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의 명암(明暗)
ㅡ이동호 칼럼ㅡ
공유(共有) 경제란?
상품을 소유자만 소유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경제 형태. 차고에 있던 자동차, 비어 있는 방, 사무실 공간, 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우버, 숙박 연결업체 에어비엔비,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 중국 공유 자전거 대표 업체 오포와 모바이크 등이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세계 공유 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186억달러에서 2022년 402억달러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공유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현상들 때문에 공유 경제의 밝고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세계 유니콘 스타트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상위 13개 중 12개가 공유 경제와 관련된 기업이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성장통을 앓는 공유 경제 모델이 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공유 경제 방식의 창업이 급증한 가운데 과당 경쟁이나 조세 회피 등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서다.
공유(共有) 경제의 상징 우버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공유 경제의 상징 같은 회사이며 기업가치가 약 700억달러(약 75조4110억원)로 평가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차고나 주차장에서 개인의 차량이 놀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므로 놀고 있는 차를 나눠 쓰자는 것이 우버식 공유 경제 계념이다. 공유 경제 참여자는 전업(专业)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자동차나 빈방 등)을 자신이 원할 때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사무실도 직장 상사도 없고,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었다.
그러나 결과는 소사업가를 만들어 낼 것이란 공유경제가 저소득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의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입은 시간당 8.55달러로 뉴욕시 최저 시급 13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고 뼈빠지게 일해도 평균 연봉 2500만원이라는 계산이다.
저임금 장시간 근로만 문제가 아니고 건강보험, 실직보험 등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뉴욕의 전통택시(옐로캡) 숫자가 1만3587대인 반면 우버·리프트·비아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은 이미 10만대가 넘었다.
전통택시(옐로캡) 기사들이 차량 공유 서비스에 손님을 빼앗겨 수입이 격감하고 있어 옐로캡 기사들이 우버·리프트·비아 등을 규제해 달라고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공유 서비스 차량이 손님을 태운 건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택시를 넘어섰다. 이들이 싼값으로 손님을 쓸어 가면서 택시 기사들의 재산목록 1호인 택시면허 가격이 2013년 105만달러(약 11억3000만원)에서 최근 17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까지 폭락했다.
최근에는 생활고를 비관한 택시기사들의 자살 행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접하면서 공유 경제 체제는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경제 체제라며 시대적 사명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혹평하는 비판자도 등장했다.
우버기사와 택시기사 이야기는 공유경제의 역풍을 맞아 우버기사도 택시기사도 똑같이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공유 경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27만명의 택시기사들이 카풀 제도의 법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의사당앞에서 열고 있다.
우버는 설립자 겸 전 CEO 트레비스 칼라닉이 물러나고 코스로샤히가 새로운 CEO로 나서면서 지난해 중국 우버를 중국 디디추싱에게 매각하고 러시아 우버도 러시아 안덱스에 넘기고 동남아 사업도 싱가폴 그랩에게 넘기면서 그동안 내재했던 다양한 문제 해결과 함께 정상화해가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치솟고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우버는 자율주행기술, 비행택시와 같은 미래 성장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거품 꺼지는 중국 공유 자전거
중국에선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자전거 공유 서비스 기업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자전거 공유 서비스 회사인 샤오미단처는 지난 5월 광저우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199위안(약 3만3800원)의 고객 보증금도 돌려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안좋다.
텐진 기반의 블루고고도 작년 11월 현금 부족으로 파산했다. 2016년 설립된 블루고고는 지난해 초 4억위안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단숨에 업계 3위로 도약할 만큼 승승장구했던 회사여서 업계의 충격이 컸다.
충칭 우쿵바이크도 자전거의 90%를 도난당한 여파로 작년 6월 파산했다.
이밖에도 난징의 딩딩바이크, 베이징의 3V바이크, 텐진의 치치추싱, CC바이크, 판다바이크 등 수십 개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유경제의 열풍을 타고 2년간 2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지만 경쟁 격화로 대부분 기업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원을 받으며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오포와 모바이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업계 1, 2위이지만 아직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8월에 창립된 숙박 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191개 이상 국가, 3만4천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해 있다.
현재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사람만 6천만명을 넘는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300억달러 이상으로 우버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손님에게 에어베드(airbed)와 아침(breakfast)를 내준데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에어비앤비는 일반주택을 대상으로 집이나 방이 비었을 때 이를 빌려주고 돈을 벌 수 있는 모델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에어비앤비는 법의 테두리 바같에서 시작했다. 여러 나라에 진출하면서 각국의 법률 사정과 이해관계에 맞춰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이용자가 늘면서 탈세를 조장하고 도시 집값을 올린다는 비판과 함께 소음, 쓰레기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불편을 겪는 사례가 빈번한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각국정부는 공유 숙박이라는 업태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형식은 양성화지만 대부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각국의 규제 상황을 살펴보자. 덴마크 정부는 에어비앤비를 통한 주택 대여가 탈세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집주인 소득이 자동으로 국세청에 신고되는 '디지털 세금 솔루션'을 마련했다.
공유 숙박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도 연간 70일로 제한했다.
네델란드 암스텔담시의 인구가 85만명인 도시에 연간 18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자 외지인들의 고성방가와 무질서 등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금지하는 시 조례를 통과시켰다.
투숙객에겐 1인당 하루 10유로(약 1만2700원)의 관광세까지 부과했다.
에어비앤비의 최대 시장인 프랑스 파리도 2015년부터 투숙객 1인당 하루 0.83유로(약 1000원)의 관광세를 걷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집주인 임대 수입의 14%를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일본도 영업 일수를 연간 180일로 제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독일과 중국 정부 등으로부터 탈세자 추적을 위해 해당 국가 서비스 이용자의 세부 정보를 제출하라는 요구도 받고 있다.
한국도 에어비앤비 객실 수가 1만8천여실에 이른다. 빈 방을 빌려 주는 게 아니라 이윤극대화를 위해 집을 재임대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정부도 관광산업 활성화 등에 활용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