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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준 미카엘 신부님의 첫 미사 강론
2024.09.01 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세례를 받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구요, 서울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받고 나면 첫 고해를 하잖아요.그때는 세례 받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첫 고해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성당 안에서 다섯 군데에서 고해성사를 주셨어요. 저는 어디가 줄이 제일 짦은가 보니까 제대 옆쪽이 줄이 제일 짧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에 줄을 섰습니다. 거기는 칸막이도 없고 신부님은 옆을 보고 앉아 계시고, 고해하는 사람은 신부님을 바라보고 이렇게 고해성사를 하는 곳이었는데요.
이 고해성사라는 게 약간 불편하고 그러잖아요. 근데 첫 고해니까 너무 긴장도 되고 막 이런 겁니다. 그래서 불편한 마음을 갖고 제 차례를 기다리다가, 제 차례가 돼서 제가 생각한 것을 막 고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께서 들으시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천천히 제 쪽으로 돌리시는 거예요. 저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세상에서 그렇게 자비로운 눈빛은 처음 본 것 같았습니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불편하고 불안했던 이런 마음은 다 사라지고 정말 너무 마음이 편해 진겁니다. 그래서 아주 편안한 시간이었고, 그 가운데서 고해성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왔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중에 나이가 많아지면 저런 신부님 같은 눈빛을 갖게 되면 좋겠다. 그때는 그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제가 하느님께서 부르신다고 제일 처음 깨달은 것은 20대 중후반 무렵이였던 것 같습니다.꿈을 꾸었는데 신부님 세 분이 나오셔서 “다른 길을 가지마라” 그러시더라고요. 아침에 깨 갖고 이게 무슨 뜻인가? 이런 생각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딱 떠올랐습니다.신부님 3분은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뜻하는 것이니 하느님께서 나를 사제로 부르시는구나
그 생각이 들어서 제가 머릿속으로 사제의 삶에 대해서 그려봤습니다. 근데 저는 도저히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용기도 안 생겼구요, 그래서 제가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 죄송합니다. 저는 못 하겠습니다. 그랬는데 그날부터였던 거 같애요.
마음 한쪽 구석에 뭐가 계속 불안하고 불편한 겁니다. 이게 하루 이틀 가는 게 아니고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만 2~3개월 정도 됐던 것 같아요. 너무 길어지기가 나중에 제가 거의 울 지경이 됐습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하느님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저는 못 하겠습니다. 그렇게 2~3개월을 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2~3개월 정도 쯤 지나니까 더 불편한 마음이 이제 조금씩 없어지더라고요. 그렇게 끝난 줄을 알았습니다.
한 10년 정도 더 지나서 서른 중후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보좌 신부님께서 서울교구에서 사제 서품식이 있었어요. “사제 서품식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한 번씩 가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그렇게 말씀하셔서 제가 사제서품식에 가봤습니다. 기도를 엄청 하고 갔는데 사제 서품식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지금은 서울교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서품미사가 끝나면 야외에서 흩어져서 신부님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안수를 주셨거든요.
여름이었는데 야외에서 안수를 막 주시는 겁니다. 저도 안수를 받으려고, 이번에도 줄이 제일 짧은가 살펴보니까 어디 한쪽이 좀 짧은 거 같아요. 그래서 거기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그 신님께서 안수를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이 이제 신자분들이 무릎을 쭉 꿇고 계신 거예요. 10분 정도씩, 이 신부님께서 안수를 주시고, 또 옆으로 옮겨 가셔서 또 주시고, 그런데요. 옆으로 옮기실 때도 마치 얇은 접시에 물을 가득 담긴 걸 옮기려면 조심해서 가야 되잖아요. 안수 주실 때도 정성스럽게 주시는데 옆으로 가실 때도 그렇게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땀을 계속 흘리시고 옆에서 어떤 사람은 계속 신부님 땀을 닦아드리고 신자분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모습이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그래서 제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나도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때 생각해 보니까 20대 중후반에 하느님께서 저를 사제로 부르셨다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그때 사제가 됐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러면 혹시 사제가 되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문제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 모집 요건에 나이가 훨씬 지난 거였습니다. 아 나는 이제 안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하고자만 했으면 길이 열렸을 건데 그때 그런 생각까지 못하고 그때 부르심을 제가 따르지 않아서 끝났구나. 그때 처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르지 않았던 것을 후회를 살짝 했던 것 같습니다.그렇게 하다가 또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 해보고 싶은 게 되게 많았습니다.그래서 이 일도 해보고, 다른 데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또 하고 했었는데 이렇게 나이가 점점 많아지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제 죽을 때까지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게 하나를 찾아야겠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사촌이 그런 말을 저한테 하더라고요. ‘너는 수도회에 들어가면 어떻겠냐?’ 근데 그 사촌이 저한테 처음 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다른 분도 얘기한 적이 있고 그런 얘기여서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버리고 했었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제 대답은 언제나 똑 같았습니다. 수도회에는 아무나 들어가나? 특별한 사람들이나 들어가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수도회에 들어가나? 하고 그렇게 그냥 흘려버렸었거든요.
근데 사촌이 마지막에 얘기했을 때는 한마디를 더 덧붙이더라고요.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채워 주신다.” 그 말도 마음에 좀 남았었고, 수사님들에 대한 약간 좋은 감정은 옛날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이렇게 봤는데 그 돈도 없이 막 돌아다니는 수사님들이 나오는 거예요. 영화 내용에 대한 생각은 안 났는데 왜 좋아 보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막연하게 좋아 보였던 그 느낌이 있어서, 친구가 얘기한 것도 있고, 그래서 그러면 수도회에 가는 것도 고려해 볼까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고민할 문제가 아닌 거예요.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가는 거지 하느님께서 원하시지도 않는데 제가 수도회에 가서 무엇을 하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근데 제 20대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절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하느님께서 어떤 것을 원하시던지 수도회에 가라고 하시면 갈 것이고 가지 말고 다른 걸 하라 그러시면 그 일을 해야겠다.’ 하고 결심을 딱 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뜻을 무조건 따르겠다는 결심을 하고 기도를 드려서인지 기도의 응답이 정말 빨리 왔습니다.
다음 날인가 아니면 그 다음 날인걸로 기억이 납니다. 기도를 하는데 음성이 들리더라구요.
‘수도회에 가려면 성인들에게 기도를 해라.’ 음성을 정말 또렷하게 들었는데 이해가 좀 안 됐습니다. 수도회에 가려면은 무슨 뜻일까? 선택하라는 말씀이신가? 그때부터 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선택하라는 얘기는 하느님께서 니가 꼭 수도회를 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내가 꼭 수도회에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생각과 음성을 들은 건 처음이었거든요, 기도하다가.. 하느님께서 음성까지 들려주셨는데 수도회를 가야 되지 않나? 이 두 가지를 고민을 하는데 답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그다음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답을 못 내렸습니다. 자기 전에 기도를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기도를 하는데 일상적인 기도를 했습니다. 하느님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렇게 기도를 하는데 제가 원래 기도 끝날 때 모든 성인들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그 말을 하고 기도를 끝내거든요. 일상적인 기도를 막 하고 모든 성인들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까지 했는데~ 그 생각이 나는 거예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하면 수도회에 가겠다는 것이고, 안하면 안 가겠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를 위하여 .... 비~ 거기까지 했는데
어~어떡하지? 망설이다가 답을 못 내렸는데요, 어떡하지 하다가 그냥 어~어~어 하다가 ~소서 하고 끝냈습니다. (신자들 웃음) 하느님께서 그냥 헷갈리셔서 하루 그냥 더 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하느님께서는 아마 제가 성인들에 빌어달라고 기도하신 것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그날 밤부터 꽤 오랜 기간 동안 그전에도 꾸지 않았고 지금도 꾸지 않는 신기한 꿈을 좀 많이 꾸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그렇게까지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시니까 하느님께서 수도회에 가기를 원하시는 것이구나. 그래서 제가 지금 소속되어 있는 마리아의아들수도회에 들어오게 되었고 사제서품을 받아서 여러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꿈 중에 하나가 있는데요. 꿈속에서 그러는 거예요.‘때가 되었으니... ’ 그러더라고요. 그 생각을 해보니까 때가 되었으면 그게 옛날에 20대 때 들었을 때는 부르셔도 안 올 것을 하느님께서 아셨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아셨으면 그때는 왜 부르셨을까? 잠깐 부르신 것도 아니고, 그렇게 2~3개월 동안 마음이 불편하게 해서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는 것을 제 마음속에 각인시켜 주셨거든요.왜 그렇게 하셨을까 생각해보면 제가 정확하게 하느님 뜻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젊었을 때 해놓지 않으면 제가 나이 먹어서도 하느님 뜻을 안 따를까 봐 하느님께서 염려 하셔서 그렇게 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하느님을 오래 기다리게 만들고 하느님께 걱정을 끼쳐드리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부족한 저를 위해서 신자 여러분들 기도하실 때 저를 좀 기억해 주십시오.저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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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글 파일로 정리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신자들이 이해하고 새 사제 강론 기억 보존하는데 도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