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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高地戰'을 보고서
"전쟁의 승자는 살아 남은 자의 몫이다. 상대는 적이 아니라 전쟁 자체였다"
ㅇ 언제 : 2011년 7월 22일
ㅇ 어디에서 : 청량리 롯데시네마 2관 F18석
ㅇ 주요 배역을 기억하는 한 마디들....
- 신하균(방첩대 중위) : 전선의 기강이 의외로 해이해진 분위기에 빠져들자 "이곳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고 수(중위 김수혁) : 수많은 전투에서 어떡하든 살아남는 냉혈적 전쟁 종결자 김수혁(고수 役)에게 신하균이 궁박하자 왈,
"난 매일 기도해, 누구든 모두 죽게 해달라고...!"
- 이제훈(중대장) : 정전협정 발효 12시간을 앞두고 고지 탈환을 위한 훈시중, 나이많은 병사들이 불안해 하자
"살아돌아오면 형이라고 부를께..."
- 류승수(대위) :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제대로 살다 가자"
- 고창석(상사) : 광복군 경험이래 수많은 전쟁을 겪었다며 "내래 전쟁이라면 이제 이력이 난다"
- 남성식(신병) : 17세 소년병으로 입대하여 당시의 최신곡(전선의 소야곡)을 어린 목소리로 애절하게 전파(?)하여 피아를 막론하고 애환을 나누게 하였다. 그 또한 참여한 전투에서는 어쩔 수없는 군인이 되었다. "저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 류승룡(인민군 중대장) : 전쟁초기 포로로 잡힌 학도병들에게 싸우는 이유를 몰라서 패했다며 큰소리친 그였으나 고지의 벙커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신하균이 전쟁 이유를 묻자 "너무 오래돼서 싸우는 이유도 잊어버렸다"
-김옥빈(일명 2초, 인민군 저격수) : 사진속의 자신을 연모하는 줄도 모른채 고수를 정조준 사살하였다. 그의 품에서 자신의 사진을 채취한 인민군 대위 류승룡에게 " 그 자식 제가 죽였습니다. ... 어제"
ㅇ 영화 '고지전' 소감기
오늘은 오지산행을 계획한 날이었으나, 이유도 없이 내키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마 뒷끝의 대낮은 필요이상 청량하였으나 저기압으로 장악된 서울을 마치 화덕위의 불판같은 지경으로 만들었다.
대신 미루었던 잡일 등을 처리하는 핑개겸 전날 개봉한 영화 '고지전'을 특별히 찾았다. 서두부터 밝힌다면 산행을 대신한 영화는 산행 못지않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는 1953년 6.25동란 휴전협정 막바지 동부전선에서 서로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짖궂은 격전지, 이름하여 '애록고지' 공방전이 고지전의 주요 배경이다.
‘고지전’이 주는 메시지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끌어들이며 강렬했다. 6.25동란은 애초 우리에게 가당치도 않는 전쟁이었고 당연히 이에 대한 준비도 없었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국방군은 승리와는 거리가 먼 지리멸렬의 집단이었다. 반면에 전쟁하는 이유가 명확한 북한군의 리얼리티 또한 매우 위압적이었다.
포로가 된 국방군을 세워놓고 북한군 장교(류승룡)가 넌스레떠는 호언장담이 생각난다.
"남조선 에미나이 새끼들, 너희가 왜 패배했는지 알간? 전쟁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
이렇듯이 발발 초반 북괴군의 선전으로 전국토가 조기에 점령될 것으로 여졌으나 유엔군이 개입하면서 양상이 급변한다. 이제는 우리에게 전쟁 이유가 너무도 명확해진 것이다. ‘고지전’은 적들 마져 소위 ‘남조선 해방’이라는 그들의 목적을 잊어버린 지긋지긋한 전투였다. 휴전협정을 전후한 시기 피아간 몇 번씩 탈환된 고지의 주인이 뒤바뀌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생사를 가르는 전선에서 병사간의 유머에 섞여들어 잠시 웃기도 하였지만 결과는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피아간 희생만 더해간다. 고지전은 어떠한 명분을 세우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는 ‘반전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서로 평화를 외칠지언정 전쟁적 도구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에 있다.
누구든 이글을 읽기전에 영화를 먼저 본다면 아무도 건드리지않은 '고지전'을 생 날 것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현대사의 커다란 정점이었던 역사적 사태를 비록 영화일지라도 자신만의 생각으로 받들이는 순전한 기회가 되길 권한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1953년,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아울러 북한군에 징집된 아들의 편지 발신처가 애록고지 수호부대인 '악어중대'로 밝혀진다. 군군방첩대는 이 사건을 적과 내통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역)에게 조사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강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이 중대장이 되어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함께 포로가 되어 헤어졌다가 뜻하지 않게 재회한 친구, 중대원의 의식구조가 전부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의 혼란스러움에도 강은표는 오직 병사들의 목숨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관념적 이데올로그 신봉자 ‘신하균’과 전쟁광으로 변모된 ‘고수’의 이미지는 끈끈한 친구이면서 상반된 생존방식을 밀착 견재하거나 무시하는 밀당의 중심으로 역할한다. 그리고 조연들의 무수한 연기도 뛰어났다.
특히 정전발효 12시간을 앞두고 피아간 서로 빼앗고 지켜야되는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긴장된 대치선상에서 북한군의 합창이 웅장한 매아리로 들려왔다. 우리측 병사들이 전달한 당대의 유행가사 '전쟁 소야곡'이었다. 전쟁적 상황에서 직접 부르는 것도 애절하지만 이를 듣는 입장에서 복받치는 울금은 안개 자욱한 긴박한 전선을 풀어헤치는 놀라운 반전의 화해의 손짓이었다. 그러나 총부리를 겨누는 현실은 서로 죽이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하는 아비규환의 막장터가 되었으니.....
스토리 구성에서 한국전의 국제적 메카니즘과 전쟁의 큰 틀에서 명확히 하고 그것을 축약하였으되 일관되게 구현한 점, 고지전의 치열함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고지 정상의 벙커내 창고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기상천외한 장치(?)들을 통해 그럴듯한 긍정으로 엮어졌다.
가장 감명받은 메시지라면, ‘전쟁을 불러오고, 부추기는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반대 한다’는 명제에서 찾아진다. 하지만 전쟁은 반대하다고 일어나지 않은 것이 절대로 아닌 묘한 장난끼가 있는 점을 항상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쩌튼 영화가 고지를 점령하는 육박전으로 묘사되어 병사들의 절규들로 처절하였으나, 영화가 시사하는 주어가 맘에 들어서 그런대로 수습받는 기분이었다.
좋은 영화를 더 좋게 못한 약간의 아쉬움은 중공군의 인해전술 장면을 더 넣고 국군과의 육박전 등을 구체화시켰다면 글로벌급으로 손색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의 내용이 보완된다면 해외망도 제법 창출될거라는 얼개감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감히 추천한다. 수준급의 영화는 확실하니 가능하면 개봉관 관람을 권유한다.
(2011년 7월 21일 23시)
*추언 : 고지전의 배경이 된 고지가 혹시 포천에 있는 각흘산은 아니었을까? 포사격장으로 조성된 능선群이 너무 낮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