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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관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또다시 저를 찾아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처음 오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마는 소개는 넘어가고, 대신 저번에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말하겠 습니다.
제 이야기는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존댓말을 쓰면 옛 이야기의 재미가 살지 않잖습니까?
자, 자. 경애하는 관객 여러분,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 습니다. 입이 가만히 있어주질 않는군요.
두 번째 이야기는 바리공주로 많이 알려진 ‘버리덕이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날 오랜 옛날, 오랑이 담배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 얘기야. 어느 마을에 장자집이 있었어. 그 집은 서양여행도 다녀올 만큼 부자였지’
어느 날 그 장자집 내외가 요상한 꿈을 꿨어.
글쎄 세상이 알록달록 엄청 화려하지 않겠어? 그런데 자신들만 화려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내외를 놀렸지. 그래서 내외는 황급히 치장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순간 잠에서 깨고 말았지.
“앗!”
“셔러업! 닥치라고!”
아이고, 귀청이야. 이야기 하는 사람이 귀 아플 정도로 소리 지르면서 잠에서 깬 것이구먼. 아무튼 내외는 서로 빤히 쳐다봤어. 동시에 일어났으니 그럴 수밖에.
“아니, 당신. 왜 그러시오?”
“꿈을 꿨어요. 세상이 알록달록 모두 화려한데 저희만 화려하지 않았죠. 그래서 사람들이 막 놀려서 당신이 막 소리…….”
그런데 부인이 꿈얘기를 하니까 장자의 얼굴이 상기되거든? 똑같은 꿈을 꿨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부인이 장자한테 “설마… 당신도?”하고 물으니까 남편이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소리치지 않겠어?
“아이고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좀 요상한긴 했지만 분명히 태몽이로세! 여본, 함. 사랑하오.”
하고 말이야.
10달 후, 이 장자네 집에 진짜 경사가 났어. 부인이 아기를 낳았지. 하지만 아쉽게도 딸이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장자는 태몽때 화려하게 못했다고 이름을 ‘화여’라고 지었지. 그리고 앞산에 집을 짓고 유모를 정해두고 잘 키웠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이 내외가 또다시 같은 꿈을 꿨어. 제국을 세웠는데 글쎄 딱 천 년간 세상이 존재하다가 사라지지 뭐야?
이듬해 그때 그 꿈이 태몽인게 확실했는지 아이를 또 낳았어. 그런데 아쉽게도 또 딸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겠어. 남들은 아이도 못 낳는데. 제국 꿈을 꿨으니까 돈을 많이 벌것갔기도 했지. 그래서 뒷산에다 집을 짓고 갖은 살림 차려 유모를 정해두고 키웠어. 이름은 ‘연제’라고 지었지.
또 1년이 흘렀어. 장자네 안주인이 또 아이를 가져 배가 남산만큼 나왔어. 태몽은 없었고 말이야. 그런데 부인이 계속 호박 호박 하면서 호박만 먹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를 낳았는데 애기가 살이 빨개. 나 참. 황달은 봤어도 홍달은 처음 봤지. 게다가 이번에도 또 딸이네. 셋째는 뱃을때 호박만 먹었고 아기살이 붉었다고 해서 ‘적박’이라고 이름 지었어. 그리고 동산에다 집을 짓고 갖은 살림 차려 유모를 정해두고 잘 키웠지.
그러고 나서 한 4년간은 애가 없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셋째가 무럭무럭 자라네. 다른 딸보다 4배나 빨리 자라. 그러니 벌써 처녀티가 난단 말이지. 게다가 보통 이쁜게 아냐. 벌써 청혼자가 나왔지. 그런데 이게 뭔 일인지 셋째의 아버지인 장자까지 셋째한테 빠진 거야. 그래서 매일 찾아가 놀다오네. 그러니 장자의 처인 한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울화통이 터지지.
그래서 매일 밤 마을 앞 큰 은행나무에 가서 빌고 또 빌었지. 이렇게 말이야.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희 남편 정신 차리게 하옵시고, 우리 셋째 평범하게 해 주시옵소서.”
그러던 어느 날 밤. 장자의 부인, 한의 꿈에 산신령이 나와서 말하기를
“내 네가 매일 밤 내 앞에서 간절하게 빌기에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우선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하여라. 지금 네 셋째 딸에는 노처녀로 미움 받다 죽은 빨간 호박귀신이 들러붙어 있다. 그래서 정상이 아니었던 게지. 굿을 하면 귀신이 잠시 떨어져 나가 휴식을 취하고 올 것이다. 너는 그때 아이를 하나 더 배서 너의 어릴 적 이름을 붙이 거라. 그리하면 그 아이가 빨간 호박 귀신의 접근을 막아 줄 것이다.”
라네? 그러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려. 부인은 꿈에서 깨고 말이야.
다음날, 부인은 당장 무당을 불러 굿을 했어. 그러니까 진짜 남편의 정신이 돌아오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부인이 꿈을 꿨어. 자신이 웬 새를 한 마리 잡았는데 날개가 없는 거야. 그리고 장자도 꿈을 꿨지. 새를 잡는 부인을 지켜보는 꿈 말이야.
얼마 안가 장자가 다시 셋째에게 빠졌어. 귀신이 돌아온 게지. 하지만 부인은 이미 배가 불러왔어.
이듬해 부인이 아이를 낳았어. 그것도 쌍둥이를 말이야. 여자아이로. 그러니 남편 정신이 다시 돌아와 아이 이름을 짓는데 먼저 태어난 아이는 부인이 죽어도 ‘시후’라고 하겠다고 해서 그리 짓고 서산에다 집을 짓고 갖은 살림 차려 잘 키웠어. 그리고 나중에 태어난 아이는 날개 없는 새를 잡았다 하여 ‘무익조’라 짓고 남산에다 집을 짓고 갖은 살림 차려 유모를 정하고 잘 키웠지.
그런데 부인은 또 고민이 생겼어. 바로 딸만 다섯을 낳은 거지. 딸도 좋지만 아들 하나는 있어야 되겠는 거야. 그러다가 부인의 배가 또 불렀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자가 말하기를
“이번엔 꼭 아들이겠지. 그러니 아이 이름은 ‘수철’이라고 지읍시다.”
라네. 남자 이름으로 지으면 아들을 낳겠다고 생각한거야. 그런데 이게 먼일이니. 여섯째도 딸이네. 그래도 이름은 못 바꾸겠다고 장자가 고집을 부려 수철이가 됐지. 헌데 그 영향 때문인지 나중에 아이 몸집이 남자보다 커지더라.
아무튼 장자내외는 이제 조상님 볼 면목도 없고. 딸로 태어난 여섯째가 미웠어. 그래도 지 언니들처럼은 대접해 줘야지 하고 북산에 거처를 마련해 줬지.
결국 부인은 시름시름 앓아누웠고 장자는 한숨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지.
그러던 중 뒷산 절에서 스님이 동냥 얻으러 왔어. 동냥을 얻으러 와서 장자가 근심에 잠겨있는 걸 보고 왜 그러냐고 묻지. 딸 여섯을 낳을 동안 아들하나 못 얻어서 그렇노라 하니까 저희 절에 칠성당(칠원성군을 주신(主神)으로 모신 사당.)을 짓고 석 달 열흘 공을 들이면 틀림없이 생남 하리라 하거든. 그러니까 방안에서 앓던 부인이 벌떡 일어나서 스님에게 달려와 감사하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해.
그러고는 당장 시킨 대로 했지. 목욕재계를 하고 칠성당을 짓고 석 달 열흘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꿈에 청룡 황룡이 나타나 흰 구슬을 입에 넣어 주고 가는구나. 꿈을 깨어 서로 마주보고는 아들 낳는다고 좋아했지.
곧 태기가 있어 온갖 정성을 들여 고운 비단 떠다가 수놓는데 앞에는 학을 놓고, 뒤에는 봉을 놓고 네 귀를 매화, 난초, 국화, 대로 치장하여 포대기를 만들었어. 그렇게 만든 포대기를 비단보에 곱게 싸서 들여 보고 나며 보고, 이렇게 하다 보니 열 달이 다 찼어.
열 달이 다 차서 아기를 낳았는데……. 이번에도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았네. 부인은 낙심천만이고 남편 장자는 화가 났어.
장자가 분부하기를
“보기 싫다. 당장 내다 버려라!”
하고 천둥같이 호령을 하네. 하릴없이 아기를 마구간에 갖다 버렸지. 마구간에 버리니 말이 피해 다녀. 그래서 이번엔 외양간에 갖다 버렸어. 외양간에 벌리니 소가 피해 다녀. 그래서 아주 머나 먼 산 속에다 갖다 버렸어.
‘버렸다고 버리덕이. 이게 일곱째딸 이름인데, 버리덕이가 산속에 혼자 강보에 쌓인 체 누워 있으니 온갖 산짐승이 보듬어 주고 하늘에서 학이 먹이를 물어다 줘서 아주 잘 컸어. 이렇게 달이 가고 해가 가서 일곱째딸 버리덕이는 나이 열다섯 살이 되었지.’
그런데 버리덕이가 받은 대우가 인간의 대우였어? 아니었지. 신선의 대우를 받았지. 그래서 그런지 버리덕이는 참 특이하게 생겼어. 몸집이 크지는 않은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어서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고 머리카락은 검은색도, 갈색도 아닌 은색이네. 그런데 더 신기한건 햇빛을 받으면 금빛이 나. 외모도 남들보다 앞섰다면 앞섰지 절대 뒤지지는 않았어.
이때 버리덕이 아버지인 장자가 병이 났어. 병이 나서 이약 저약 온갖 약을 다 써보고 이 의원 저 의원 용하다는 의원을 다 불러 보였지만 낫지를 않아. 그때 저승사자 중에서도 가장 못된 저승사자보다 더 못되보이는 나그네가 와서 수천리 떨어진 서천 서역국 시약 산의 약물을 떠다 먹여야 낫는다고 하거든.
부인이 첫째 딸을 불러서
“너희 아버지 병이 위중하니 네가 서천 서역국 시약 산에 가서 약물을 좀 떠오너라.”
하니 첫째 딸이 하는 말이.
“저는 여태 이 마을 밖에 한걸음도 나가 본 적이 없는데 어찌 그 먼 길을 가겠습니까? 못 가겠습니다.”
하네. 부인이 하릴없이 둘째 딸을 불러서 약물을 떠 오라 하니 둘째딸도 하는 말이
“언니가 못 가는 길을 제가 어찌 가겠습니까? 저도 못 갑니다.”
하지. 셋째 딸을 불러서 시키니 셋째 딸도 못 가겠다 하네. 넷째 딸도 못 가겠다, 다섯째 딸도 못 가겠다, 여섯째딸도 못 가겠다, 이렇게 하나같이 못 가게 하니 어떻게 하나. 할 수 없이 일곱째 딸 버리덕이를 찾아 나섰어. 부인이 산중에 들어가서 이 골짝 저 골짝 다니면서 버리덕이를 불렀지.
“버렸다 버리덕아. 던졌다 덕진덕아. 너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도 아니고 땅에서 솟은 아이도 아니다. 너에게는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언니들도 있다. 네 에미가 너를 부르니 어서 나오거라.”
이렇게 외고 다니니 그 소리를 버리덕이가 들었어. 버리덕이는 지금까지 저한테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가 찾아와서 저를 부르니 얼마나 반갑겠어. 얼른 달려와서 어머니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구나.
어머니는 버리덕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선 옷을 입히고 사정 이야기를 했어.
“버리덕아, 지금 네 아버지 병이 깊어 백약이 무효란다. 오직 서천 서역국의 시약 산 약물을 떠다 먹여야만 살릴 수 있다 하니, 네가 그 약물을 떠 올 수 있겠느냐?”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천리고 만리고 가겠습니다.”
그러고는 버리덕이가 집을 나서서 서천 서역국 시약 산을 찾아간다. 짚신을 일곱 켤레 삼아서 꽁무니에 차고 이마에 수건 질끈 동이고 하염없이 걸어갔지. 몇날 며칠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자꾸자꾸 갔지.
가다보니 너른 들판에 한 노인이 등이 푸르스름한 꼬리 잘린 소에 쟁기를 지워 밭을 갈려고 하고 있는데 도무지 말을 듣질 않아.
“밭가는 저 할아버지. 서천 서역국 시약산은 어디로 가나요?”
“어허, 내가 일곱 살 때부터 팔십이 넘도록 이 들에서 밭을 갈아도 서천 서역국 찾는 사람 없더니 너는 어인 일로 찼느냐?”
“아버지 병 고칠 약물 찾으러 갑니다.”
“허허. 그럼 이 밭을 다 갈아주게나. 그러면 가르쳐 주지. 소가 전생에 잘린 꼬리에 한이 맺혔는데 도무지 움직이질 않아.”
그래서 버리덕이가 쟁기를 잡고 소고삐를 잡고 ‘이랴 이랴’ 소를 모니 소가 움직이지 않네? 그래서 소의 꼬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아침에 먹을 때 버리려고 모아놓은 자반고등어 꼬리를 붙여줬지. 그러니까 소가 훨훨 나는 듯이 밭을 가는데,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이 골 갈고, 또 한 번 감았다 뜨면 저 골 갈고, 잠깐 동안에 그 너른 밭을 다 갈았어. 그랬더니 노인이,
“저 산을 넘어 십리를 가면 빨래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렴.”
이러거든. 그래서 산을 넘어 십 리를 갔지. 가다 보니 개울가에 빨랫감을 산더미만큼 쌓아 놓고 빨래하는 할머니가 있어.
“빨래하는 저 할머니, 서천 서역국 시약산은 어디로 가나요?”
그래도 할머니는 들은 척도 않고 빨래만 하고 있어.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 버리덕이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산더미 같은 빨랫감을 쓱쓱 문지르고 탁탁 두드려 금세 백옥같이 하얗게 빨아 줬어.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 개울 따라 백 리를 가면 숯 씻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렴.”
이러거든. 그래서 개울 따라 백 리를 갔지. 가다 보니 어느 곳에 한 노인이 큰 바가지에 숯을 가득 담아 놓고 씻고 있어.
“숯 씻는 저 할아버지, 서천 서역국 시약산은 어디로 가나요?”
“어허, 내가 일곱 살 때부터 팔십이 넘도록 여기서 숯을 씻고 있어도 서천 서역국 찾는 사람 없더니 너는 어인 일로 찾느냐?”
“아버지 병 고칠 약물 찾으러 갑니다.”
“그래. 그럼 이 검은 숯을 흰 빛이 나도록 씻어주면 가르쳐 주지. 다른 건 다 씻었지만 이상하게도 요놈만 씻겨지질 않는구먼.”
그래서 버리덕이가 숯을 씻었어. 씻어도 씻어도 검은 물만 나오더니, 온 정성을 다해 자꾸자꾸 문질렀더니 감자기 숯이 소리를 빽 지르네.
“월! 메에! 짹짹! 히히힝! 깍깍! 크아앙! 멍멍! 끼아아아악!”
도대체 무슨 말일까? 얼핏 듣기론 그냥 의미 없는 소리 같은데……. 그런데 우리의 버리덕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지. 잘 들어보니 동물들의 울음소리 이었던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들었겠지만 버리덕이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의 손으로 길러졌잖아? 그래서 다 알아 들은 거지. 그 숯이 했던 말은 이거였어.
“아이고오! 외계에서 온 돌 죽는다! 아파 죽겠어! 그만해!”
버리덕이는 이 말을 알아듣고는 숯을 씻던 노인에게 자세히 말해줬어. 그랬더니 노인이,
“그래, 그랬구나. 저 고개 넘어 천리를 가면 풀 뽑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렴.”
이러거든. 그래서 고개 넘어 천 리를 갔지. 가다 보니 너른 밭에서 풀 뽑는 할머니가 있는데, 풀 한포기 뽑고 나무아미타불 하고 또 한포기 뽑고 나무아미타불 하고 있어.
“풀 뽑는 할머니, 서천 서역국 시약산은 어디로 가나요?”
그래도 할머니는 들은 척도 않고 풀만 뽑고 있어.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어. 버리덕이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밭에 들어가 풀을 뽑는데, 풀 한포기 뽑고 나무아미타불, 또 한포기 뽑고 나무아미타불 했어. 그렇게 해서 그 너른 밭의 풀을 다 뽑아 줬지. 그랬더니 할머니가,
“저 강가에 매어 놓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만 리를 가면 바둑 두는 사람들이 있을 터이니 거기 가서 물어 보렴.”
이러거든. 그래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만 리를 갔지. 가다 보니 강가 정자에서 수염이 허연 노인 둘이서 바둑을 두고 있어.
“바둑 두는 저 할아버지, 서천 서역국 시약산은 어디로 가나요?”
“육로로 천 리, 수로로 만 리, 나는 새도 못 오는 이곳에 너는 어인 일로 왔느냐?”
“아버지 병 고칠 약물 찾으러 왔습니다.”
"바로 저기 보이는 고개를 넘으면 시약 산 이다."
하면서 노인이 꽃을 세 송이 줘. 빨간 꽃, 노란 꽃, 하얀 꽃, 이렇게 세 송이를 주면서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이 꽃을 던지라고 그러거든.
‘버리덕이는 노인이 가르쳐 준 고개를 넘어갔지. 고개를 올라가다 보니 갖가지 산짐승들이 나타나 으르렁 거리면서 잡아먹으려 해. 노인이 준 빨간 꽃을 던지니 산짐승들이 사라졌어. 고갯마루에 오르니 갖가지 귀신들이 나타나서 이리고 가려 하면 이리 막고, 저리로 가려 하면 저리 막아. 그래서 노란 꽃을 던졌더니 귀신들이 사라졌어. 고개를 내려가다 보니 길이 열 자나 되는 구렁이가 나타나 혀를 날름거리면서 덤벼들어. 그래서 하얀 꽃을 던졌더니 구렁이가 사라졌어.’
고개를 다 내려가니 큰 산이 앞을 가로막는데, 온 산에 향기가 은은하고 기화요초가 가득해. 산에 막 들어서려니까 웬 총각이 길을 지키고 서 있는데, 낯은 얽었고 등은 굽은 데다 팔은 곰배팔이야.
“길 지키는 저 총각님, 시약 산 약물은 어디 있나요?”
“여기가 시약 산인데 약물은 왜 찾소?”
“아버지 병이 위중한데 이 산 약물을 먹이면 낫는다 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가 그 약물을 지키는 사람인데, 약물 값은 가져왔소?”
“먼 길을 급히 오느라고 미처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나와 혼인하여 아들 삼형제를 낳아 주면 약물을 주리다.”
버리덕이는 아버지 병을 고칠 일념으로, 그 얽고 굽은 곰배팔이 총각과 혼인하여 살기로 했어. 그리고 삼 년 동안 같이 살면서 아들 삼형제를 낳았어.
‘아들 삼형제를 낳으니 남편이 버리덕이를 데리고 약물이 나는 곳으로 가는데, 가다 보니 길가에 피처럼 새빨간 꽃이 피어 있어. 이게 무슨 꽃이냐고 물으니, 죽은 사람 피를 살리는 피살이 꽃이라고 그러거든. 그 꽃을 한 송이 꺾어 가졌어. 또 가다 보니 살처럼 노란 꽃이 피어 있어. 이건 무슨 꽃이냐고 물으니 죽은 사람 살을 살리는 살살이 꽃이라고 그래. 그 꽃도 한 송이 꺾어 가졌어. 또 가다 보니 꽃잎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숨을 쉬는 꽃이 있어. 이건 무슨 꽃이냐고 물으니 죽은 사람 숨을 살리는 숨살이꽃이라고 그런단 말이야. 그 꽃도 한 송이 꺾어 가졌지.’
약물터에 이르니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데, 그 거북 입에서 약물이 한 방울씩 떨어져, 그것도 해 뜰 때 한 방울, 정오에 한 방울, 해질 때 한 방울, 그리고 새벽에 한 방울, 이렇게 하루에 네 방울씩만 떨어져. 석 달 걸려서 그 약물을 한 병 받았지.
약물을 다 받아서 병을 허리춤에 차고 이제 버리덕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은 약물 지키는 사람이라 그곳을 떠날 수 없다 하니 남겨두고, 아이 하나는 등에 업고 하나는 보듬어 안고 하나는 걸리고, 이렇게 해서 바람같이 달려온다. 육로로 오백 리, 수로로 오천 리 되는 길을 쉬지 않고 허위허위 내딛었더니 갑자기 버리덕이 앞에 무지무지 못되보이는 나그네가 길을 떡 하니 막고 서있네. 그 나그네가 하는 말이.
“자, 네가 가진 꽃들을 내놓아라. 내가 그 꽃들을 얻기 위해 몇 년이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어서 꽃을 내놓아라.”
이러거든. 그러면서 검은 연기가 자욱한 시퍼런 칼을 들이대. 그런대 그때.
“네이놈! 루극! 당장 칼을 거두어라!”
하면서 호박목걸이를 한 처녀귀신이 나오네. 자세히 보니 옛날에 장자를 홀렸던 빨간 호박 귀신이야. 조금이나마 한을 풀게 해준 장자네한테 감사하다고 도와주겠다는 거지. 그래서 버리덕이는 무사히 나머지 육로로 오백 리, 수로로 오천 리 되는 길을 쉬지 않고 허위허위 내닫았지.
그렇게 몇 달 동안 걸어서 집 가까이 왔는데, 산에서 나무 하는 노인이 이상한 노래를 불러.
“인심 좋고 풍채 좋은 우리 마을 장자님이 아들 하나 못 낳고 일곱 딸을 낳았던, 산에 갖다 버린 딸이 아버지 병 고치자고 서천 서역 머나먼 길 떠난 지가 오래인데, 죽었는가 살았는가 소식은 감감하고 불쌍하다 장자님은 이승을 하직했네.”
버리덕이가 가만히 들어 보니 제 아버지 죽었단 소리거든. 눈물이 앞을 가려 천방방 뛰어가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벌써 상여가 저만치 오고 있어. 서른셋 상여꾼이 상여를 높이 메고 어허이 어허이 소리를 메기고 받으면서 오는데, 여섯 언니와 여섯 형부는 상복을 차려 입고 상여 뒤를 따라오며 애고애고 곡을 하네. 버리덕이가 상여 앞에 뛰어가서,
“서른셋 상여꾼님, 그 상여를 내려놓으시오.”
하니까 상여꾼이 영문도 모르고 상여를 내려놓는데, 그 때 여섯 언니들이 달려들어 버리덕이한테 욕을 퍼붓는다.
“너는 아버지 병 고칠 약물 뜨러 가더니 여태 어디서 노닥거리다가 이제야 왔단 말이냐.”
버리덕이는 그 말에 대꾸도 않고,
“상여 문을 여시오.”
상여 문을 여니,
“관 뚜껑 따시오.”
관 뚜껑을 따니 아버지가 관 속에 누워 있단 말이지. 버리덕이가 피살이 꽃을 아버지 몸에 문지르니까 피가 살아나고, 살살이 꽃을 문지르니까 살이 살아나고, 숨살이꽃을 문지르니까 숨이 살아나지.
“아, 봄잠을 달게 잤구나.”
하고 아버지가 일어나 앉으니, 집을 나올 때는 상여를 타고 나왔지만 들어갈 때는 남여(의자 비슷하고 위를 덮지 않은 작은 가마)를 타고 들어갔단 말이야. 이렇게 해서 버리덕이는 아버지를 살리고 오래오래 잘 살다가 뒤늦게 사춘기가 와서 가출을 했는데. 버리덕이를 도와주느라 루극하고 몇 년째 싸우고 있는 귀신을 찾아가 도와서 루극을 죽이고 귀신하고 같이 살다가 죽었다는 얘기야.
아참, 그래서 버리덕이와 그 귀신은 아직도 놀면서 다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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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하하 두번째 이야기도 끝이 났어요. 정말 대략 열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마 세번째 이야기는 오래걸릴듯(책을 반납해야되네요.. 다른책좀 보다가 다시 ㅎ)
참. 다음부터 이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을거에요.. 대신 줄거리를 바꿀 예정...
첫댓글 우리 옛 이야기 100가지 다읽었는데 ㅋ; (셔러업~)ㅋㅋㅋ
용서를 빌어요~ 언니~
바리데기인가..-_-;;
네네넹~
야후, 버리덕이- :9
뭐, 뭠미 ㅠㅠ 전 다크포스인데여
악역!!
아아.. 이번글... 포스가 약해 약해...
그랴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