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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상그지죠 ♥
달콤했다. 그 눈물이.
나를 꼼짝도 못하게 그 눈물에 귀 귀울이게 만들 정도로.
어쩌면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 눈물 때문에, 내가 그 녀석과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나는 미련하게도 그 눈물소리에 귀 귀울였다. 미련하게도.
02
툭, 툭-...
빗방울이 더 거세졌다.
야자가 끝났을 때 어둑어둑 해진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미친듯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톡톡 치며 학교 중앙현관앞에서 빗방울을 쳐다봤다.
우산을 펴야했지만 왠지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
자꾸만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리는 것 같았다.
그녀석의 울음소리에. 내 정신이 온통 팔려버린 것 같았다.
위이이잉-.....
그렇게 소란스러운 아이들 틈에서 차가운 공기를 흠뻑 맞으며 멍하니 앞을 내다보는데
치마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액정을 바라봤다.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한숨.
“응.”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잔뜩 성이 난 윤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멍청하게
“뭐야, 전화해서 대뜸-”
-......거기 서서, 뭐하는데?
“어?”
-병신처럼 왜 서서 가만 있냐고.
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짧게 웃음을 터트리는 윤찬이었다.
-두리번거리면 어디 있는지는 알아?
“어디야? 설마-”
-노란색 싫은데, 우산이 이것 밖에 없어. 짜증나게.
뚝.
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알록달록한 우산들 사이로 유난히 밝게 튀어 오르는 노란색 우산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식 웃었다.
윤찬이었다. 정윤찬. 내 오랜 족쇄.
무거워서 도망갈 수조차 없는 내 오랜 족쇄.
나는 웃었다. 불쑥 우산을 씌어주는 그녀석의 행동에 웃어버렸다.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왠일이야 여기까지-”
“말투 하고는. 왜. 싫어?”
“그건 아닌데, 그냥 또 야자 땡땡이 치고 왔을 것 같아서.”
내가 윤찬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내 어깨를 홱 감싸 안고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까지 삐쭉 내밀고선 찰박찰박 흙탕물을 튀기며 성큼성큼 걷는 녀석이었다.
“땡땡이가 중요해? 내가 온게 중요한 거지. 안그래?”
내가 온게 중요하다며 빽빽 소리치듯이 말하는 윤찬의 행동에 나는 피식 웃었다.
하긴, 그럴만도 한게 녀석은 유명했다. 대한민국이 모두 그를 알았다.
집안이 꽤 빵빵해서 였고, 몇 해전 여러번 발생한 폭행사건으로도 그는 유명했다.
좋은쪽으로, 나쁜쪽으로 그녀석은 유명했다. 굉장히.
덕분에 우왕좌왕 떠들썩하게 하교하는 우리 학교에 폭풍이 불어닥쳤다.
힐끔힐끔 우산을 쓰고 가면서 그를 훔쳐보는 애들의 시선이 나에게까지 느껴졌으니까.
그 시선을 의식했는지 내 어깨를 꽉 끌어안으며 윤찬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나를 힐끔 쳐다봤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 직접 행차까지 하시니까 몸둘바를 모르겠다.”
“나 여기로 전학올까.”
“오지마.”
“엑, 왜.”
딱 잘라 말하는 내 말투에 인상을 홱 찡그리며 나를 보는 윤찬이었다.
나는 한숨을 작게 내 쉬었다.
생각해봐라.
안 그래도 교내에서는 날카로운 시선이 한두개는 아닌데 거기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 어깨를 감싸쥐는 이 녀석까지 온다면 아마 그나마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질게 뻔한 뻔짜가 아닌가.
거기다 녀석에게는 큰형이 있었는데 그 큰형은 나를 꽤 싫어했다. 정윤찬이 삐뚫어진건 나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쪽이었으니까.
쓸데 없이 졸업을 얼마 안납둔 이 시점에서 전학을 하게 했다면 그건 한다정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호찬오빠한테 한소리 들어 나.”
“오빠?”
“그럼 형이라고 해? 호찬형? ”
“오빠라고 하지마.”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홱 쏘아보는 윤찬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석은 아직 그 속에 있었다 나처럼.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었다.
“호찬형 볼때마다 오빠오빠하는거 눈에 거슬려.”
짜증난다는 듯 나를 향해 툭 내뱉은 말에 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녀석이 형을 미워하는건, 정말 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넌 착한 정호찬을 믿고 있었으니까. 믿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으니까.
“오빠말고 딱히 호칭이 없잖아... 이름 부르는것도 그렇고- 호찬씨라고 하기에도-”
노란색 우산이 잠깐 흔들거렸다.
우뚝 멈춰선 윤찬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내 머리위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에 인상을 찡그렸다.
또 시작됐다. 정윤찬 특기 중 가장 많이 쓰는 정색하면서 억지부리기.
“호찬씨?”
“정윤찬.”
“내 인내심 테스트 해?”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앞으로 걸었다.
녀석은 화가 나 있었다. 그의 형을 맘대로 오빠라고 불렀다고.
가끔 숨이 막힌다. 이럴 때마다 가끔씩 가슴이 답답해 미쳐버린다.
“한다정!!”
목소리가 두어톤은 더 낮아진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치는 윤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가 거세게 내렸다. 웅성웅성, 주변에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지만 그와 상관없이 나는 앞으로 빠르게 걸었다.
정윤찬은 한없이 다정하다. 잘해준다 나에게 특히 더.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이렇게 비가 올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를 데리러 왔다. 그의 학교는 우리학교와 꽤 먼거리인데도 이렇게 내가 끝날때마다 우산을 씌워주며 나를 기쁘게 해줬다. 그 끔찍하고 끈적한 기억따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느새 보면 그는 잔혹해져 있었다. 냉정하고 차갑게 변했다.
“아- 아파!!”
오늘도 여전히 그는 화가났다.
내가, 내 입에서 그의 형의 이름이 나왔다는 이유로 내 팔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노란색 우산따위는 내팽개쳐진지 오래였다.
나는 나를 향해 꽂히는 시선 사이로 아프다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윤찬이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했지.”
도대체 뭘?
나는 인상을 쓰며 툭툭 나를 적시는 빗방울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내 얼굴을 보더니 나를 자신쪽으로 홱 끌며 중얼거렸다.
“니 입에 담아도 되는 사람은 하나 밖에 없어.”
“............”
“니 눈에!! 담아도 되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어!!”
“이것 좀-”
“니 웃음에- 니 눈물에 담아도 되는 사람은!!!”
“......아-”
점점 거세게 쥐는 그녀석의 손에 나는 비릿한 신음을 토하며 녀석을 바라봤다.
그래.
“정윤찬. 나 하나야.”
잊고 있었다.
나는, 깜빡하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 나는, 한다정은.
“.........미안.”
“...........”
“그럴려고 그랬던건 아니였어.”
정윤찬이 쥐고 있었다는 걸.
멍청하게도 잊었어.
***
다음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맑았다.
나와 정윤찬도 언제그랬냐는 듯 조용했다.
다만, 내 오른손목만 벌겋게 부어있을 뿐이었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눅눅했다 공기는.
하지만 하늘을 보니 오늘은 꽤 더울 것 같았다.
오늘은 에어컨 틀어주겠지? 나는 탈탈거리며 저번에 고장 났던 교실의 선풍기를 생각했다.
오늘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다면 분명 죽음이었다. 오늘의 날씨는.
위잉-
핸드폰이 짧게 한번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천천히 열어 확인했다.
녀석의 문자였다.
-사랑해. 학교 잘다녀와.
나는 짧게 웃었다.
사랑한다라.
나는 핸드폰을 꾹꾹 눌렀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액정에 문구가 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눌렀다.
예.
라는 쪽을.
.
.
“한다정, 담임이 너 불러.”
웅성거리며 어제의 일을 마저 떠들고 있던 아이들 틈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한창 문제를 풀고 있는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 아이를 잠시 쳐다봤다가 이내 곧 의자를 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경시대회니 뭐니 하는 것들 때문에 부르는 것일거라고 알고 있었다.
복도는 꽤 한산했다.
복도에 있는 창문들은 모두 열려져 있었고 그 열린 창문의 틈으로 어제 못울었던 매미가 죽어라 울고있었다.
맴맴- 하고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알리고 있었다.
덕분에 오늘부터 자비로운 학교는 에어컨을 틀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몇시간 못튼다는게 문제지만.
어느새 교무실에 다다른 나는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인상을 찡그렸다.
여긴 아예 북극이었다. 아직 교실은 찌는듯한 더위인데.
“.......교는 뭘했죠? 그 아이가!! 여기서 자살을 결심할때까지 선생님들은 뭘 했냐구요!!!”
“해준어머님, 진정하시고-”
“내가 어떻게 진정해!!!! 내가 어떻게!!!!!!”
담임을 찾았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 숙연한 교무실이었다. 아, 잘못들어왔구나.
나는 잠시 발을 빼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쉽사리 닫을 수 없었다.
이해준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운데 서 있는, 까만 정장을 한껏 차려 입은 고풍스럽게 생긴 여자는 이해준의 엄마 같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는 선생들을 향해 울부짖으면서.
“......비켜.”
그렇게 냉랭한 에어컨 바람과 울부짖는 학부모의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 한분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은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눈이 홱 하고 커져버렸다. 내 뒤에 서 있던 애는,
“........미친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해준어머님!!”
“어디라고 와!!!!”
강은휘였으니까. 어제 엉엉 울던 그 강은휘였으니까.
꽤,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건너 내 앞에 강은휘를 향해 다가오던 학부모가 죽일듯 그 녀석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강은휘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향해 내뱉었다.
“......이해준 장례식 어디에서 해요.”
“......죄의식은 들어? 그러니? 그런거 필요없어!! 내아들 살려내.... 살려내!!!!!!”
나는 이유없이 복도 저 편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여자는 잡아먹을듯 강은휘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울며 강은휘를 흔들었다.
“니 녀석만 안 나타났어도-”
“...........”
“니 녀석만 아니였어도!!!!!!!!!!”
이해준의 엄마가 쓰러지듯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덕분에 남선생님 여럿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하염없이 우는 그녀와 무뚝뚝하게 서 있는 은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곧 내 무릎에서 피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무실의 나무문에 삐져나왔던 못이랑 부딪친 듯 했다.
덕분에 미친 듯이 피가 솟구쳤다.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조용히 아프다고 생각되는 신음소리가 내 두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아......피난다....”
절대 그녀석이 봐달라고 했던 말은 아니였다.
나도 모르게 나온 그 말 때문에 나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어느샌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은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자동적으로 절룩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핏방울이 톡 하고 복도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강은휘가 내 무릅을 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재빠르게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진정하세요 일단 물좀 드시고-....”
이해준의 엄마가 여러 선생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강은휘는 그러던지 말던지 그저 무릎에서 주르륵 흐르는 내 무릎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봤다. 아무말 없이 보다가 이내 곧 다리를 절뚝이며 교무실로 들어섰다.
원래 목적은 교무실이었고, 넘어져서 생긴 상처니 양호실에 가면 될 것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인 것 같았다.
“.......피 안보여?”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내 오른쪽 팔을 홱 잡아당기는 녀석이 보였다.
나는 굉장히 놀란 표정과 함께 절뚝거리며 빠르게 걷는 그 녀석을 따라 교무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절뚝거리는 내 앞으로, 양치라도 했는지 칫솔을 들고 교무실을 들어오던 담임이 나를 붙잡은 강은휘를 봤다.
“뭐하는거지?”
담임이 공격적으로 물었다.
강은휘는 힐끔 담임을 보더니 묵묵히 나를 붙잡고 복도를 걸었다.
담임은 화가났는지 강은휘를 불렀지만 강은휘는 아무말 없이 복도를 걸었다.
강은휘 덕분에 핏방울이 복도를 적셨다.
톡, 톡. 하얀 복도바닥을 젹셨다.
그리고 그 핏방울은 내 얼굴도 붉게 만들었다.
***
“병원 가야겠다. 못에 부딪쳤다고?”
“......괜찮은데...”
“괜찮지 않아. 저쪽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
양호 선생님이 과산화수소수가 잔뜩 묻은 솜을 쓱쓱 문데더니 양호실 문앞에 서 있는 강은휘를 향해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딱 잘라말했다.
하지만 강은휘도 딱 잘라 말했다.
“맞아요.”
라고. 나는 아무말 없이 강은휘를 바라봤다. 강은휘는 무뚝뚝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잘됐네.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가야 하는데 내가 시간이 안돼서.
니가 병원데려다 주고와.”
양호선생님이 댕그랑 하고 핀셋을 통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녀석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맞다고 했는지, 왜 나를 데리고 양호실에 온건지.
나는 머리를 굴려봤지만 딱 떨어지는 답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녀석의 부축을 받으며 양호실을 나와서 정문을 향하고 있는 이유였다.
녀석의 빠른 걸음과 절뚝거리는 다리, 그리고 죽어라 우는 매미.
날씨가 정말 더웠다. 끝내주게.
“왜 맞다고 했어?”
내 조용한 목소리에 녀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저 앞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학교 밑에 있는 사거리의 병원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러다 대뜸 내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이라고.
그녀석의 목소리에 맴맴- 매미가 울었다 죽어라.
나는 그녀석과 같이 걸으며 생각했다.
의외로 싱겁다 라고.
.
.
“괜찮아요, 꾸준히 연고만 바르면 파상풍과 관련된 문제는 없을거고,
흉이 조금 질수도 있어요.“
찌익-.
반창고를 붙이는 의사가 중얼거렸다. 녀석은 의사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반창고는 하루에 한번씩 갈아주고, 조금 아문다고 싶으면 반창고 안해도 좋아요.
여름이라 너무 하는것도 안좋아.“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여전히 절뚝거리며 그녀석을 힐끔 바라보고 진료실을 나왔다.
강은휘는 아무말 없이 나를 따라나왔다. 나는 아무말 없이 병원을 나섰다.
밖은 더웠다. 아직도...
나는 저 멀리 아지랑이까지 올라오는 아스팔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곧 점심때라 죽어라 더울 때였다. 이 더위에 학교까지 걸어갔다가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인상을 쓰는건 강은휘도 마찬가지였다. 병원문을 나서 나랑 똑같이 그 그늘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으니까. 나는 저절로 바로 앞에 보이는 카페앞에 붙어있는 커다란 팥빙수 포스터를 쳐다봤다. 맛있게 나왔다. 지금 입안으로 한숟갈을 넣고 싶을정도로.
벌써 팥빙수 계절이구나- 난 생각했다.
그러다 힐끔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인상을 찡그리며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팥빙수 포스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힐끔 녀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팥빙수 좋아해?”
무슨 용기에서 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 상황은.
녀석은 그 말에 나를 힐끔 쳐다봤다. 조금 당황한 표정.
아, 내가 좀 그랬나?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싫어해? 어쩔수 없지 뭐.”
“아-”
내가 고개를 홱하고 돌리자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꽤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이었다.
“딱히 싫은건 아닌데, 팥.......싫어해 ”
“음....”
팥을 싫어한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피식 하고 다시 웃게되었다.
강은휘가 팥을 싫어한다.
내 웃음에 녀석이 조금 차가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의외다.”
“..........”
“팥, 좋아하게 생겻는데.”
"........."
"내말은 그냥... 가리는 음식이 없게 생겼다구.."
나는 절룩거리며 병원계단에서 내려왔다.
녀석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선 나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씩 웃으며 맞은편 카페로 거침없이 들어섰다.
사실 밖에 조금이라도 더 있으면 내 몸이 아스팔트랑 합체를 할 것만 같아서였다.
카페안은 생각처럼 시원했다. 딸랑- 카페를 들어서자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그 안의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와 강은휘를 쳐다봤다. 교복을 입고 이 시간에 카페를 들어섰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 같았다. 나는 가장 안쪽의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며 나를 따라오는 강은휘를 바라봤다.
“뭘로 주문하시겠어요?”
어느새 종업원이 와 메뉴판을 쳐다보고 있는 내게 물었다. 나는 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팥빙수 팥 빼고 딸기시럽 왕창 뿌려주세요.”
나는 웃으며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고 종업원은 그 메뉴판을 들고 총총 걸음으로 돌아갔다.
종업원이 없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나와 그 녀석이었다.
나는 시선을 왔다 갔다 하며 힐끔힐끔 녀석을 쳐다봤다.
강은휘는 아무말 없이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딱히 할말도 없었고, 녀석과 나는 일단 초면이었고- (그 교사휴게실 사건은 모르니까)
녀석은 또, 소문으로 강은휘라는 애를 잘 알고 있을 나를 몰랐을테고
그저 오늘 자신을 향해 멱살을 잡으러 오던 학부모에게 떠 밀려 무릎이나 깨지는 칠칠치 못한 애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뻔했다.
이런상황에서 더 할말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더 미련했던 것 같았다.
할말 따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자동적으로 입을 달싹였다.
“......괜찮아?”
라고.
녀석의 표정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강은휘가 날 쳐다본다.
느릿느릿한 시선으로- 나는 그 시선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낮은 웃음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한다정.”
“.........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내 이름을.
녀석은 내 반응에 피식 웃었다.
“.......안 괜찮을 이유가 뭐지?”
“......그건...”
나는 말끝을 흐렸다. 약간 날카로운 그녀석의 표정에 덩달아 긴장을 했다.
역시나 주제넘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침묵이 될거라고 생각하던 내 예상이 틀렸다.
강은휘 그 녀석은 내 물음에 정말 씁쓸하고 가슴이 시려올 정도로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니까.
“걱정...... 이라고 해둘까.”
“.....어?”
“니 행동 말이야.”
“주문하신 팥빙수 나왔습니다.”
때마침 아까 시켜놓았던 팥, 아니 딸기빙수가 나왔다. 나는 스푼을 들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다정이라고 불렀다. 그가.
그리고 내가 한숟가락 입에 쏙 넣자 그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ありがとう"(고마워)
라고 말하면서.
덕분에 나는 강은휘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를 맴돌아서 내 얼굴을,
내 앞에 있는 딸기빙수처럼 만들어버렸지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한스푼 푹 떠서 입안에 마구 쑤셔 넣었다.
가슴이 뛴다.
쿵,쿵 하고.
미치도록 아프게.
TALK
으허허 감사합니다. 일단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ㅠㅠ
그냥 뭐랄까.. 두번째 이야기를 쓰게끔 이끌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ㅎㅎ
아차차 햇갈리는분들이 있어서요!! 업쪽은 자동이에요
원하지 않는 분들은 #을 붙여주세요.
벌써 지방 선거날이네요 ~ 우리의 권리 행사 확실히 하고 와요 !!
씨넉스78 atreylunee 유애비화 유화수 love(ㄹ)ㅓ브
はるさめ 저내리 욯홍 핑크빛공주님 김린나
님께 무한 감사를 드리며 ♥
첫댓글 우와.....보면서 느꼈지만 굉장히 잔잔한것같아요.....그나저나 다정이가 은휘에게 빠져버린건가요...나중에 윤찬이가 알게되면 무...무섭군요. 그리고 정말 잘봤습니다. 다음편도 무지 기대되요! 남자들의 식탁~★
★안녕하세요 트라임님! 으어.. 잔잔하다는 평을..ㅠㅠ 전 감동받았구요..ㅠㅠㅠㅠ 그렇죠.. 윤찬이가 몰라야 할텐데 으흐흐*.*(혼자 미쳐가는중) 잘봤다니 감사합니다ㅠ 우리 담편에서 봐요 ><
우어 진짜 너무재미있어요 저는 가상에서쓴 그노래가너무좋더라구요 그리고 다정이는은휘를좋아하는건가요??윤찬이랑은과거에무슨일이있던거죠ㅠㅠ
★안녕하세요 유하수님! 그 가상에서 쓴 노래요? 오묘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군요 ? ㅎㅎ 저도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좋아요 ㅎㅎ 유하수님과 전 토, 통했..(응?ㅋㅋㅋㅋ) 쉿 과거일은 곧...쿨럭;;
아아 너무재밋어요ㅠㅠㅠ대박!!!!!!!!!!!
★안녕하세요 김린나 님! 으어 ㅠㅠㅠㅠ 대박까지 나오는건가요?!!! 대박이에요 진짜로?!! ㅠㅠ (기쁨의 눈물이 솟구치는;;) 감사합니다 ㅠㅠ 제 평생 대박이라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 (털썩) 감사합니다 ><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듣구 열심히 할께요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안녕하세요 love(ㄹ)ㅓ브 님! 재밌게 보셨나요? ㅎㅎ 재밌다고 해주시니까 다시 한번 열심히 쓸 용기가 솟구쳐요 ㅎㅎ 감사드려요><
재미있게봤어요!! ㅋㅋ
★안녕하세요 유애비화님! 재밌게 보셨어요?>< ㅋㅋ 점점 재미가 떨어지면...(소심한;;;)일은 없게끔.. ㅠㅠ 노력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ㅋㅋ 감사드려요~
^^d 아아아아아아아 너무나도 잼있게 봤어여여 진짜루 대박!!
★안녕하세요 샤량슈려윤툐슌이♡ 님! 처음에 닉네임이 샤량슈려윤툐#.. 라 놀랐...(응?:ㅋㅋ) 재밌게 보셨어요? 다행이에요!! ㅠㅠ 대박이란 표현까지 써주시다니 ㅠㅠ 흑흑 혼자 울고 있... ㅋㅋㅋ
^^d Taru★ 님!!!!!!!!!!!!!!!!!정마루룰 쇼셜 잘 쓰시네여~~
저두 꼭 열심히 갈고 닦아 이 쇼셜 쳐렴 멋지게 쎠야 겠어요!!
저두 이런 멋진 소설 쓸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줏여~>///<
족쇄라는 윤찬의 등장과 얽인 형,다정과의 과거. 머리속으로 혼자 소설? 써봅니다.
시선이 부딪히는 다정과 은휘.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두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재밌게 보았어요.(더 좋은 말을 못찿는ㅠㅠ) ^^*
~~자주 못뵈면 잊을 수 있어요.<< 납량특집 호러>> ~~~~
진실은, 기억하는 용량이 작은 뇌...... 부끄 부끄!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