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돌아다니던 낭설이 하나 있다. 새로운 기술이 하나 나왔을 때 성공 여부를 가늠하려면 AV 시장의 움직임을 보라는 것. 그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하면 발전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뭔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물론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지만 몇몇 사례를 보면 마냥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애플이 영상 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처음 선보였을 때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 그 분야였다. 일정 금액을 전송하면 페이스타임으로 높은 수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행했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VR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각계각층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특히 그 분야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아직 VR이 대중화되지 않았음에도 소위 ‘우동’이라 불리는 성인용 영상물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으며 현실 못지않은 감각을 제공하는 어트랙션 기기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의 기대도 만만치 않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월 구글에서 ‘VR 성인 콘텐츠’를 검색한 횟수가 지난 2014년 11월 대비 약 990배 늘었다고 한다. 최근 반다이남코가 선보인 PS VR 전용 서머 레슨이나 일루전의 VR카노조에 대한 반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 개인적으로는 처음 VR을 접한 사람들의 대부분에게서 내심 그 분야의 활약을 기대(?)하는 눈치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터부 시 되고 있는 영역. 그 분야의 현재 상황이나 발전 정도를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다르다. 지난 6월 아키하바라에서는 성인VR페스타 01이 열렸고 주최측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8월에도 성인VR엑스포가 열려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도쿄게임쇼2016에서도 미소녀와 목욕하는 VR 게임 콘텐츠를 시연하기도 했다.

이번엔 도쿄 디퍼 아리아케 아레나(Differ Ariake Arena)에서 Japan Adult Expo 2016(이하 JAE2016)이 열렸다. 프리스티지, 도그마, MAX-A 등 총 17개 업체가 참가해 자사의 탄탄한 콘텐츠를 겨뤘다. 물론 VR 관련 콘텐츠와 기기도 볼 수 있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AVVR. 회사 이름 그대로 성인물을 VR 콘텐츠로 제작하는 곳이다. 기어VR이나 카드보드는 물론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에서도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사 로고를 새긴 카드보드 2개와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각각 1개씩을 이용해 자사 콘텐츠를 시연하고 있었다. 물론 인기 폭발. 대기열이 길어 제대로 착용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눈에 대고 봐야 할 정도였다.


▲ 외부 모니터로 송출하느라 화질을 다소 낮췄다. 덕분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해상도가 다소 실망스럽지만 기존 영상보다는 한결 실감 난다. 원래는 4k 화질로 만들어 제공하지만 전시회 현장에서는 외부 모니터로 송출하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질을 낮췄다는 게 AVVR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스마트폰 기반의 VR HMD보다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에서 더 좋은 화질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VR 영상과 달리 180도 범위만 지원한다. 사방을 둘러 볼 필요 없이 앞만 보고 있어도 될 정도다. 설명을 들어보니 고프로 히어로 시리즈를 이용해 직접 제작한 카메라로 180도 범위만 촬영한다는 것. 아직 사방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영상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나리오나 영상 컨버팅, 스태프 배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한다.


아로마플래닝(AromaPlanning)은 실시간 VR 중계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었다. VR HMD를 착용한 관람객이 카메라 앞에 있는 모델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 현장에서는 거의 마주 보고 있지만 모든 행동은 엄연히 VR을 통해 이뤄졌다. AV 모델은 밝은 인사와 키스하는 시늉을 했고 VR HMD를 쓴 관람객은 한없이 맑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상용화되면 앞서 설명한 페이스타임의 VR 버전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 일본의 유명 AV 배우가 다른 나라에 있는 팬을 위해 실감 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성인물 분야에서는 또 하나의 각광받는 서비스가 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용 HMD를 위한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시연 장소에서는 여러 AV 모델이 학교 도서관을 무대로 펼치는 에피소드를 VR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시연 영상이기 때문에 짧고 강렬하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모델과의 거리감이나 포즈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SOD에서도 VR 콘텐츠를 선보였다. 여기에서는 회사가 무대다. 책상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해 VR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현장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해 좋은 화질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줄이 길어 한 번 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TMA는 스마트폰 VR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기어VR을 이용해 자사 작품을 시연하고 있었다. 침실을 무대로 주요 장면만 편집해 재생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JAE2016에서 체험한 VR 콘텐츠 중 가장 자극적이었다. 심지어 영상의 주인공인 하스미 쿠레아(Hasumi Kurea)가 제품을 구매한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세계에서 AV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인 만큼 VR에 대한 관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와 과제도 드러났지만 VR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과 포즈 등의 테크닉, 상황 설정, 시나리오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머지않아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좀 더 완벽한 VR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도 느껴졌다. 물론 VR 산업 발전의 한 측면으로서 말이다.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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