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난 몸이 안좋거나 정서적으로 좀 불안한 상태거나 하면 군대가는 꿈을 꾼다 백에 구십구는 군대 갔다왔는데 서류가 잘못되서 다시가야 된다는 내용... 그럼 난 울부짖으며 저 군대 갔다 왔단 말예요 제발 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절규하며 땀을 흥건히 흘리며 깨어난다... 휴~ 꿈이었구나... 어찌나 좋던지... 그만큼 내 인생에 있어서 군대에서 보낸 생활은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생활중 떠오르는 넘이 있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너무나 어려운 생활에 못이겨 최종학력이 중졸임에도 불구하고 자원해서 군대왔다는 김일병... 후식으로 나눠주는 서울우유 종이팩을 어떻게 딸지를 몰라 입으로 물어뜯는 넘을 보고 내가 따주니까... 머쓱하게 날 보던... 참으로 선한 눈을 가졌던 그넘... 이삼일에 한번씩 나오는 고깃국을 맛깔스럽게 먹던 그넘... 나의 것을 덜어주자 왜 이러케 맛있는걸 안먹냐며... 그 선한눈으로 날 쳐다보며 고마워했던 그넘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월급을 받으면 [ 월급이래봤자 사회에서 하루치 용돈도 안되는 액수 ] 의례 PX가서 과자 음료수를 사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PX에서는 그넘을 볼 수가 없었다... 돌아와서 보니 책갈피에다 소중하게 돈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었다 야~ 너 뭐해? 피엑스 안가? 같이 가자... 그넘 - 물오리 병장님 전 괜찮습니다... 뭐 정리할 것도 있고 해서요... 나 - 잔말 말고 따라왓! [군대는 이게 좋다] 피엑스에 가서 나는 그넘에게 진주햄 쏘세지를 사줬다... 너무도 맛있게 먹는 그넘... 물병장님 이건 뭘로 만든건데 이렇게 맛있대요? 나는 또하나 사줄 수 밖에 없었다... 만류하는 그넘을 차렷자세로 만든 다음... 난 뭐든지 맛있게 뭐든지 신기하게 보는 그넘이 좋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 - 야 ~ 너도 월급받으면 이런거 사먹고 그래 임마... 군발이가 이런낙이라도 있어야지... 그넘 - 안돼요... 시골에 여동생이 있는데 그 애 중학교 입학금이라도 내줄래면 모아야 돼요 하며 고개를 못들고 쏘세지만 만지작 거리던 그넘... 아마 그넘은 그때 여동생에게 이 맛있는 쏘세지를 갔다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론 월급날이면 의례 명령으로 PX를 가서 같이 쏘세지를 먹었고... 항상 고마워하던 그넘... 그넘의 첫 휴가날 나는 여동생 갖다주라며 쏘세지를 한가득 사줬다... 휴가 끝나고 귀대할때 물병장님만 드세요 하며 신문지에 꼬깃꼬깃 싼 쑥떡을 수줍게 내미는 그 넘에게 나는 그 맛없는 쑥떡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고역을 했는지... 그 날은 팀스피릿훈련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어느정도 고참이 된 나는 부식계 일원으로 빠져 식량을 담당하던 일을하게 되었다... 식량공급차를 타고 떠날려는 순간 그넘이 보였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얼굴이 창백하고 힘이 없는 듯한 그 녀석을 보며... 왠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말했다... 야... 이차 타 어차피 훈련지까지 가는거니까... 같이 타고 가자... 빨리타 임마... 김일병 - 안돼요 물병장님... 제가 챙길 물건도 있고... 또... 그차 타면 고참한테 되지게 맞아요... 군대의 생리를 아는터라 더 이상 말은 못하고... 알았어 임마... 조심해! [ 나는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 김일병 - 넵 ~ ! 역시 선한 눈으로 웃으며 씩씩하게 " 공격 " 이라는 구호도 붙이며 경례까지 해준 그넘... 하지만 그것이 나와 그 넘의 마지막 인사였다... 훈련지에서 하루를 보내고 들어온 나는 그 넘의 주검을 보게되었다... 그 넘이 탄 트럭이 논두렁에서 굴러 떨어져 맨끝에 있었던 이놈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데다 기름까지 새서 질식사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하루만에 싸늘히 돌아온 그 넘의 주검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바로 내옆의 옆 자리가 비어 있을때야 비로소 실감이 갔다... " xxx럼 ~ 그러니까 내 차를 탔어야지... xxx 고참말 안듣더니 넌 죽어도 싸 이 xxx ~ " 난 모포를 뒤집어쓰고 쓸데없이 그 넘을 욕하고 있었다... 삼일장으로 열린 그넘의 장례식... 연락을 받고 온 그넘의 엄마와 그 넘이 그러케 아끼던 여동생 숙희... 단발머리에 촌티나는 숙희... 그 넘과 똑같은 선한 눈을 가진 숙희의 울부짖음... " 오빠야 ~~ 전에 휴가나왔을때 나 꼭 대학 보내준다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더니... 이게 뭐야 ~ 바보 오빠야... 이젠 어떡해 ~~ 바보오빠야~~ 말좀해 봐 ~~ 흑흑...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숙희를 껴안으며 울었다... 그 애에게 꼭 해주고 싶은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 숙희야 니 오빠는 바보오빠가 아냐 너 입학금 대줄라고 월급도 꼬박꼬박 저금 했었던 훌륭한 오빠야.... " " 그러니까 너 오빠를 위해서라도 공부 열심히 해야돼 " 숙희는 나를 보더니... 더욱 서럽게 울었다... 오빠 쏘세지 오빠 맞지? 쏘세지 오빠지~~ 엉엉 ~ 엉엉 ~ 아마 내가 그넘 첫 휴가때 사 보내준 쏘세지를 기억하나보다... 오빠 ~ 엉엉 ~ 오빠 말 많이 들었어~ 쏘세지 오빠~~ 울 오빠 살려줘~~~ 살려줘~~ 그리고 내가 직접 그넘의 유품정리를 했다 공책 한권과 군인수첩 그것뿐이었다 그넘의 공책을 보면서 나는 또 한번의 울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낙서같이 국민학생 같은 필체로 순서없이 끄적여 놓은 말... " 난 군대가 너무 좋다... 고기도 자주 먹고... 우유도 주고... 난 말뚝박을거다... 숙희 대학도 보내고... 진작 올걸 그랬다... 난 군대가 너무 좋다... 그리고 물병장님 무좀이 심하다... 저번 불침번 설때 난 몰래 물병장님 군화를 신었다... 그 무좀이 나에게 옮겨왔으면 좋겠다... " 아... xxx넘 그러케 좋은 군대 니 말대로 말뚝박고 평생 해먹지 븅신 죽긴 왜 죽어... 하며 공책을 부여잡고 몹시도 흐느꼈다... 어쨌든 그 넘이 내 무좀을 가져갔는지 아직까지 난 무좀은 없다... 누군가가 무좀으로 고생하는 걸 보면 난 지금도 그 넘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