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산문화아카데미 2026년 1학기 종강식을 마치고/ 안성환
이제 한 달간의 방학이다.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는 연간 34강의 인문학 강좌를 운영한다. 상반기 17강, 하반기 17강으로 나누어 진행하며, 국내 답사 4회와 국외 답사 2회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상반기 종강이 끝나면 다음 날 곧바로 내몽골 답사길에 오른다. 그래서 이번 종강식 1교시는 축제가 아니라 내몽골 문화와 역사에 대한 특강으로 진행되었고, 2교시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축제는 문화국의 탁월한 기획력과 원장님의 아낌없는 지원이 어우러져 더욱 빛나는 행사였다.
1교시 강의에서는 몽골의 유목문화와 역사, “열하일기”, 홍산문화를 통해 북방문명의 흐름을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유목과 농경문화의 차이, 샤머니즘과 라마불교의 특징, 몽골제국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열하일기”가 보여주는 개방적 사고와 실학정신도 함께 배웠다.
이번 답사에서는 홍산문화 유적과 열하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확인하며, 단순히 유물을 보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배경과 문명의 흐름을 함께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범교 교수님이 직접 동행하시기에 더욱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번 답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흔히 '범생이' 또는 '모범생'이라 부른다. 반대로 공부보다는 노는 데 능한 사람을 '날라리'라고 한다. 또 모두가 즐기는 자리에서 혼자 공부만 하고 있으면 '꼴불견'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런데 범생이와 날라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자신의 분야에서 '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필자는 '날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놀 때는 누구보다 즐겁게 놀고, 공부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다.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삶의 균형을 아는 사람이다.
이를 인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부로 마음을 채우고, 예술로 행복을 나누는 사람."
오늘 종강식에 함께한 울문아 가족들이 바로 그런 '날범'이었다. 110만 울산시민이 부러워할 만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이번 종강식은 울문아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국장님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오늘 행사의 실무 책임자로서 회원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축제의 문을 여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는 실무를 존중하고 리더십의 품격을 높이는 조직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러한 혁신은 원장님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무대의 첫 순서는 김영숙 선생님의 아름다운 시낭송이었다. 잔잔한 울림이 축제의 문을 품격 있게 열어주었다.
이어 고운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구자선 선생님의 민요 “청춘가”가 무대를 수놓았다. 청춘은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가 아니라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방창환 선생님의 하모니카 연주 “낭랑 18세”는 모두를 시간여행으로 이끌었다. 그 순간 참석자들은 모두 열여덟 살의 감성으로 돌아갔고, 표정만큼은 스무 살 청춘이었다.
이어 황두환 부원장님께서 이번 축제를 위해 직접 작사, 작곡한 “울문아 송”이 울려 퍼졌다.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람에게는 태어난 고향이 있듯, 우리에게도 울산문화아카데미라는 또 하나의 배움의 고향이 생겼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손정숙 선생님의 우쿨렐레 연주였다. 우쿨렐레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악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해변으로 가요”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함께 들려주셨는데, 공연이라기보다 모두가 함께 떠나는 여름 여행 같았다. 노래의 진정한 주인공은 잘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부르는 사람이다. 이날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다.
또 하나의 숨은 보석은 홍순화 선생님의 레크리에이션이었다. 숨은 인재가 있다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 인재를 찾아내는 안목은 더욱 값지다. 그래서인지 문화국장님의 발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궁금해졌다. 홍순화 선생님의 주제는 '인생면허증'이었다. 운전면허증이 자동차를 움직인다면, 인생면허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모두가 체면을 내려놓고 웃고 즐기며 하나가 되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던 '무아지경'을 몸으로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날 가장 젊어진 순간도 바로 그 시간이었을 것이다.
축제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유영돈 선생님의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가 울려 퍼졌다. 어쩌면 이날 가장 솔직한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래를 듣고 나니 오히려 '나이 드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은 흘러도 열정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무대는 정세호 선생님의 트럼펫 연주였다. 트럼펫은 희망을 알리고 용기를 북돋우는 가장 밝고 당당한 소리를 가진 금관악기다. “젊은 그대”, “아파트”, “찔레꽃”이 이어지는 동안 모두는 음악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몸은 춤추고 마음은 노래하며, 삶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이상도 원장님께서 테너의 깊은 음성으로 시 한 편을 낭송하셨다. 음악으로 뜨거워진 가슴에 한 편의 시가 조용히 내려앉으며 종강식은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인문학을 찾는 것일까?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지구에는 약 85억 명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얼굴이 모두 다르듯 생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외로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를 귀찮아하는 눈빛을 보낸다면 그 또한 깊은 외로움이다.
결국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숙명이다.
인문학은 그 외로움을 치유하는 가장 따뜻한 길이라 생각한다. 문학은 '나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는 위로를 건네고, 철학은 타인에게 기대는 외로움을 스스로 감당하는 고독으로 바꾸어 준다. 또한 고전 속 현인들과의 만남은 시대를 초월한 벗을 얻게 한다.
결국 인문학은 타인의 온기에만 기대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따뜻하게 데우며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인간적인 처방전이다.
이번 종강식은 단순한 학기의 끝이 아니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 축제였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학기의 공부를 마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사람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걸어온 것이다.
한 달간의 방학이 지나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리고 내몽골 답사길에 오르는 선생님들께도 뜻깊고 안전한 여정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천이십육년 칠월 열이렛날 한낮에 안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