해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어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
마누칸섬은 툰구 압둘라만 해양공원에 속한 5개 섬 중 하나입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 내 선착장에서 고속 보트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소박한 비치입니다.
점심때쯤 되면 양꼬치와 닭꼬치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해변으로 솔솔 풍겨옵니다.
◇낭만의 증기기관차
코타키나발루의 여행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꼭 들러야 할 '힐링 코스'가 있습니다.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여행'.
역사 속으로 사라진 증기기관차를 타고 코타키나발루 인근의 작은 마을들을 4시간 동안 느리게 돌아보는 여정입니다.
나무를 때서 기차를 움직이는 이 증기기관차는 1900년대 초 만들어졌습니다.
철로는 1880년대 영국인들이 이 지역을 탐험하기 위해 놓은 것입니다.
기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 칙칙폭폭 달리는 소리, 시간 멈춘 듯한 시골 마을과 그 안에 뛰노는 작은 아이들….
기차가 출발역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사는 시공간에서 점점 벗어나는 듯한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이국 땅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옛 방식 그대로 철제 도시락에 담겨 나오는 '티핀 세트 런치'는 기차에서 맛보는 별미입니다.
닭꼬치와 고등어살 튀김, 치킨 볶음밥 등 현지식이 열대 과일과 함께 제공되는데 분위기만 있는 게 아니라 맛도 있습니다.
여행 수첩
대한항공(수·토), 아시아나항공(화요일 제외), 이스타항공(수·목·토·일)이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 노선을 운행합니다.
수트라하버 리조트에 묵을 땐 ‘골드 카드’ 이용하면 알찬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누칸섬 왕복 페리와 BBQ 점심 뷔페, 스노클링 장비 대여가 무료.
리조트 내 레스토랑 세트 메뉴와 시내 왕복 셔틀버스, 레이트 체크아웃(오후 6시)도 무료입니다.
1박 기준 성인 9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