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The JoongAng plus/시(詩)와 사색』2023.04.15 -
한낮의 길에서 울고 있는 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는데 그 탓에 눈가를 닦아 낼 수도 없는 듯했습니다. 저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습니다. 슬픔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고 삭이고 삼키는 것을 어른스러움이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울음만은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베개에 얼굴을 묻거나 책상에 엎드려 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하지만 불현듯 눈물이 다다를 때 우리는 도리 없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게 됩니다. 혼자 울 시간이 필요하니까. 눈물을 들키기 싫으니까. 다시 얼굴에서 손을 뗄 때쯤 슬픔이 조금이라도 잦아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