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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법의 독소조항들을 대폭 뜯어고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송국현'법을 장애인계가 공개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장애인계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현행 제도에서 장애 등급이 1급, 2급이 아니거나, 연령이 만 6세 이상~65세 미만이 아니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설령 장애 등급과 연령이 신청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예산이 부족해 실제 수급자 수, 수급 시간이 부족했다. 본인부담금 산정에 있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는 등 문제도 제기되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에 의하면 지난해 말 6~64세 등록 장애인 153만 5000명 중 활동지원제도 대상자는 36만 4000명이었다. 그러나 수급자 수는 6만 명에 불과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인 비율은 13.9%로 드러났으나, 지난해 말 수급자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4284억 5400만 원으로, 수급자 1인당 평균 급여 이용액은 월 103만 원(약 120시간)에 불과하다.
이외에 본인부담금이 장애인 당사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우며, 활동보조인 노동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활동지원제도의 문제로 지난 4월 故 송국현 씨가 화재로 사망하면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계는 김용익 의원실과 함께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한자협 등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의 내용을 밝혔다.
# ‘송국현법’ 내용에 복지부 ‘수용 곤란’
장애인계가 제시한 개정안은 활동보조 신청 자격을 기존 1급, 2급에서 전체 등록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개정안에서는 전부 삭제됐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은 의무적으로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해야 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장기요양제도와 활동지원제도를 선택하도록 했다.
현행법률에서 활동지원 급여는 인정조사 점수에 임의로 등급을 매겨 지원해왔으나, 개정안에서는 인정조사 점수를 시간으로 환산해 기본급여로 최대 470시간(만점 기준)을 받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가 급여 최대 250시간을 더하면 최대 720시간, 하루 24시간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에 부과되는 본인 부담금 상한액(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월 소득액 5%)을 기본급여뿐 아니라 추가급여에도 확대해 본인 부담금 부담을 완화했다. 시설 폐쇄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긴급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조항도 수정됐다. 생활환경이 변화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하는 경우에도 즉각적으로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이날 토론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복지부는 사실상 개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검토의견서를 보냈다.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부양의무자 범위가 사회 일반의 부양의무에 비해 협소하기 때문에 그다지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거부했다. 인정조사 점수를 시간으로 환산하는 방안도 예산이 올해보다 2.8배 소요된다는 점,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를 시간으로 측정하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65세 이상 장애인이 장기요양제도와 활동지원제도를 선택하는 안은 수급자가 활동지원제도에 편중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급여 신청자격은 2015년에 중복 3급까지 확대하고 이후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신청자격 확대가 급여 신청자를 급증시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표시했다.
긴급지원에 대해서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수급 요건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완전 수용은 거부했다. 본인 부담금 완화도 개정안과 달리 장애인연금액 수준에 따라 한도액을 인상하겠다고 전했다.
검토의견서를 소개한 한자협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은 “이러한 복지부의 의견은 사실상 개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 활동보조인 노동조건 개선 문제, 개정안에 전혀 반영 안 돼
한편, 전장연 등의 개정안이 활동보조인 노동조건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은 “지금 준비 중인 개정안이 (등급 제한 폐지, 서비스양 증가 등의) 필요와 시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갈등, 제공기관에 대한 활동보조인의 불만 증가, 정부가 부정수급 단속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이끌어가는 현실의 개선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무척이나 아쉬운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고 사무국장은 “활동보조인의 처우개선이 장애인에게 안정적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은 장애인계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신규 수급자 수를 늘리는 것과 수급 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질적인 개선(활동보조인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조치는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 사무국장은 “장애인활동지원법에는 활동보조인의 의무만 나열되어 있을 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장치가 없다”라며 “(장애인단체가 내놓는) 420 요구안에 늘 한 문장 정도 들어가는 활동보조인 노동권 개선이 립서비스일 뿐이라는 오해를 벗으려면, 법안에 활동보조인 노동권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민정 소장도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질적 발전 방안의 하나로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동환경은 안정적인 사업장에서 나오므로, 중개기관보다 재정적, 행정적으로 안정된 국가가 활동보조인 고용을 담당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가가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면) 중개기관은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해 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복지재단 양희택 책임연구원은 “바우처 제도, 활동보조인 처우 관련 논의는 이번 토론회의 범위를 벗어나는 듯하다. 그만큼 이 논의 주제가 광범위하기에 또 다른 토론회가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도 “임금의 현실화, 근로기준법 적용 등은 장기 과제로 두더라도 고용불안과 부당노동행위 피해는 단기 과제로 선정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기 과제들은) 서비스 질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개정안 발제를 맡은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이 개정안은 제한적인 것으로 장애인계에서 주로 이야기했던 것 중에 급한 것 위주로 담아낸 것”이라며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안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 확보나 활동보조인 월급 인상 등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개정안에) 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내용은 중요한 내용”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