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통역사 박정은‧‧‧"사람의 마음까지 통역합니다"
여성경제신문 김혜선 기자
2022.12.03
카자흐스탄서 러시아어 배워
가정사 담은 책 낸 후 방송 타
"독심술가처럼 의미 전달 노력"
박정은 통역사는 주로 법정, 기업, 정부 기관의 러시아어 통역을 맡고 있다. /이민경 기자
"언어가 달라 말은 안 통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마음만은 통하게 해주고 싶었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마음 통역사라고 자칭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한부모 가정까지. 언어와 편견으로 단절된 사람들의 속사정을 대변하는 이가 있다.
바로 러시아어 프리랜서 통역사이자 책 『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저자인 박정은 씨다.
여성경제신문은 15일 경기도 용인시 자택에서 박씨를 만났다.
그는 풍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에 공감할 줄 알았다.
박 통역사는 아버지 사업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러시아어를 배웠다.
언어 특기를 살려 LG상사와 포스코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기업을 관두고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전문 통번역 석사를 졸업했고,
중앙대 통역번역연구소 한러과 팀장을 역임했다.
박정은 통역사는 올해 9월에 방송된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다니며, 중앙아시아 현지인들의 삶을 소개했다. /사진=박정은
그는 러시아어 통역 경력과 책 출간을 계기로 9월 방송된 EBS 세계테마기행에 진행자로 출연했다.
"책 출간 인터뷰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이 러시아어 통역사라고 하면 검색이 됐나 봐요.
방송국에서 마침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출연진이 필요했을 때,
인터뷰 영상을 보고서 저한테 메일로 연락하셨다고 제작진께 들었어요."
박 통역사는 사람에게 늘 진심으로 대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그는 생계를 위해 9년간 한국에서 살았다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만나 눈물을 흘렸고,
이 방송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방송 영상은 17일 기준으로 조회수 90만 회를 달성했고,
"진행자의 눈물이 아름답다"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댓글이 달렸다.
"방송에서 그렇게 울었던 게 상대의 감정이 그대로 이입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마음을 알아야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바를 제가 아니까, 또 제가 알아야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통역할 때 공감을 잘하는 편입니다."
소통을 위해 중앙아시아 전통의상도 입어봤다. /사진=박정은
박 통역사는 법정 통역사로 인정받아 법원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의 통역도 맡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범죄가 아닌 오해로 인해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박 통역사는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
오해를 풀어주어 외국인을 도울 수 있는 게 통역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중동이나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은 남을 돕는 데 그렇게 박하지 않아요.
누군가 쓰러져 있으면 가서 도와주지, 개인주의가 아니란 말이죠. 본국에서는 작은 일로 무마되고
좋게 해결될 수 있었을 법한 일이 소송으로 다가올 때 얼마나 마음이 답답할까 생각이 들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통역사란 직업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번역기 통해서 얘기할 순 있지만,
그건 아주 표면적인 간단한 이야기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려운 상황을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이 직업의 매력입니다."
한부모 가정사 세상에 밝히다
두려웠지만, 위로 전달하고파
박 통역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사람이 살다가 안 맞아 헤어질 수 있기에 이혼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한부모 가정이 일상인 사람들도 있다.
박 통역사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책 『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를 출간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박정은 통역사는
자기 경험을 담은 책 『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를 출간했다. /사진=박정은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왜 항상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살았을까 싶었고,
그것이 죄가 아니고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또 이렇게 살아도 잘 산다는 걸 보여줘서 어떤 위로가 되고 싶었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썼습니다."
그의 책은 한부모 가정의 부모 입장이 아닌 자녀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 자녀들이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다.
"책을 찾아보니까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쓴 책은 있는데 그 자녀의 입장에서 쓴 책이 없더라고요.
가정사를 드러내는 게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고 또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정 전부의 이야기를 밝히는 거라서 가족에게 죄송스러워서 얘기를 못 했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가정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굳이 집안 이야기를 써야겠냐는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 이야기는 박 통역사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전히 희생이 따르는 '워킹맘'
아이에겐 직업 체험의 장 마련
박정은 통역사(가운데)는 2019년 우먼센스에서 진행한 케이퀸(K-QUEEN)에 참가했다.
케이퀸은 35세 이상 여성들에게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미인대회다. /사진=우먼센스 제공
박 통역사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워킹맘이다. 통역사,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엄마이기에 그 여정이 쉽지 않았다. 지금껏 쌓아온 그의 커리어에는 남편의 희생이 있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끼는 건 한 여성이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어떤 일에서의 성취가 있으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꼭 따른다는 거예요.
그게 친정엄마든 시부모님이든 아니면 남편이든 말이에요. 저는 친정엄마가 없어서
우리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보니 아직도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그 자리를 남편이 채워줬어요."
세계테마기행은 한 달의 일정으로 촬영됐고, 박 통역사는 촬영 기간에 가족과 떨어졌다.
졸지에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과 한 달간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오히려 딸에게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해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가 통역사는 뭐 하는 직업이냐고 혹은 책은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물어봐요.
그리고 본인도 책을 쓰겠다며, 미술학원에서 책을 만들고 나도 작가라고 얘기하고요.
그렇게 아이가 직업을 다양하게 꿈꿔볼 수 있는 어떤 장을 펴줄 수 있어서 좋아요."
러시아어 강의도 진행하고 있는 박정은 통역사는 바쁜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다. /이민경 기자
박 통역사는 뚜렷하게 정해진 미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어떤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공허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만, 박 통역사는 대중에게 많이 읽힐 책을 써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경험해서 좋았던 것을 공유해서 사람들도 공감하고 같이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고
위로를 전달하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https://youtu.be/f90fuicP3Xg
https://www.youtube.com/watch?v=fimNWszJg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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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 키르기스스탄 여행
세계여행┃세계테마기행┃#골라듄다큐
EBSDocumentary (EBS 다큐)
위의 동영상 1/3쯤에 보면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 만난 한국에 와서 일했던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서
다른 한국에 와서 일했던 이 들과 만난다. 롯데월드를 건설하는데 10년씩 와서 일했던 분들
그 때 번 돈으로 집도 짓고, 차도 사고 잘 살고 있다는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박정은씨의 모습이 예쁘다
그 모습을 보고 위의 기사를 검색할 생각을 했다. 생긴 모습처럼 마음도 참 예쁜 박정은씨다.
바로 위의 다큐프로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복사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