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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평수로 옮겨가는데도 분담금 무려 12억이라고?
재건축 시장의 절대 강자 압구정에서도 분담금 내야
집값 4억대인데 분담금 5억원…할말 잃은 조합원들
공사비는 폭등하고 시장은 대세 하락… 백약이 무효
윤석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부동산 경기부양책 중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활성화다. 윤 정부는 1기 신도시 등에 대해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사실상 안전진단을 생략한 재건축 추진을 가능케 시도하는 등 재건축을 통한 부동산 시장 부양에 올인 중이다.
하지만 윤 정부의 필사적인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미동은커녕 오히려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들마저 분담금 폭탄에 아연실색 중이다. 과거에 재건축을 하면 분담금은 고사하고 오히려 현금을 받았던 서울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폭등하는 공사비와 대세하락 중인 시장의 협공에 재건축 사업장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로 보인다.
낮은 평수로 옮겨가는데도 분담금이 무려 12억원이라고?
낮은 평수로 옮겨는데도, 그것도 강남에서, 12억원이 넘는 재건축 분담금을 내야 하는 사업장이 등장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8차 337동 재건축조합이 지난해 말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열고 공개한 추정 분담금은 실로 놀랍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존 111㎡(이하 등기부등본상 전유면적)를 97㎡로 옮겼을 때 12억 1800만 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기존에 살던 헌집을 재건축을 통해 면적을 줄여 새집으로 받는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분담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지어 54㎡로 줄였을 때도 1억 5690 분담금을 내야한다. 기존 111㎡를 42㎡로 줄인다고 했을 때 2억 1600만 원을 환급받는 수준이다.
이보다 작은 평형인 기존 50㎡ 가구의 추정 분담금 역시 엄청나다. 42㎡ 로 옮겼을 때도 3억 1300만 원을 분담해야 하고 97㎡를 신청할 때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소재한 어지간한 전용84㎡한 채 값에 해당하는 16억 6000만 원이나 부담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은 지난 총회에서 각 가구의 추정분담금을 공개하고 설계변경 등에 따른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개최했지만 안건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물론 이런 신반포18차 337동 케이스는 흔한 사례는 아니다. 신반포18차 337동은 일반 분양 없이 1대 1 재건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분담금을 조합원들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사정을 더 절망적으로 만든 건 치솟는 공사비다. 이 사업지는 지난해 2월 시공사와 3.3㎡ 당 958만 원(총 795억 원)으로 시공비를 증액한 바 있다. 2019년 9월 계약당시 공사비는 3.3㎡ 당 660만 원, 총 537억 원이었다. 3년 만에 무려 45% 오른 것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재건축 시장의 절대강자인 압구정에서도 분담금 내야
신반포 18차 337동 케이스가 일반분양분이 없는 사례라고 치부하기에는 재건축 시장의 환경 전체가 너무나 엄혹하다. 재건축 시장의 절대강자라 할 압구정에서도 조합원이 분담금을 내야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압구정 3구역 조합과 시행사가 제시한 추가 분담금에 따르면, 현재 30평형대(평균 34.7평)를 보유한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 34평형을 받으려면 3억 300만 원을 내야 한다. 40평형은 7억 6000만 원, 54평형은 18억 7000만 원이다. 가장 넓은 101평형의 추가분담금은 무려 55억 원이다. 평수 80평형대(평균 86.88평)를 보유한 소유주이더라도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받으려면 18억 3000만원을 추가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재건축 시장의 절대강자라 할 압구정에서도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4억대인데 분담금은 5억…할말 잃은 조합원들
한편 집값이 4억 원대인데 가구당 분담금이 5억 원인 단지도 나왔다.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상계주공 5단지가 그곳이다.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호가가 4억 500만 원선까지 떨어졌다. 전용 31㎡ 단일 평형으로 이뤄진 84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는 대세상승의 정점이던 2021년 8억 원에 실거래가 체결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 대세하락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4억 원대로 실거래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와 매매가 추이. 연합뉴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건축 추가분담금이 조합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조합 집행부는 지난해 예상 공사비 등을 근거로 분담금을 추산했는데, 소유주가 전용 84㎡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가구당 분담금이 5억 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집값 보다 오히려 재건축 분담금이 더 높은 것인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해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추진, 시공사의 맞불 소송 등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하기에 상계 주공 5단지가 갈길은 첩첩산중이다.
폭등하는 공사비와 대세하락 앞에 백약이 무효
재건축 시공사를 구하려 했지만 실패한 강남 소재 단지도 출현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조합은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907만원 수준의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시공사들은 사업성 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서울 재건축이 이렇듯 난항을 거듭 중인 이유는 치솟는 공사비와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이 양쪽에서 협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역별 민간아파트 제곱미터당 평균 분양가격. 자료 : 주택도시보증공사
공사비의 폭등은 앙등 중인 분양가로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736만 원으로 전년에 비해 190만 원 올랐다. 이른바 ‘국민평형(전용면적 84㎡·34평형)’으로 따져봤을 때 1년 새 분양가가 약 6460만 원 오른 셈이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웃돌았다. 민간 아파트의 3.3㎡당 상승 폭을 보면 서울은 2022년 12월 2978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3495만 원으로 517만원 올라 가장 증가 폭이 컸다.
공사비가 분양가를 밀어올리는데 더해 부동산 시장이 2차 대세하락 중이다 보니 재건축 시장은 윤 정부의 전방위적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출처 : 재건축 분담금 폭탄에 서울 재건축 조합들 혼비백산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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