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한 선후배 사이이자 2002월드컵 멤버인 최성용(28·수원 삼성)과 설기현(24·안더레흐트)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28일 오후 3시)에 서울과 부산의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나란히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최성용은 2000년 일본 빗셀 고베에서 활약할 당시 TV리포터였던 아베 미호코를 만나 대한해협을 넘나들며 사랑을 가꿔왔다. 설기현도 친구의 동생인 윤미씨와 대학 시절부터 사귀었고 벨기에에 진출할 때 동반 출국해 사랑의 결실인 아들 태웅까지 봤다. 둘 다 사연을 놓고 보면 다소 늦은 결혼식이다.
이들이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서 하객으로 참석할 동료 선수들이 난처해졌다. 누구의 결혼식에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활약해온 최성용이 하객 끌어들이기에는 다소 유리한 처지. 수원 삼성 소속으로 수도권에 동료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 고려대 인맥을 동원해 최성국(울산) 이기형(성남) 등으로부터 이미 참석 확인을 받았다.
지난 21일 귀국한 설기현은 처가인 부산에서 결혼식을 치르게 돼 수도권 인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같은 배를 탄 유럽파들에게 확약을 받았다. 겨울 휴가차 입국한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송종국(페예노르트) 이영표 박지성(이상 에인트호벤)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묘하게 같은 날 결혼식을 올려 서로 미안하지만 둘은 장외에서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의 향방에 은근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