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균아! 몇시에 오산 오남?
오늘 저녁 식사 메뉴를 선택해 주기바람
1. 회/참새구이
2. 모듬순대/족발
3. 보쌈/버섯찌게
4. 해물찜/산낙지
5. 소머리수육/해장국
6.삼겹살/쭈꾸미 회전식바베큐
7. 반야월 막창>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식사 메뉴라 했지만 하나 같이 술안주이지요.
얼마 전 서울 출장 가는 김에 볼일을 보려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창덕궁과 후원을 둘러보려고 낸 휴가였으나
이미 사전 예약이 끝난 뒤라 이번 일정에는 관람이 불가하였습니다.
어쩌나 생각하던 차에 오래 보지 못하였던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LG를 떠난 지 만 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보고픈 이들이 많습니다.
친했던 동료들은 매월 2회 이상 만났지만
LG전자 구미공장의 일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생이별을 한 친구들이 여럿 생겼습니다.
그 뒤로도 분기별로 한 번 정도는 보았는데
최근 서로가 시간이 맞지 않아 반년 여 못 본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선약이 있지만 취소하겠다며
오랜만에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볼일 마치고 오산으로 가는 길,
친구가 보낸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모두에 옮겨 적은 내용입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바쁜 와중에 맛집 중 7곳이나 되는 모임 장소를 선별하고
독수리타법도 아닌 외다리타법으로 열심히 글자를 쳤을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뭉클하였습니다.
이런 친구들과의 오랜만의 해후인데 장소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그래도 세 곳 정도의 마음에 더 끌리는 곳을 회신했고
최종 장소로 정한 소머리수육과 국밥은 그 자체의 맛도 좋았지만
진한 우정과 술이 버무려져 멋졌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함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만나니 그 즐거움이 더욱 컸습니다.
근무처가 바뀌어 함께 못한 이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만
그들과도 서로간의 끌림이 있으니 만나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 떨림도 더욱 크리라 생각됩니다.
전 직장 동료 외에도 오래도록 보지 못하였거나
연락마저 뜸했던 친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대부분 메일이나 카페, 블로그 등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도 적지 아니한데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새로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오랜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맛본 직후에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아쉬워하는 이 상황도 나쁘지 않습니다.
법정스님은‘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상호간의 눈뜸이 있었기에, 마음의 교감이 있었기에
그들이 어디에 있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하건
울림 있는 벗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주 보는 친구들이 더 정겨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전화번호부와 주소록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오랜 벗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보는 호사를 누릴까 합니다.
친구(모셔온 글)=========================
친구사이의 만남에는 서로 영혼의 울림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어느 쪽이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친구란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란 말이 있다.
그런 친구 사이는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척에 살면서도 일체감을 함께 누릴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친구일 수 없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