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젠가 무지개 뜨는 언덕 그 곳에는----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비가 쏟아진다.
먹구름은 삽시간에 산등성이를 넘어
앞도랑을 지나 동구밖까지 달려왔다.
쏴아.. 소나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리에 손 하나씩 얹고
허둥지둥 뛰기에 바쁘다.
빗소리는 순식간에
우리들 곁에 있던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후욱.. 멀미처럼 올라오는 흙냄새
마른 마당에는 미꾸라지가 후두둑 떨어지고
싸리울타리 밑에서 "꼭꼭" 거리며
거드럼을 피우던 장닭들이
사정없이 암탉에게 달려들었다.
동구밖 정자나무 아래서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은
근처 담배 건조장과 방앗간으로 뛰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함석지붕이 건반처럼 음을 퉁겨낸다.
"현아, 춥다.." 새파래진 입술을 달삭이며
분이가 빤히 쳐다본다.
단발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저고리 소매로 닦으며
현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으며 방긋이 웃는다.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싱그럽고 이쁘다. 내 마음속에서)
저녁때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집에 가려면 좀 섭섭했지만 아이들은 넓적한
피마자잎(아주까리)을 하나씩 따 머리에 쓰고는
뿔뿔이 자기들 집으로 흩어진다.
꼴베러 나갔던 현이는 빗속에서
어쩔줄을 모르고 허둥지둥 뛰어다닌다.
놀란 소는 날뛰고
바지게(지게위에 얹은 큰 소쿠리모양) 풀은 쏟아지고
고무신은 빗물에 질겅대고..
심사가 뒤틀렸는지
"이랴,이랴.." 누렁이 암소 엉덩이만 후려댔다.
소나기가 한 줄금 긋고 나면
다시 햇살처럼 번지는 매미소리
씨에롱, 씨에롱 찌이..
마당끝 싸리울타리 밑에는
봉숭아 꽃잎이 물방울을 털어내며
햇살을 받아 더 빨갛다.
마당엔 빨래 바지랑대가 올라가고
물기 머금은 땡감들은 푸른 몸집을 더 키웠다.
청명한 하늘에는 어김없이 무지개가 섰다.
아이들은 그 무지개 끝을 따라 한없이 달려가고,
무지개 샘을 찾아..
그러나 산모롱이를 돌고 돌아도
늘 저만큼 물러서던 무지개 빛,
잡을 수 없었기에 더 아름다운 무지개였으니
저물녘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그 노을 속으로 동심이 빨려들어가면
그리우면서도 꼬질꼬질했던 마음에
샘물처럼 투명하던
동심의 창(窓)들은 언제나 맑고 고왔다.
한 줄기 비라도 내리고 나면 내 마음에는
먼 그리움처럼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선다.
그래서 그 어린 왕자와 공주들에겐
가슴에 피었던 무지개가 지금도
아름답게 선명하게 피어난다.
내 마음의 고향 언덕에는
늘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꿈처럼 뜬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흘러가는 것인가.
지금 내 마음은 무지개 뜨는 고향마을 언덕
어딘가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어디 어디 숨었나 장독뒤에 숨었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그렇게 그리운 날의 여름은 가고 있었다.
무지개 뜨는 그 언덕에도.......
그리고 오늘밤은 그곳에서도 비가 내리고있을까
첫댓글 참 좋은추억입니다. 고향생각. 나내요 ᆢ
훔... 무창포 수선화님이 사라지니깐 '채석강놀빛'님이 등장하시고...
무창포신선님이 한창 기세 올릴 때는 채석강님이 가물치 코꾸멍 이었고...
같은 사람 아닌강? 수선화님은 전혀 아니라 했응께 채석깡님도 전혀 아니라 하겄지... ㅠ,ㅠ
전혀 아닙니다 ㅎ
저는 남자 입니다
늘~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채석강노을빛 그럼 무창포수선화님은 여자분 이세요?
@늘조은 그건 모르지만 --닉네임이 여성회원분 같네요 ㅎ
@채석강노을빛 아닌데요 글 올리신거 보면 완전 남자!
@늘조은 어쨋건 --저는 아닙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고요
저는 고향은 경북 안동..지금은 전북 부안 변산에..살고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채석강노을빛 글 솜씨가 현실감 있게 표현 해주어 동감 합니다 세월을 어찌 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