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걸려 온 전화
내가 교단이 좋았던 일은 내 손으로 밥 한 끼 해먹일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릴 때 배고픈 시절을 살아서 교단에서도 배고픈 아이들이 제일 먼저 보였다. 퇴직 후에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둘레를 느긋하게 돌아보며 내 손으로 밥 한 그릇 나누는 노년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베풀고 나누는 ‘베나의 집’에서 손님들을 초대하며 <손님은 하늘이 보내 주시는 선물>이라는 현수막을 거실에 걸고 살다 보니 6년이 흘렀다. 시골집에 묻혀 산 삶을 풀어낸 실화를 동화로 엮었다.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은 판타지 형식을 빌려온 터라, 흥미를 끄는 긴박한 구성 보다, 느긋하고 잔잔한 호흡의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써온 글들로 동화책 두 권을 한꺼번에 출시하게 되었다. 계기는 지식산업사에 걸려 온 강의 요청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극심하던 작년 3월 초에 지식산업사 사장님이 박경선 작가에게 대전유성초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 강의를 요청하였다시기에 코로나가 무섭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일단 학교의 독서 담당 선생과 전화해 보고 그 결과를 내게 알려주시오.” 연세 많으신 사장님이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끊는 바람에 “사장님의 마지막 청이 될 수도 있겠다. 뒷날 후회하지 말고 목숨 걸고 다녀옵시다.” 하며 남편이 먼 길에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였다. 남편과 나에게 사장님은 스승 같은 분이셨다. 1994년 2월, 무명작가인 내 첫 동화책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 책에 무명 화가 남편이 그림을 그렸는데, 어린이도서연구회 우수도서 추천을 받으면서 32쇄까지 출간하였다. 그 덕에 다른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것이 발판이 되어 지금껏 23권의 책을 출간하였고, 그중에 열 권은 지식산업사에서 펴내었다. 사장님은 출판협회 이사장을 지내며 ‘우리 말 살리는 겨레 모임’ 대표로도 활동하고 계셔서 내 동화 원고가 갈 때마다 꼼꼼히 들여다보며 지도해주신 분이다. 그래서 사장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 대전유성초등학교를 찾아갔다. 그동안 대구 시내 도서관과 학교를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학부모님을 만나 독서교육과 <작가와의 만남>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강의료만큼 내 동화책을 들고 가 나눠주던 터라 이날도 책 30권을 들고 찾아갔더니 3, 4, 5학년 150명이 강당에서 맞아주었다.
교사 본능이 살아나 신바람 나게 강의하고 왔다. 문제는 작가의 새 동화책에 대한 물음에 돌아보니 6년간 책을 한 권도 내지 않고 있었다. 출판계 경기도 어렵지만 사장님은 연작으로 내자고 하셨다. 대학 교재 위주로 책을 내면서 책 홍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점이 마음에 걸려 망설이던 차에, 부안에 있는 석정 문학관에 들렀다. 신석정 선생님이 그 옛날에 지식산업사에서 시집을 내었다고 큰 액자에 자랑스럽게 설명해둔 걸 보고 나도 ‘지식산업사’와 한번 맺은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식산업사에서 처음 낸 책이 1994년에 교보문고에서 6위 안에도 여러 번 올랐다고 서울 사는 문인 선생님이 전해주시던 기억이 났다. 인세도 처음 출발하는 작가가 인기 작가 대우로 10%씩 받았다. 그러나 한 푼도 생활비에 보태지는 않았다. 영남아동문학상 상금을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유성룡 회장님이 이끄는 소년 소녀 가장돕기 초원 봉사회에 보냈고, 대구문학상 상금을 받아서는 대구아동문학회 문학상 신설을 위해 몽땅 대구아동문학회에 보태었다. 김대건 전기로 인세 삼백만 원을 일시불로 받았던 해에는 다른 책 인세가 구백만원이 들어와 합쳐서 천이백 만 원을 대곡성당 성전 건립 기금으로 하느님께 돌려드렸다. 지금껏, 소년소녀 가장 돕기 성금, 복지회관 등 사회단체에 골고루 환원해왔고 대성초와 대진초 교장으로 있을 때는 교장실에 전교생 사진을 걸어두고 그 위에 <교사의 권위는 인격이요. 최선의 교육방법은 사랑이다.>는 교육 신념을 적어두고, 전교생 생일날 다달이 생일 맞는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신간 동화책을 선물해왔다. .
그런데 이제 와서 얄팍한 수익을 생각하랴? 수익보다 맺어온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자는 마음으로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두 지식산업사에 넘겨 드렸다. 그래서 동화책 두 권을 서둘러 출시하였다. 그러나 1권 200권, 2권 200권을 샀는데 주위에 한 권씩 돌리기도 부족했다. 한 권씩 돌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책 표지에 대한 설문에 성심껏 의견 준 분들에게 감사글을 적어 함께 보냈다. 가까이 있는 제자는 불러서 함께 밥 먹으며 책을 선물하였다.
돌아보면, 대진초에서 퇴임할 때 전교생이 800명이 넘다보니 4,5,6학년 400명에게만 퇴임 선물로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 책을 선물하였다. 대진 식구들과 교통 당번해주시던 학부모님들께는 <섬김밥상 행복교육>책 400권을 선물하였다. 이제 현직을 떠났으니 학교 식구들 챙길 부담은 없지만, 6년 만에 신간을 내다보니 그래도 둘레에 책 나눌 제자들이 많다. 옛날 제자들은 지금 30대~50대가 되었고 교대 대학원 아동문학과 강의를 십년 넘게 해온 터라 계절제, 야간제 때 밥 나누고 나서 내게 고맙다고 할 때마다 (제게 고마우면 교단에서 배고픈 아이들 좀 잘 돌봐달라고 부탁도 하면서)수업을 했던 현직 선생님 제자들이랑도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서 두 권씩 우편으로 보냈다. 한권 보내는데 1,380 원씩 하는 우편료도 20만원이 넘었다. 그 외 강의 갔던 학교 아이들이나 지인, 문학단체. 학교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한 권씩 밖에 못 나누었다. ‘책을 두 권 출간했다면서 왜 한 권씩만 주나? 다른 한 권도 더 보내 달라.’ 는 지인들에게는 인터넷 교보문고, 에스 24, 알라딘, 쿠팡 등이나 지식산업사에 주문하면 13,500원씩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옛 제자는 자기 블로그에 올린 독후감도 보내왔다. [변정윤 ㅡ사대부초 제자] [오후 4:58] https://blog.naver.com/pluto86/223063530298 건축을 전공하는 제자가 보낸 글이라 짜임새가 집 한채 짓듯 단단하고 참신하게 읽혀 고마웠다. 사실, 인터넷에 내 동화책 댓글을 한줄 달아주는 것 이상의 선물은 없다.
그리고 여교장 모임에 책 한 권씩 나누러 갔을 때 그들은 학교 행사하듯 각자 축하할 거리를 준비해왔다. 작가 소개 거리. 축하 케익. 축시패. 오카리나 축하연주, 하모니카 축하연주. 다도상까지 자기 재능을 숨기지 못하고 끼를 발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ㅡ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은 제3권 『아침의 별 에렌델』 편집까지 마쳤는데 ‘진로교육과 인성 수업’ 자료 본으로 서울대 신종호 교수님을 위시하여 몇몇 권위 있는 분들의 추천사를 한 마디씩 받고 싶다고 했더니 사장님은 한마디로 꾸짖으셨다. “책은 내용이 좋으면 절로 잘 팔리는 거요. 박 선생이 책을 낸 지가 얼만데 품격 없는 일은 하지 마시오.” 스승이신 사장님의 꾸중에 정신이 번쩍 들어 『아침의 별 에렌델』을 묵히며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다. 교육타임즈사 <교육과 사색> 월간지에도 매달 <박경선의 인성 수업> 자료 동화 한 편씩 실리고 있는데 이것들도 두 권 분량 책이라 남편이 삽화를 모두 완료해둔 상태다. 그래도 차차 교정에 교정을 해가며 천천히, 신중히 펼쳐 낼 생각이다. 출판사 이름과 스승이신 사장님 명성과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기 위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요즘 출판사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인세를 선 지급하지 못하고 팔린 뒤에 지급하겠다고 해서 1권 200권. 2권 200권을 5백만 원 가깝게들여 사서, 책 표지 설문에 응답해준 제자 150명과 지인 250명에게 나누었다. 그리고 내 동화책 두 권이 좀 팔리면, 하느님 사업에 쓰임 받는 도구가 되게 인세를 쓰려고 한다.
<신간 소개 글> - 어린이 도서(아동문학) - 대상 : 중, 고학년용 1권 《베나의 집에 초대합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7963607888?
베나의 집에 초대합니다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박경선 지음, 이재진 그림 198쪽 15,000원 ㈜ 지식산업사 발행 2권 《하늘이 보내주시는 선물》 박경선 지음, 이재진 그림 194쪽 15,000원 ㈜ 지식산업사 발행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7963596858?
하늘이 보내 주시는 선물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작가 박경선의 동화책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첫째 권 《베나의 집에 초대합니다》 첫 장을 펼치면, 베풀고 나누는 집에 초대하는 초대장이 나오면서 첫 꼭지 <달콤 창고의 비밀>이 열린다. 혼자서 성장의 비밀을 맛보고 싶은 <악당 소굴로 떠나는 모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생각하며 떠나는 <옥순이의 옥수수 여행>, 입양아에 대한 편견을 딛고 꿈을 펼쳐가는 <베나의 집 아이들> 등 12꼭지가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존귀한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둘째 권 《하늘이 보내주시는 선물》에는 어떻게 행복을 찾아가는가를 깊이 있게 다룬 12꼭지의 동화가 실려 있다. ‘베풀고 나누는 삶이 행복’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동화는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에서 제기한 나름의 답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1권 2권 모두 기존의 틀에 갇힌 편견을 깨고, 생명 있는 모든 것이 나름대로 꿈을 키우며 삶을 보람되게 펼쳐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예로 1권의 <환자 돌보미 간호사 고양>이는 고양이가 오히려 사람을 돌보고, 2권의 <하늘 아저씨네 구멍가게> 이야기는 강아지가 사람을 도우며 살아간다. 이렇듯, 두 책은 삶의 이야기가 더러는 판타지로 펼쳐지지만, 재미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존귀한 생명들이 진실하게 삶을 껴안고 보람을 찾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꿈을 응원해주며 지금까지 낸 25 권의 책과 함께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감동의 향기로 남아 있다. |
첫댓글 박경선님 동화책
<베나의 집> <하늘이 보내주시는 선물>
출간을 축하합니다
박경선 선생님! 내 앞가림도 겨우 하는 제가 박 선생님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 앞에서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멋 모르고 덜컥 덜컥 낸 책들이 민망하기 짜기 없습니다. 원래 철이 늦게 들더니 그 지혜롭지 못함은 평생 지고 가는 천성인가 싶습니다. 이미 그 책들이 세상에 나갔으니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 고이 접어 봐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25권의 책, 그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오래오래 건안 건필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