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에게 겨울 식량 주는 신갈나무… 도토리 생산량 조절해 후손 퍼트린대요
신갈나무
동물들의 겨울 식량이 되는 도토리는 참나무 종류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라요. 위쪽은 신갈나무, 아래쪽은 굴참나무의 도토리예요. /국립생물자원관·국립수목원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어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도 수시로 깨어 여기저기 묻어둔 먹이를 꺼내 먹어요. 곤충도, 꽃도, 잎도 없는 겨울에 이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바로 도토리입니다. 반달가슴곰이나 다람쥐뿐 아니라 멧돼지, 토끼, 새들도 도토리를 먹으며 긴 겨울을 보낸답니다.
도토리는 참나무라 불리는 나무들의 열매이자 씨앗입니다. 우리나라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류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입니다. 이들은 줄기 둘레 1~2m, 높이 30m까지 자라고, 매우 단단하며, 웅장한 숲을 이루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갈나무에 대해 알아볼게요.
신갈나무의 꽃은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핍니다. 봄철 새잎이 나기 전에 줄기 끝에서 길게 늘어진 수꽃 다발이 주렁주렁 달려요. 이때 겨울 동안 굶주렸던 사슴이나 고라니는 영양 풍부한 신갈나무의 수꽃을 먹으며 기운을 회복한답니다. 꽃잎이 없는 암꽃은 가지 끝에 아주 작게 피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암꽃이 열렸던 자리에 도토리 열매가 달려요.
신갈나무는 식량을 숲 여기저기 저장하는 다람쥐나 새의 습성을 이용해 씨앗을 퍼트립니다. 도토리는 늦은 가을에 여물고, 크기가 크며, 양분이 꽉 차있는 겨울 식량입니다. 딱딱한 껍데기에 싸여 있기 때문에 땅속에 오랫동안 저장하기에도 안성맞춤이죠. 특히 다람쥐는 대부분의 도토리를 뿌리가 내리기 쉬운 땅속에 저장합니다.
도토리 생산량은 신갈나무의 영양 상태와 온도, 강수량, 바람 등 기상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풍년과 흉년이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납니다. 신기하게도 신갈나무가 도토리 생산량을 조절함에 따라 다람쥐 수도 달라져요. 도토리가 풍년인 해에는 식량이 많아지니 다람쥐들도 새끼를 많이 낳아요. 풍년 이후 2~3년간은 도토리가 적게 열리는 흉년이 이어집니다. 먹을 것이 줄어드니 다람쥐도 같이 줄어들게 되죠.
그리고 다시 도토리 풍년이 오면 혹독한 굶주림을 겪고 살아남은 다람쥐는 다음 흉년을 대비해서 더 많은 도토리를 더 많은 장소에 묻게 돼요. 결과적으로 신갈나무는 도토리 생산량을 조절하며 숲속 여러 곳에 자신의 씨앗을 확실하고 안전하게 심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같은 숲에서 자라는 다른 참나무들도 같은 시기에 흉년과 풍년을 겪어요. 만약에 다른 신갈나무나 졸참나무가 해마다 번갈아 가며 많은 양의 도토리를 생산하면 다람쥐 수가 계속 늘어나서 문제가 될 거예요.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나무들이 어떻게 함께 흉년, 풍년을 겪을 수 있도록 꽃과 열매 생산량을 맞추는지 연구하고 있답니다.
차윤정 산림생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