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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유기견 입양으로 2살에 만난 내 동생 호두공주님
소중한 내 동생을 14살 11월 11일에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후기야
14살인데 언니랑은 12년밖에 같이 못 있었으면서… 2년만 더 같이 있어주지… 대학 가기로 약속해놓고… 아직 중학교 1학년도 다 못 다녔는데…
우리 호두 너무 너무 보고싶다…
나처럼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맞은 여시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고, 기록용으로 아주 자세하게 글을 남길게
🟤호두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과정🟤
우리 호두는 2살에 입양했고, 올해 14살 된 공주님이야
호두는 10살 때 첫 발작을 했는데, 병원에 가서 특발성 발작 진단받고 발작약을 수개월 동안 먹었어
복약 중에는 발작이 한 번도 없어서 주기가 짧아지면 다시 먹이기로 하고 약을 중단했어
왜냐하면 증상이 없는데 발작약을 계속 먹이는 게 몸에 무리를 주기도 하고, 발작약을 먹으면 호두가 멍해지고 힘이 없었거든…
그러다가 최근들어 발작 주기가 3~5개월로 짧아져서
주치의 상담하에 3개월 전부터 다시 발작약을 먹이는
중이었어
호두가 발작이 있을 때는 비틀대다가 넘어져서 발버둥치는데, 품에 안고 양쪽 눈을 꾸욱 눌러주면 금방 돌아왔어
11월 10일 밤 10시에도 마찬가지였어
그날은 내가 운 좋게 조기퇴근을 했어
우리 호두를 빨리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집으로 달려갔지
호두랑 저녁 산책을 하고, 저녁밥을 먹고, 약도 먹고, 간식도 먹고… 일상처럼 행복한 날이었어
그날부터 날씨기 급격히 추워져서 저녁 산책할 때 호두한테 언니 너무 춥다, 빨리가자 호두야~~ 하면서 보챘던 게 너무 후회돼… 산책도 매일 가는 같은 길 말고 다른 길로 갈걸…
아무튼 그날도 평소처럼 호두와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그러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호두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비틀대길래 바로 품에 안고 눈을 꾸욱 눌러줬어
저녁밥 먹고 발작약도 먹은 후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매번 괜찮아졌으니까…
그런데 호두가 계속 헥헥대는거야…
그래서 아침에 바로 병원 가려고 선생님께 보여줄 기록용으로 중간중간 동영상을 찍었어
헥헥대다가 잠깐 누워서 잠들었는데, 11시 넘어서 일어나자마자 아까 남긴 저녁밥을 싹싹 먹었어
우리 호두는 아파도 항상 잘 먹었거든…
그 후부터는 계속 잠을 안 자고 헥헥댔는데, 새벽 1시에 저녁밥을 다 토했어…
결국 새벽 1시 30분에 24시 병원에 달려갔고, 호두 증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어…
10시에 짧은 발작이 있었고, 1시에 토했다, 발작 이후로 계속 고개를 치켜들고 헥헥대는데 이런 증상이 처음이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더라
엑스레이 찍고 나왔는데 너무 멀쩡하다는거야…
나는 호두 기도에 뭐가 걸려서 호흡이 힘든 줄 알았는데,
기도도 깨끗하고 폐도 너무 깨끗하대..
폐수종이 아니라 괜찮다더라고…
게다가 지금 발작이 있으면 발작을 멈추는 약물로 처치핥텐데, 발작도 멎은 상태라 해줄 게 없대
산소방에 들어가있었는데도 호흡이 똑같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산소방까지 들어갔는데 호흡이 똑같으면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않아?)
그러면서 호흡기 주사 2대 맞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 말에 안심하고 감사하다고 했지…
주사 맞고 수납하고 병원을 나서려는데, 호두가 바닥에 맑은 토를 하는 거야…
데스크 직원이 나랑 같이 치워주면서 의사 불러서 토했다니까 아까 왜 구토한다고 말을 안했냐더라?
어이없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호두한테 해코지할까봐 웃으면서 처음에 말씀드렸다니까 기억난다 하더라고…
내가 하는 말을 자기가 직접 타이핑 했으니 기억이 나겠지…
그러면서 구토하니까 구토 멎는 주사를 맞아야하는데 좀 비싸대… 이것도 황당했지만 티 안 내고 나는 당연히 상관없다, 필요하면 맞춰달라 했어
그렇게 호두를 안고 다시 진료실로 안고 들어갔어
의사가 말하길 이 주사는 맞을 때도 아프고 맞고 나서도 아프대…
호두는 아무리 아파도 낑소리를 안 내는 착한 바보야… 발 밟혀도 아무 소리를 안 낼 정도로… 물지도 않고 너무 착한 우리 호두…
그런 호두가 구토주사를 놓으니까 내 품에서 작게 움찔 하는 거야…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토한 게 발작 영향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토한 거였어요…
호두가 자기 아프다고 병원에서 보낸 마지막 신호였는데…
의사가 주사 놓고 나서, 토했으니까 집 가면 배고파서 밥 찾을 거래… 밥 찾으면 밥 주면 되고, 소화기 보호하는 시럽 처방해줄테니까 먹이래…
나는 안심하고 호두를 안고 집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로우즈 파우치을 줬는데 전혀 먹지 않았어…
간식도 전혀 안 먹고… 우리 호두는 아파도 좋아하는 음식은 항상 잘 먹는 공준데 너무 이상했어…
그렇게 새벽 4시가 넘어가면서 헥헥대는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거야… 누워있으면 숨쉬기 힘든지 계속 돌아다니다가 언니한테 안겨있다가를 반복했어…
목을 위로 들고 숨쉬는 자세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편안하게 해주려고 자세를 유지하면서 안아주느라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어…
아침 10시에 진료 시작하는 주치의 병원 가려고 그렇게 새벽 내내 울면서 호두를 안고 있었어…
병원 가서 보여주려고 중간중간 호두 호흡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면서… 내가 미쳤지 병신처럼… 왜 다른 24시 병원에 갈 생각을 못 했을까…
그렇게 아침까지 헥헥대는 호두를 안고 있다가 아침 8시에 다른 24시 병원으로 달려갔고, 역시 호두가 발작 영향으로 호흡이 어려운 거였다는 걸 알았어…
새벽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거든… 발작은 멎고 끝난 건 줄 알았어… 의사가 그런 가능성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으니까…
진료실에서 뇌압을 낮춰주는 처치를 하게 될 거라고 설명 듣는 와중에 다른 선생님이 급하게 뛰어오셔서 호두보호자님 빨리 오셔야 할 것 같다고… 처치실로 들어가니까 호두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어… 갑자기 호흡이 멈췄대… 심장을 뛰게 하는 주사를 3대나 맞았지만…
그렇게 내 동생 호두는 언니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돌아갔어…
엄마는 병원에서 일하셔서 바로 못 오셨고, 호두 오빠는 출근했다가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호두는 오빠를 만나지 못했어…
호두가 떠난 다음날 주치의 선생님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휴가 중이시라 출근하시면 전화를 부탁드렸어…
그리고 11월 15일 주치의 선생님께 연락이 와서 통화를 했어
모든 일을 말씀드렸더니, 응급실은 인력도 부족하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호두는 발작 영향으로 호흡이 어렵고 어지러워서 구토를 한 게 맞을 거라고… 뇌수막염, 뇌수두증, 종양 터짐 등을 의심할 수 있는데, 즉시 뇌압을 낮춰주는 처치를 했어야 한다고 하셨어…
내가 선생님 만나서 다른 병원에는 노화의 증상이라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던 부분도 모두 원인을 찾아주시고, 알맞게 치료해주신 덕분에 호두가 정말 많이 좋아졌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는디 눈물이 막 흐르더라…
선생님도 호두가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고, 보호자님도 너무 좋아하셔서 기뻤는데, 아이고 아이고 하시면서 정말 안타깝다고 하셨어… 본인이 죄송하다고…
11일 아침에 두번째로 간 24시 병원 선생님이 발작으로 인해 이렇게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발작 주기가 긴 경우에는 점점 짧아지다가 위험해지는데, 호두와 같은 케이스는 드물다고 말씀하셨거든?
주치의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
호두가 새벽 2시에 간 병원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았다더라면… 머리가 아파서 토하는 호두에게 아프기까지 한 구토억제주사를 맞췄다니… 사무치도록 미안한 마음 뿐이야…
어째서 나는 다른 24시 병원에 갈 생각을 일찍 못 했을까?
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날 때까지 호두가 버틸거라 생각했을까…
그날 내가 했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후회로 남아 미안함과 죄책감이 되었어…
내가 조금만 일찍 다른 병원으로 갔더라면… 그 의사 말만 믿고 안심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했더라면…
나는 호두랑 병원에 가면 항상 선생님 말씀을 녹음해
의학 용어가 어려우니까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들기도 하고, 나중에 들어보면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거든
2시에 갔던 병원 녹음본을 다음날 들어보는데 진짜 죽고만 싶었어… 오진하는 의사한테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내가… 호두 많이 아픈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때로 돌아가서 호두를 제자리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 병원에 찾아가서 따져볼까, 전화를 해볼까 오만 생각이 들었지만, 나보다도 우리 호두를 뒤에서 욕할까봐 그러지 않기로 했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시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일이 정말 힘들잖아…
같은 증상, 같은 검사를 해도 결과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에 오진도 너무 많고…
여시들은 절대로 나처럼 바보같이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병원 처치가 의심스러우면 꼭 바로 다른 병원에 가봐
🌈장례 전 호두와 3일을 함께 보낸 후기🌈
병원에서 기본적인 염습을 하고 아직 따뜻하고 말랑한 호두를 집으로 데려왔어…
침대에 눕히니까 그냥 평소처럼 자고 있는 것 같더라
너무 따뜻하고 말랑하고 부드러웠어
호두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11월 11일은 올 겨울 처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이야
아반강고 카페에 검색해보니까 건강하다가 갑자기 떠난 애기는 72시간까지 부패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
단, 외상이 있거나 종양이 큰 애기는 하루만 가능하대…
https://cafe.naver.com/healingdogcat/893722?tc=shared_link
이 글 꼭 참고해줘!
(그리고 아픈 애기와 함께 하는 여시들은 아반강고 네이버카페 가입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오래 전에 어느 여시가 댓글로 알려준 카페인데, 여기서 정말 도움 많이 받았어)
그렇게 나는 호두랑 3일을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어
호두도 언니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15일부터는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상승했지만,
호두와 함께 보낸 3일 내내 최저기온은 영하였어
우리는 집 창문을 모두 열고, 최대한 따뜻하게 입고 생활했어
내가 참고한 글에서 아이스팩은 5~6시간마다 갈아주고, 배가 부푸는지 꼭 체크하라길래 걱정했거든…
그런데 영하의 기온 덕분인지 아이스팩도 잘 녹지 않았고, 3일 동안 배도 전혀 부풀지 않은채 예쁘게 잠든 모습 그대로였어
사실 처음엔 이틀만 같이 보내려고 13일 장례로 예약했는데, 12일 오후가 되니까 당장 내일 호두를 보내는 게 너무 무서운거야… 호두를 더이상 만질 수 없고 안을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두려웠어
여러가지를 생각하다가 14일 장례로 변경했어
내가 예약 일자 변경, 시간 변경으로 여러번 전화드렸는데,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감사하더라…
목소리도 정중하시고 자꾸 변경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까 괜찮다고, 바로 변경해주신다고 하셨어…
그리고 전화 걸자마자 호두 보호자라는 것도 알고 계시더라… 아마 예약 연락처로 정보가 입력되어 있나봐…
내가 누구 보호자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점도 좋았어
변경한 시간은 14일 12시 장례 예약이었기 때문에 오전 10시 30분에 운구 차량이 오기로 했는데, 당일 아침이 되니까 호두랑 잠시라도 더 있고 싶었어…
그래서 다시 전화를 드렸는데 ,
루세떼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최대 2~3시 가능하다고 하셨고, 2시로 변경했어
근데 이건 후회해… 장례식장 추모실에서 호두와 마음껏 함께 할 수 없었거든… 꽃장식, 편지 읽어주기, 안아보기 등등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추모 시간이 3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어… 물론 양해를 구하고 10분 정도 더 있긴 했지만…
루세떼 하는 여시들은 12시 전후로 예약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장례 지도사님이 망설이는 우리에게 오늘은 추모 시간을 충분히 갖고, 화장만 해서 유골을 데려간 뒤, 나중에 루세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곳에 다시 가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냥 당일에 하기로 결정했어 호두랑 집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자세한 장례 후기는 맨 아래서 얘기할게!
🟤지금부터는 내가 3일동안 호두와 어떤 일들을 했는지 얘기할게🟤
처음엔 뭘 해야할지 눈물만 흐르고, 첫째날은 오열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서 사실 아무것도 못 했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거든…
하루종일 호두를 쓰다듬고 안아보고… 그렇게 안정을 취한 뒤에 다음날에서야 여기저기 검색을 하면서 호두와 함께 할 일들을 메모했어
이때 하는 모든 일들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어
호두와 함께하는 마지막이니까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1. 빨간 실과 머리카락 묶어주기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족들 머리카락을 빨간 실에 엮어서 호두 오른손에 묶어주었어
빨간 실과 머리카락은 호두와 우리의 인연을 이어주고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대
우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호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여러겹으로 엮어서 예쁘게 묶었어
2. 호두 털 자르기
두번째로 한 일은 호두 털을 잘라서 보관하는 일이었어
근데 병원에서 염습을 한 뒤라 우리 호두 냄새가 하나도 안 났어… 고소하고 포근하고 따끈한 냄새가…
차가운 병원 냄새 뿐이라 너무 슬펐어…
호두는 내가 미용을 해주는데, 다행이도 2주 전에 미용하면서 모아놓은 털이 있었거든? 그 털에는 아직 호두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더라… 너무 다행이야…
집에서 미용하는 쫑시들은 털 자른 거 꼭 모아놔!
내가 예전에 모아둔 털은 지퍼백에 담아놨는데, 그저께 확인해보니까 냄새가 다 날아갔더라고… 아마 유리병같은 곳에 넣어야 냄새가 오래 보존될 것 같아
호두 발바닥으로 도장도 찍고 아이클레이로 발도장 모양도 만들 거라서 발바닥 털을 깨끗하게 잘라줬어
호두의 쫀득 말랑한 발바닥 패드를 만지면서 자르니까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귀 털도 잘랐어
호두는 푸들이라 온 몸이 뽀글거리는데,
귀는 고데기 한 것처럼 약간 웨이브 들어간 부드럽고 나풀거리는 단발머리야
그 부드러운 촉감을 잊지 않기 위해 귀 털을 빗어주고 길게 잘랐어
3. 호두 온 몸 사이즈 재기
호두 몸 길이, 다리 길이, 발 크기, 꼬리 길이 등등
온 몸을 다 측정해서 적어뒀어
우리 호두 앞발은 5cm, 뒷발은 4cm더라…
호두와 12년을 함께 했는데 발 크기는 처음 알았어
그 작은 발로 열심히도 뛰어다녔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기특하고 귀여웠어
4. 호두 친구들, 호두 예뻐해주신 분들 만나기
우리 호두는 남친이 있어 이름은 돌돌이
동네 시장 옆 비닐봉투 공장 앞에 묶여있는 강쥐인데,
호두보다 2살 오빠고, 여름에는 내가 미용도 해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야
믹스견인데 정말 귀엽고 잘생겼어
하지만 외모보다도 호두 장난을 다 받아주는 착한 마음씨를 보고 언니가 호두 남친으로 허락해줬지!
돌돌이랑 벌써 7년이나 친구로 지냈는데 둘은 첫눈에 반해서 자주 만났어
주말에는 산책코스로 들러서 거의 무조건 만났고,
평일 퇴근 후 시간에는 돌돌이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날에만 만났어
돌돌이랑 만나서 신나게 놀고 간식도 먹고 최고의 친구였지
그래서 우리는 먼저 제일 먼저 돌돌이를 만나러 갔어
평소처럼 인사하고 간식먹고 돌돌이랑 놀아줬어
그 다음은 동네에서 호두를 예뻐해주신 분들을 만났어
동네 자주 가는 가게 사장님들이 우리 호두를 너무 예뻐해주셨거든
출근해서 아무도 없을 때 홈캠에 계속 안 보여서 걱정되는 날이 있었어
이웃에 부탁할 사람이 없었는데 미용실 원장님이 호두 보러 달려가주신 적도 있거든…
다들 같이 울어주시고 안타까워해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셨어… 이게 정말 많은 위안이 됐어
우리 호두 이렇게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구나…
곱슬머리 내 동생, 사랑둥이 내 동생… 많은 분들이 명복을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
그 다음은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랑 만났어
이름은 얼룩인데 우리 호두랑은 좀 서먹한 사이야
호두가 보는 앞에서 간식 나눠줘서 호두가 빡친 적도 있고 얼룩이가 호두를 냥냥펀치로 때린 적도 있거든…
얼룩이는 우리 호두 냄새를 맡고 또 맡았어
아마 잘 가라고 인사해준거겠지? 얼룩아 고마워!
4. 호두랑 산책하기
우리 동네 산 속 공원에서 호두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
일명 ‘기분 좋은 산책길’
나무가 우거진 산 속에 통나무 계단이 쭈욱 있는 곳이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걸 좋아하는 호두가 엄청 신나서 바스락 바스락 뛰어다니거든
가파르고 힘들어서 요즘은 자주 못 가줬는데…
미안한 마음을 안고 기분 좋은 산책길에 가서 호두랑 함께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어
5. 아이클레이 발도장, 물감 발도장 찍기
아이클레이로 호두 발도장, 코도장을 찍고
수채화 물감으로 발도장을 찍었어
아이클레이는 500g짜리를 둘째날 한봉지, 셋째날 한봉지 총 두봉지나 찍었어(아이클레이는 쿠팡에서 샀어)
왜냐면 호두 발을 만지면서 콕콕 찍어내는 일이 너무 좋았거든… 귀여운 발을 마음껏 만지고, 자세히 보고 하니까 큰 위안이 되더라… 거의 중독적으로 반죽해서 찍고 또 찍었어
그리고 사후경직이 시작된 후에도 발바닥 패드랑 코는 그대로 말랑말랑해
우리 호두는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한 편이라 평소에 보습 미스트랑 코코넛오일을 자주 발라줬어
아이클레이 찍었더니 발 패드가 너무 건조해져서
평소처럼 코코넛 오일을 녹여서 발라주니까 바로 보들보들 촉촉해지더라구
코코넛 오일은 하루 두세번정도 코와 발 패드에 발라줬는데 촉촉하게 잘 유지됐어
6. 호두 털과 사진으로 키링 만들기
한달쯤 전에 호두 키링 만들어서 가방에 달고 다니려고
호두 닮은 인형이랑 재료를 사놨는데 귀찮아서 못 만들었거든…(키링은 다이소, 인형은 쿠팡에서 샀어)
결국 이렇게 호두가 떠난 뒤에야 만들게 됐네
하트모양 키링은 원래 호두 사진만 넣으려고 했었는데
호두의 꼬불꼬불한 곱슬 털을 넣으면 항상 함께 있는
것 같아서 좋겠더라구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뽀글한 컬이 그대로 보여서 정말 귀여워
7. 편지 써서 읽어주기
호두에게 편지를 써서 머리맡에서 읽어주기로 했어
잠든 애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듯이…
호두와 함께 보낸 시간이 12년인데 편지를 쓰는 일이 처음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더라
호두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득 적고, 호두를 쓰다듬으면서 읽어주다보니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어
편지를 써서 화장할 때 함께 태우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쓰다듬으면서 읽어주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
8. 영화 베일리 어게인 같이 보기
베일리 어게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야
베일리라는 강아지가 견생을 거듭하는데,
마침내 첫번째 보호자 이든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야
베일리는 이든과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이든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베일리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결국 첫 강아지 베일리라는 걸 알게 돼
비록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기적을 믿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시들이라면 다들 그럴거야
호두를 품에 안고 두번이나 같이 봤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호두 옆에 같이 누워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같이 봤어
호두 어게인… 베일리 어게인처럼 언니랑 꼭 다시 만나자, 호두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언니가 한눈에 알아보겠다고 약속했어
🟤여기까지 장례 전 3일 동안 호두와 한 일들이야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3일…
짧고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슬프지만 행복했어
매일 사랑한다고 쉼없이 얘기하고, 뽀뽀하고, 쓰다듬어주었거든
만약 급하게 장례를 치뤘다면, 호두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을 것 같아…
물론 지금도 너무 힘들지만, 호두와 함께 보낸 시간을 추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여시들도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반드시 장례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길 바래
이 시간이 정말 큰 위로가 될거야
🌈🌲루세떼 장례 후기🌈🌳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장례식장은 펫포레스트,
장례 방법은 루세떼로 결정했어
루세떼는 목걸이, 반지로 가공해서 몸에 지닐 수도 있고, 나중에 유골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해(보석으로 가공할 때는 소실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안 할 거야)
우리 호두는 가족들이 출근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평일 퇴근 후에는 무조건 호두랑 함께했고, 주말에도 호두랑 함께 갈 수 있는 곳만 다녔어
평일 저녁 약속도 거의 없었어
호두는 실외배변 강쥐라 매일 최소 두번씩 산책을 했거든
그리고 우리는 해외 여행도 간 적 없어
여행 장소, 외출 장소를 선택하는 첫번째 기준은 호두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었어
그렇게 매일 호두와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 호두도 가족들 곁에 있고 싶을 거라 생각했어
유골은 변질 위험이 있다고 해서 평소처럼 어디든 데리고 다니려고 온도,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루세떼를 선택했으니, 가치관이 달라도 우리 결정을 존중해줬으면 해
(루세떼는 스페인어로 ‘밝게 빛나라’ 라는 뜻이래)
🟤먼저 호두 장례 비용은 총 158만원이야
수의를 입으면 장례 과정에서 호두 털과 피부를 만질 수 없다길래 입히지 않기로 했고, 각지고 네모난 관보다는 베개와 이불이 있는 편안한 요람을 선택했어
루세떼를 담는 함의 나무 종류도 여러가지 있었는데,
가장 좋은 함이 ‘호두나두함’이래(가격: 25만원)
우리 호두 루세떼 보관함으로 호두나두함보다 딱인 게 있을까 싶어서 고민 없이 결정했어
꽃다발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상담실 바로 앞에 있는 꽃 냉장고에서 원하는 꽃으로 직접 고를 수 있어
언제나 밝고 귀여운 우리 호두를 생각하며, 윗칸 오른쪽 화사한 핑크색 꽃다발로 결정했어
그리고 보호자 정보 적는 란에 종교가 있는데 우리는 무교지만 불교를 선택했어
왜냐면 윤회사상 생각이 났거든… 우리 호두 환생해서 빨리 다시 만나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모든 상담이 끝나면 가지고 간 호두 용품, 간식 등을 달라고 하셔
추모실을 꾸며주시는 동안 우리는 상담실에서 대기했어
잠시 후 추모실이 준비됐다고 불러주시더라
전날 미리 보낸 사진 10장은 모니터에서 천천히 흘러나왔어
장례 예약 할 때 온 카톡 채널에 업로드하면 되는데, 사진 고르는 일이 너무 힘들고 슬프더라…
다음으로는 염을 시작했어
지도사분이 들어오셔서 호두 똥꼬, 발, 귀를 꼼꼼히 닦아주셨는데, 거의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았어
호두가 떠나던 날 새벽에도 아픈 몸으로 화장실에 가서 쉬를 했는데…
배변실수 한 번 없던 똑똑강쥐 깔끔강쥐 우리 호두
마지막 모습까지도 생전 그대로였어…
몸을 다 닦으면 빗질을 하는데, 직접 하겠냐고 물어보시더라구
당연히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빗을 주시길래 내가 챙겨간 호두 빗으로 빗어도 괜찮냐고 여쭤봤더니 그렇다고 하셨어
일반 슬리커 브러쉬가 아니라 부드럽고 시원한 빗이라 호두가 좋아하는 빗이야
그리고 전담 지도사님이랑 염 해주신 지도사님은 다른 분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정중하고 안정감 있게 해주셨어
마지막으로 호두를 요람에 눕히는 것도 직접하겠냐고 물어보셔서 호두오빠가 직접 안아서 눕혀줬어
요람 베개랑 이불 너무 예쁘더라…
우리 호두 베개 진짜 좋아하는데…
어디든 베개처럼 턱을 올리고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데…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어줄 수 있어서 요람으로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직접 눕혀줄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았어
지도사분들이 나가시고, 우리끼리 추모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
중간에 얘기했듯이 우리가 장례시간을 2시로 예약해서
당일 추모 시간이 3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어
(원래 추모 시간은 제한이 없는데, 우리가 늦은 시간으로 예약해서 촉박했던 거니까, 루시떼 하는 여시들은 되도록 일찍 예약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는 추모실에서 사진이랑 영상을 찍고, 호두에게 어제 읽어줬던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줬어
호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약속하고 또 약속했어
호두가 제일 좋아하는 파우치랑 간식들도 듬뿍 담아주었어
아까 상담할 때 고른 꽃다발을 풀어서 꽃을 자르고 요람에 꽃장식을 했어
호두 예쁜 얼굴이 가려지지 않도록 열심히…
시간이 짧아서 급하게 하느라 마음이 조급해서 아쉬웠어…
짧고 아쉬운 추모 시간이 끝나고…
호두는 요람에 자듯이 누운채로 화장장으로 갔어
화장장은 유리문 너머로 직접 볼 수 있는데,
처음에 지도사분이 요람을 반대로 놓아두셔서 호두 얼굴이 보이지 않았어…
엉엉 울면서 혼잣말로 이제는 호두 얼굴이 안 보인다고 했는데, 전담 지도사님이 무전기로 안에 계신 분께 요람을 돌려달라고 하셨어
지도사님은 남자분이셨고 조금 무뚝뚝하시다고 생각했는데, 섬세하게 내 말에 귀기울여주시는 모습에 정말 많이 감동 받았어…
화장기 방향이 가로로 되어 있어서
유리문 너머로 화장기 속 불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어
뜨거운 불 속으로 호두가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게 되면 너무 끔찍했을 것 같아…
화장기 문이 닫히면 화장중 램프에 불빛이 들어와…
램프 옆 모니터에 우리 호두 정보 써있는데 미칠 것 같아서 정말 많이 울었어…
화장이 다 되는 동안 지도사님과 2층에 올라가서 루세떼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우리가 호두 혼자 있어서 무서울까봐 걱정하니까,
많이 걱정되시면 화장장 앞에서 함께 계셔도 된다고 하시더라구… 이 부분에서도 섬세함에 감동했어
우리는 망설임 없이 1층으로 내려갔고,
의자를 세개 가져다주셔서 1시간 30분 화장 내내 호두 옆에서 지켜줄 수 있었어
화장장 유리문 너머에서 열기가 느껴지는데,
우리 호두를 안았을 때 체온처럼 따뜻한 느낌이더라…
호두야 언니가 정말 미안해…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빨리 다시 만나자고 계속 되뇌었어
화장이 완료된 후 핀셋으로 호두 유골을 부위별로 섬세하게 담아서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셨어
머리가 정말 작더라 우리 호두…
매일매일 언니랑 양치 열심히 했는데… 작고 뾰족한 송곳니를 보니까 너무 슬펐어…
까만 부분은 장기라고 하셨는데… 사실 지도사님의 설명이 잘 기억나지 않아…
이게 정말 호두 뼈라니… 하나도 실감이 안 나고 그냥 계속 눈물만 나왔어…
1시간 반 후 1차 공정이 끝난 호두 유골을 만날 수 있었어
1차 공정은 비공개라서 볼 수 없고, 2차 공정은 직접 볼 수 있어
몰드에 들어가있으니까 더 실감이 안 나고… 이게 호두가 맞나 싶고…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그래도 호두가 보석의 모습으로 오늘 우리와 함께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좋았어
이렇게 유리문 너머로 기계에 들어가는 모습부터 나오는 모습까지 모두 직접 볼 수 있었어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나온 루세떼를 상온으로 꺼내면, 순식간에 식으면서 투명한 보석처럼 변하더라구
역시 우리 호두라고 와닿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유골을 이렇게 예쁜 보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
완성된 루세떼, 호두나무함, 호두액자야
우리 호두 루세떼 색깔 정말 영롱하고 예쁘지?
유골 철분 함유량에 따라 투명한 색에서 초록색까지 고유의 색으로 나타난대
그리고 모래알처럼 작은 알갱이들도 담아주셨는데, 병을 흔들면 ASMR 그 자체야… 정말 맑고 고운 소리가 나거든
집에 있을 때 자주 흔들어보는데, 우리 호두가 강쥐별에서 대답해주는 거라고 생각해
호두나무함은 윗부분이 아크릴 재질이고, 뚜껑을 쉽게 여닫을 수 있어
호두 액자는 화장 진행 중일 때 지도사님 연락처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구
우리가 좋아하는 호두 사진이 너무 많아서 한장만 고르기가 힘들었어
고민 끝에 호두가 얼른 우리 품으로 다시 달려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뛰는 사진으로 결정했어
그리고 완성된 루세떼 양이 적어보여서 지도사님께 이정도 양이면 다른 애기들과 비교해서 어떤 편이냐고 여쭤봤거든?
공정실로 다시 들어가시더니 호두 몸무게를 보고 오셨나봐
일반적으로 뼈가 튼튼한 4kg 애기들 기준 한병이 나오는데, 호두는 5.2kg 체중에 한병이 나왔으니까
뼈보다 살이 더 많은 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날 처음으로 웃음이 나더라…
곱슬머리 내 동생 귀염둥이 호두공주님은 살이 더 많은 편이었다니…! 역시 호두는 언니에게 웃음만 주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야🤎
호두 침대 옆 장식장에 꾸민 루세뚜존
우리 호두 루세떼 애칭은 루쎄뚜야!
호두 별명은 거의 다 ’두‘ 자를 붙였거든
두식이, 두짱이, 두린세스, 공두, 두라이브 등등!
아직 많이 못 꾸몄어… 49재까지 더 예쁘게 꾸며줄거야
여기까지… 호두와 잠깐 이별하게 된 후기야
2시 예약해서 10시에 모든 절차가 끝났어
나와 같은 여시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혹시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 달아줘
내가 아는 부분은 전부 알려줄게!
강쥐들은 보호자 성격이랑 외모를 닮아간다고 하잖아
우리 호두는 어딜가든 언니랑 똑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외모까지 닮은 우리는 언제까지나 언니, 동생일 수밖에 없지!
내 동생 호두야 사랑해 너무 많이 보고싶어 빨리 다시 만나자! 사랑해 호두공주님🤎🤎🤎
🤎🤎🤎🤎🤎호두 사진 몇 장🤎🤎🤎🤎🤎
쫑시들과 함께 하는 모든 반려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래🤎
호두야 사랑해. 글 정말 고마워..호두야 아프지 말고 맘껏 뛰어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