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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들 스크랩 무등산 얘기
길산 추천 0 조회 45 08.10.29 22:29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어느 해에는 거의 매달 2번 정도 갔었던 무등산이었는데, 조금 멀리 이사를 한 탓도 있겠지만 도통 갈 수가 없었다.

모처럼 마음을 먹고 시내버스를 한 시간 반쯤 타고 무등산에 갔다.

무슨 도시 관광버스 마냥 시내 곳곳을 살피게 해주는 버스가 지루하지만은 않았지만, 또 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금년 들어 처음이지만 모두들 눈에도 마음에도 익은 친구들이다.

바람과 안개가 된 구름 그리고 풀 꽃 나무 등 산의 식구들이 그러하다.

부드러운 흙 길도 거친 자갈 바위 길도 오래 전부터 다정한 친구이며, 특히 숲의 냄새는 늘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산장에서 꼬막재 표식까지의 오르막에서, 깊은 숨 몰아쉬며 굵은 땀 쏟았더니 35분(3.4키로)이 소요되었다.

이쪽 코스의 오르막은 이것이 전부인데 서운케도 빨리 왔다.

장불재로 가는 길에는 두 군데쯤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자연은 무엇이든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산의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라니.

그러나 하산할 때 걸었던 휴식 년이 풀린 토끼등 길은 아예 정원 길 마냥 온통 손을 댔는데, 몹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스팔트 포장 아닌 것이 다행이다.

 


잠깐 작은 잘난 체 한마디만!

산길을 몇 년간 혼자 걷다 보니 정상의 높이와 거리, 통상의 소요시간 중 어느 것 두 개를 모르더라도 이내 짐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일의 기상이나 짐의 무게, 컨디션, 무엇보다 걸어 온 산길의 경사도에 대한 느낌으로 더욱 가까운 숫자를 맞추어 내는 것이다.

컨디션은 전 날의 술 량이 주로 좌우 하지만.

그리고 지리산의 1키로는 20분이 넘게 소요되지만 천 미터 내외의 산은 15분쯤 그리고 500 미터 내외의 산은 12분 정도에 걷는 실력이 되었다.

물론 산 아래에서 정상을 향하는 경우의 얘기이며 능선을 탈 때는 더 쉬워 진다.

높은 산인데도 정상까지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거나 이정표에 표시된 거리가 생각보다 짧거나 혹은 쉽게 올라 왔다면 이미 출발지가 고지대였을 것이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가!

아고, 그래도 나는 몸으로 깨우친 사실이다.

 


꼬막재의 가을은 바람과 억새가 어우러져 하얀 세라복의 여학생 무리처럼 깔깔대며 난리 속인데, 오늘은 점잖은 안개 무리들이 쉬고 있다.

엉뚱하게도 서부영화의 한 장면에서 총잡이들이 잔뜩 목에 힘을 주고 잠시 쉬고 있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OK목장 앞에서.

구름이 날개가 없는 날 안개인 셈이다.

이곳이 600여 미터밖에 되지 않으니 구름 속을 걷는다고 억지를 쓰기는 그렇고.

이 녀석들이 어설프게 뜨면 바로 옆 정상의 봉우리에 둥그렇게 걸쳐 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바위들을 꼭 붙들고 마치 발을 허공에 날리며 바람을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꼬막재에서 장불재로 갈 때, 꼬막재를 막 지나 광일 목장 쪽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2년 전쯤의 나 같은 방문객이 종종 있는 것인지 들어서지 말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 길은 대부분 그냥 지나쳐 가는 산 속의 골목길로, 더러 소변 급한 아주머니들이 잠깐 꺾어들어 특히 남자들 몰래 허연 엉덩이를 거침없이 까 내리기도 한다.

실은 그 길로 접어들어 걷다가 눈 동그랗게 뜨고 한 번 봤다.

산길을 걷다  가끔 뒤로 돌아서서 걸어 온 길을 가만히 바라보는 습관이 횡재(?)를 하게 했었다.

이 길의 100여 미터 아래 갈라진 길에서 각각 100여분쯤 걸으면 무등산의 뒤통수가 보이는 담양 남면의 무동마을과 충효동의 도자기 마을이 나온다.

특히 무동마을 가는 길은 유령의 집처럼 느껴지는 시커멓고 낡은 우사가 무서우며 멀리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저수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룡이 솟아오를 것 같고, 낙엽소리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다보아야 할 뿐 아니라 제 발을 찾기가 힘이 들 때도 있다.

낙엽 수북한 길이다.

무서울 때는 손에 쥔 막대기가 최고인지라 두고 온 지팡이가 아쉬웠던 길이다.

어느 해 11월에 그 길을 홀로 걸으며 썼던 메모를 읽어보니 가만히 그 흥이 느껴진다.

 


“이렇게 낙엽이 많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은혜일 것이다.

시린 공간에는 바람과 떨어지는 낙엽과 낙엽을 헤치고 걷는 내 발자국 소리만이 있다.

어느 해고 이런 가을이 다시 왔을 때, 내 곁에 계실 고운 손님이 오시면 이 길을 권하여 걸으리라 생각했다.

처음 손을 잡더라도 서로 어색치도 않을 것이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숲도 정겨워 할 그림이 될 것이다.

그녀가 어느 날 삐쳐서 떠났더라도, 낙엽 많은 숲길의 추억 때문에 다음 가을쯤에는 필히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고 말 것이다.

이 길에서 새침한 표정의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깊은 숲길에 아무리 단 둘일지라도,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갈 대단한 자존심의 여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도승도 아니고, 내 반가움이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우와,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되고 첫마디는 무엇이 될까!


벌써 만 두 해쯤 홀로 걸었다.

없는 호랑이나 늑대가 그려질 정도의 무서움이 느껴질 때면, 준철이의 이름을 서너 번 불러보거나 ‘얼굴’을 불러 보기도 했다.

무서움은 물론이지만 침묵도 가끔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촌스러울 정도로 빨간 낙엽이 있어서 4개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

몇 해 전에 준철이와 병원 뜰을 산책하다 단풍잎을 주운 적이 있었다.

주운 것마다 보여주며 예쁘냐고 물었더니 녀석은 빙긋이 웃기만 했었다.

오랜만에 주워 보는 낙엽이다.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스러질 염려는 없다.

작은 것, 벌레 먹은 것, 유독 색이 진한 것 등.

어느 새 벌레 먹은 것을 택할 만큼 마음이 아름다움을 안다는 자찬의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도 낙엽색처럼 노을처럼 저물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숲의 더러 섬뜩한 적막을 벗어나 만나는 작은 마을이 반갑기도 하다.

글쎄, ‘저 산 너머 하늘 아래 그 누가 사나. 나도 어서 저 산을 넘고 싶구나.’하던 동요 속 그리움이 오늘 또 하나 깨지는 날이지만 아! 나는 많이 행복하다.

낯선 무동마을을 지나 뒷걸음을 하며 산을 바라보니 산은 벌써 구름만큼 멀리 있고, 나는 보기 힘든 저 산의 뒤통수를 영락없이 바라보고 있다.

짱구 녀석의 보여주기 싫어하는 뒤통수를 본 듯, 웃음이 나온다.

나와 무동마을 사람들은 네 놈의 뒤통수도 보았다 하고 놀려도 본다.

내 인생은 낙엽 수북한 이 가을만큼 쓸쓸하며 이미 욕심도 없다.

바람이 미는 만큼 저만치 굴러가서 가만히 다음 바람을 기다릴 테다.”

 


규봉암을 지나는 5킬로를 더 걸어 백마능선과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약간 기운 너른  바위가 있는 장불재에 이르렀다.

가을에는 여기 이 바위에 누워 흰 구름을 보는 일이 즐거웁다.

구름과 함께 만드는 터무니없는 얘기가 마냥 웃음을 주기도 한다.

누가 언뜻 보게 되면 미쳤다고 피해 갈 것이고, 그 날 이후 그는 ‘아따, 미친놈이 꼭대기꺼정 올라 왔드라고…….’하고 신기한 듯 친구들에게 말할 것이다.

‘아니, 나가 요리 지나 간디 쩌가 자빠져 갔고 혼자 마악 웃드랑마시. 아따, 근디 잘 생겨부럿드랑께…….’

화학적인(형이상학적인) 짐작은 서툴러도 물리적인 판단은 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산에서 모르는 남에게 그런 느낌을 준 그것이 예의가 아닌 일이다.

기울어진 바위인지라 몸이 약간 뒤틀린 듯하고, 잠자리 부대가 난리 속이며 바람이 구름을 힘껏 미는 것인지 그 모양 바뀌기가 빈번할 때, 하늘이 이 바위를 들어 한바퀴 돌려버리면 어지럽기가 말할 수 없다.

어허 하며 일어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느 해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란 날에는, 이 장불재에서 청승을 떨다 웬 아주머니랑 인연도 될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 후에 우연히 그 여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날의 메모로 얘기를 대신 하자면.

인연이 아니었는지 지금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 곁에 없다는 의미이다.

 


“내일은 비가와도 산에 갈 생각이다.

산들이 입김을 내 품으며 가쁜 숨을 쉬는 날일 것이다.

어제는 산에서 보았던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지만 나는 집에 돌아와 잠이 들면서 알아 차렸다.

드디어 눈치도 잃은 것인지, 잠이 들며 겨우 가슴이 설레었다.


작년 가을쯤 960미터 장불재에서 만났을 것이다.

가만히 가을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들이 내 곁으로 와 말을 걸었었다.

튀긴 닭다리와 배를 주더니 커피까지 주어서 고마웠었다.

흰 물병 세워 놓고 달랑 이천 원짜리 김밥 하나 씹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게 보였었나 보다.

특히 저희들끼리 잘 생긴 아저씨가 혼자라고 쑥덕대기에 몰래 듣고 기뻤었다.

셋 중 한 명은 고운 얼굴이었는데, 그녀도 자꾸 나를 보고 웃는다.

사실 관심 없는 듯, 안 보는 듯해도 다 봤었다.

고운 얼굴이 남은 산행을 함께 하자고 두어 번 말했었지만, 혼자 다녀야겠다는 결심도 있었고 해서 잠시 수도승의 심정으로 그냥  다른 길로 훌훌 걸었었다.

그러나 그것이 영 아쉬웠다.  

산길에서 지나치던 인연이 잊혀질 무렵 다시 만남이 되고 느낌이 깨끗해서 좋다.

8월에”

 


저 쪽 나긋한 허리 백마능선의 억새밭을 헤엄치듯 지나 혹처럼 생긴 돌 봉우리를 넘어 가면, 화순 수만리가 나오고 더 걸으면 안양산 휴양림 나온다.

누가 언제 걸어도 혼자만의 길이 될 것이다.

특공대처럼 낮은 자세로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기도 해야 한다.

역시 어느 해 가을에 저 길로 들어서 밤과 떨어진 감을 주워 먹으며 두어 시간쯤 혼자서 신이 났던 기억이 있다.

담배 피우며 동동주 챙기는 친구보다는 빨간 등산화를 신은 살결 고운 여자랑 함께 넘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서로가 행복할 것이다.

 


다시 정상인 서석대까지 가야 했는데 출발지인 무등산장에서 도시락을 구할 길이 없어서 배가 고파 그냥 돌아선 것이 아쉬웠지만, 다행히 정상에 걸친 구름 때문에 서로 그 표정을 전 할 길이 없었으니 마치 오지 않은 듯, 도망치듯 내려와야 했다.

뒤꽁지에 ‘의리 없는 놈’하는 듯 하여 미안키도 하였다.

산길이 꿈길인지라 맑아진 마음이 갑자기 힘든 속세의 거리를 걷는 것이 싫어서, 종착지에서 막걸리를 마셨고 ‘랄랄라…….’ 무슨 노랜지 흥얼대며 아가씨 마냥 둥글둥글 걸어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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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은 참 많이 다닌 편이다.

여기서 잘난 체 한번 더 할란다!

(참고 :언젠가부터 글을 쓰면서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긴 했지만, 이미 읽는 이를 의식하는 잘난 체가 좀 심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해를…….)

언젠가 건설업 하는 친구랑 여러 얘기 끝에 등산에 관한 얘기까지 이른 적이 있었다.

먼저 시비를 걸더라! 녀석이.

다른 산이라면 몰라도 무등산을 놓고.

자신은 특히 무등산에 대해서는 손금 보듯이 훤히 알고 있다고 하면서, 무등산만큼은 박사의 경지라며 한참 자랑을 하는 것이다.

무등산은 나도 제법 아는 산인지라 나보다 더 대단한 놈을 만난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래도 얘기의 빈틈을 엿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왔다.

‘그래도 무등산도 혼자 걸으면 참 무섭더라.’하고 한 마디 던져 놓았더니 녀석이 낚시 입감에 덜커덕 걸려드는 것이다.

‘얌마, 무등산이 뭐가 무섭냐? 사람도 많이 다니는데……. 하긴 무등산장에서 꼬막재를 돌아 장불재로 넘어 오는 길에는 사람이 좀 없기는 해도 무섭기까지는 아니다.’하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어느 길이 그렇게 무섭냐고 묻는다.

속으로, ‘오냐, 내가 설명을 할 테니 들어 봐라. 이 자식아!’

그리고 다 걸려든 고기 같은 상황이니 좀 천천히 나지막한 소리로.

‘응, 저기 꼬막재에서 광일 목장 쪽으로 빠지면 충효동 도자기 마을 가는 길하고 담양 남면의 무동 마을 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은 언제나 사람이 한 명도 없시야. 글고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을 타고 화순 수만리로 넘어 가는 길도 개미 한 마리 볼 수가 없거든…….날씨가 화창한데도 두 시간쯤 그리 홀로 걸으니 진짜 무섭더라.’

녀석이 잠시 말이 없다.

앞에 놓인 식어 버린 녹차를 한 모금 턱 하고 ‘너 그 길 가 봤냐?’하고 낮은 목소리로 결정타를 날렸더니.

‘아니, 그렇게는 안 가 봤어.’한다. 무표정으로.

이단옆차기는 속으로 했다.

‘임마! 내가 비 오면 우산 쓰고 쫓아다닌 산이 무등산이다. 손금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짜아식 말이여!’

 


녀석은 오늘 대화 소재를 잘 못 택한 것이다.

그냥 여행과 주식 얘기만 하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지가 먼저 얘기를 꺼냈으니, 뭐.

무등산이라면 구간 구간의 거리와 소요시간, 봉우리의 높이와 경사도 등을 달달달 꽤 차고 있는 내게 무등산 얘기를 꺼냈으니.

뿐만 아니라 물이 있는 곳이나 여름이면 물이 끊기는 곳 외에 동행자의 여유 시간이나 산행 실력에 맞추는 코스 선택, 겨울이면 눈이 어디까지 있네 없네 또 비 온 뒤 코스별 산길의 질척도 등 알아주는 이는 없지만 그래도 자칭 ‘무등산 타잔’한테 말이다.

그 날 괜히 즐거웠었고 요즘도 술판이 벌어져서 등산 얘기가 나오면, 얘기의 연결에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기어코 그 친구와의 대화까지 끌고 가서 잘난 체를 하곤 한다.

술안주로는 아주 최고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그 날의 산길을 생각해 보는 일은 몹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었다.

땀과 인내, 튼튼해 가는 다리도 자랑스럽지만 바람과 구름이 노니는 넉넉한 하늘, 풀과 나무를 키우는 묵묵한 흙, 여기저기 부스럭거리며 살아 있는 것들, 물소리 바람소리 담은 계절의 기운 등 홀로 걸으며 만난 아름다운 것들을 음미하는 일이 큰 기쁨을 주는 것이다.

특히 산길은 걸을 때마다 감동도 준다.

별일이 없는 한 거의 비슷한 느낌인지라 매번 그 느낌을 옮길 수는 없지만, 마음에 머무는 노래라 할 것이다.

산길은 마음이 걷는 거대한 악보 같은 것이다.

나는 걸음마다 길고 짧은 음표가 되어 숲에 어울리는 섬세한 리듬이 된다. 콧노래의 4분 음표도 깔딱대는 숨의 8분 음표도, 옛 임 그리운 2분 음표도 되어 본다.

나무뿌리 돌부리에 걸리면 스타카토(딱딱 끊어서)가 되고 내리막은 크레셴도(점점 세게), 정상에 서면 마에스토소(장엄하게)도 되어진다.

뒤 자태가 고운 여인네를 그 만큼의 거리로 따라 갈 때는 돌림노래가, 길을 헤맬 때는 도돌이표도…….

먼 산을 바라보며 잠시 시인이 될 때는 쉼표가…….

 


화음은 또 얼마나 고운가.

철마다 슬픔도 다른 바람의 허밍, 마음이 듣는 눈 내리는 소리, 눈 밟는 소리, 낙엽 지는 소리, 뒹구는 소리, 꽃의 웃음, 물소리, 우리 함께 무엇을 했는지 옛 친구들의 힘 모으는 소리, 임의 치맛자락 휘날리는 소리, 달콤한 임의 목소리.

그렇게 마음들이 꿈틀대고 아물게 하는 산길…….

그리운 마음, 쓸쓸한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단숨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 그냥 돌아서는 마음…….

아쉬운 너와 나 우리의 마음!

아, 나를 살게 했고 살게 하는, 인생을 메운 마음들!

 


하늘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은 바람소리에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무슨 말로 들리는가.

마음을 뚫는 바람 속 그 말은 무슨 말일까.

잠이 들기 전에 눈을 감고 나지막이 휘파람소리를 내보거나 숨을 내쉬어 작은 바람소리를 만들어서 다시 생각해보자.

가만히 눈물이 나면 우리는 그 말은 들은 것이다.

철마다 다르긴 해도 숲 속 깊은 곳에서 가만히 바람소리를 들어보면, 내 귀에는 윤회라고도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 세상 누구와도 또 만나고 또 헤어지며 산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립고 아쉽고 보고 싶은 것이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산 속의 하루가 언제나 꿈처럼만 느껴진다.

잠이 들 때까지 산 속에 머무는 나를 따라 다니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그 얘기가 연결되어지는 꿈을 꾼다.                              

나는 될 수만 있다면 죽어 산 속을 쓸고 다니는 신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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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0.30 11:13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잠이 드는 순간까지 그 날의 산길을 생각해 보는 일은 몹시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었다"

  • 08.10.30 18:03

    무등산 타잔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08.10.30 20:01

    잘 읽었습니다~~~

  • 08.10.31 17:41

    저도 무등산을 좀 안다 하는데 조족지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벌레먹은 낙엽이 저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는데요.ㅋㅋ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 08.11.01 22:31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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