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가 신경질적으로 짖어대면서 경광등을 번쩍거리고 다가온다.
아무 잘못도 없지만 그놈들은 항상 기분 나쁘다.
어! 근데.
그놈이 멈춘곳에 프라이드가 서있다.
더이상은 못가겠다는듯 입을 벌리고 버티고 서있다.
주인인듯한 사내는 입 안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고...
이곳에선 이름조차 잃고
포드라는 명찰을 달고 다닌 참 불쌍한 놈이다.
프라이드.
내겐 참 친근한 놈이다.
10여년 전 첨 그놈을 만났고 난 그놈과 더불어
땅끝에서 임진각까지 때론 잘뻗은 고속도로를,
때론 오프로드도 마다않고 같이했다.
짐을 잔뜩 싫고 비내리는 미시령을 넘던날 난 그놈의 힘을 새삼 느꼈다.
또
아내의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김포공한 옆 저층아파트에 살 때.
6층짜리 13평 아파트였는데,
아무 생각없이 꼭대기층으로 이사를 해서
하루 몇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까진 운동삼아 버틸만 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꼭대기층을 왜 기피하는지 실감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서 놀이방에 맡겨놓은 아들놈을 찾아 방에 들어가려는 찰나
아 이런!
난 벌써 10여년전에 요즘 울방 아짐들이 즐겨하는 불가마를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하루종일 달구어진 방바닥은 신발을 신지 않곤 못들어갈 정도로 뜨거웠다.
꼭꼭 닫아둔 방안 공기란...
그 때
내가 피난을 가곤 하던 곳이 바로 프라이드 안이다.
엔진을 켜놓고 에어컨을 적당히 맞춘채 아들놈과 하루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음악도 듣다가, 엄마 마중가자면 공항 가서 마눌을 데려오곤 했다.
그리고 세식구는 다시 차안에서 집안의 열기가 식을때 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아들녀석이 잠이들면 들어가곤 했는데,
잠든 녀석을 둘쳐업고 6층을 오르고 나면 다시 샤워를 해야만 잠을 이룰수 있었던.
그 프라이드를
오늘, 그것도 입을 헤벌리고 선
너무 늙어버린 모습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