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이정록
내 몸은
한 송이 혀를 물고 있는
꽃병입니다.
혀는 과장과 왜곡으로 혓바늘이 핍니다.
혀를 내두를 때마다 꽃병에 금이 갑니다.
꽃을 품은 물이 먼저 상합니다.
고개를 꺾어 화병의 썩은 물을 봅니다.
검은 침만 내뱉었나?
꽃잎은 마를수록 흽니다.
하양의 얼룩을 핥아보지만
얼룩말은 검정이 반입니다.
끝내 나는 얼룩인간입니다.
석고상도 혀 내밀 구멍은 있습니다.
돌부처도 혀는 풍화되지 않습니다.
― 계간 《아토포스》 2026 / 여름호
이정록
충남 홍성 출생. 1989년 <대전일보>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의자』『동심언어사전』 『그럴 때가 있다』 등. 청소년 시집 『까짓것』 『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반할 수밖에 』. 동시집 『지구의 맛 』『아홉 살은 힘들다』『 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 그림책 『나무의 마음』『어디가 아프세요?』『의자 』 등. 동화책 『대단한 단추들』『아들과 아버지』『노는 물을 바꿔라』 등. 산문집 『시인의 서랍』『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박재삼문학상, 풀꽃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