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우려하는 미·EU, 한 목소리로 ‘과잉 생산’ 견제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광둥성=AP/뉴시스]
중국의 ‘과잉 생산(Overcapacity)’은 오늘날 글로벌 통상 분쟁 이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이용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대량생산으로 싼 값에 물건을 팔자, 이것이 내려가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흘러들어가며 현지 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 생산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반복적으로 사용한 레토릭이기도 하다. 4월 3일부터 9일까지 중국 방문에 나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에 세계 경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제조업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등 공정한 경쟁 여건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그는 5일 미 상공회의소 기업들과의 만남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광범위한 경제적 상호작용이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기울어진 경기장을 제공해 미국 기업들을 경쟁의 장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6일 중국의 과잉 생산 등 논의를 위한 미중 추가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중 직전인 3월 27일 조지아 노크로스 소재 한 미국 제조 기업을 방문해 “중국에서의 과잉 생산으로부터 비롯된 세계적인 과잉이 특히 우려된다”며 “과거 철강과 알루미늄 등 산업에서 중국의 정부 지원은 상당한 과잉 투자와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중국 기업은 낮은 가격으로 해외 수출을 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중국에서의 생산·고용은 유지됐지만 세계 산업은 위축됐다”며 “이제는 태양광,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등 새로운 산업에서 과잉 생산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과잉 생산은 세계 가격과 생산 패턴을 왜곡하고 미국 기업과 노동자는 물론 세계의 기업과 노동자에 해를 끼친다”고도 덧붙였다.
8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연합(EU) 내 중국계 전기차 업체들과 원탁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책 등에 대한 미국·유럽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는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와 지리자동차·상하이자동차·비야디·닝더스다이 등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회의에서 "중국 전기차 회사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 완전한 생산·공급망 체계, 충분한 시장경쟁의 급속한 발전에 의존하는 것이지 보조금에 의존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잉 생산과 관련한 미국과 유럽의 비난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은 전 세계 기후 변화와 녹색 저탄소 전환 대응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기업이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왕 부장은 이어 "외부 도전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기업은 내적 역량을 쌓고 계속 혁신을 이끌어나가는 한편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녹색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며 "현지 기업과 협력을 심화하고 발전을 공동으로 모색하면서 글로벌 녹색 전환의 참여자이자 기여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 과잉 생산 지속 전망 = 로이터통신은 4월 9일 보도를 통해 “재닛 옐런과 같은 해외 관리들이 뭐라고 하든 중국의 공장들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 나라의 산업 과잉 생산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잉 생산 능력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한 중국 정부는 서방의 불만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부문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정당해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는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이는 중국의 세계수요 점유율 36%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업계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작년에 747Gwh의 전력을 생산했는데, 이는 실제로 본토에서 구입한 제품에 장착된 387GWh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러한 과도한 확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전체 미사용 생산가용량(Capacity)을 측정하는 총가동률 지수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75% 아래로 떨어졌다고 로듐 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언급했다. 하락세는 부동산 부문뿐만 아니라 식품, 섬유, 화학 및 제약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서 발생했으며 재고 수준도 상승했다.
그것은 주로 소비 부진과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 속에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국의 산업 정책 추진 탓으로 분석된다. 국내 4대 국영은행의 제조업 대출은 지난해 25% 급증한 1조2000억 달러로 기술과 청정에너지 등 전략 부문을 겨냥해 이뤄졌다.
연구 그룹 카본 브리프에 따르면 후자의 부문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 확장의 40%를 차지하며 사상 최대인 11조4000억 위안(약 1조6000억 달러)을 기여해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