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코로나를 피해가지 않아_나의 해방일지
_이재정 개인전_
일시; 2022.8.3.~8.12
장소: 갤러리 브레송
그는 섬에 살면서부터 새파랗지만 뜨거운 온도감을 가진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습관 같은 도시 오브제의 불행 정도는 가볍게 지우고 싶어했다. 사진도 곧 언어라, 시대적 정의감 같은 건 양보하고 살아도 오직 필름으로만 승부하길 원했다. 사람 냄새 나는 사진을 좋아했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내가 알기로 그는 코로나 이전까지 제주 4.3을 언어로 ‘이중초상화’ 시리즈를 엔데믹 처럼 마무리했고 코로나를 관통하던 두 해 동안은 설문대 콤플렉스를 은유한 ‘About the Size’ 시리즈와 ‘통증연대기’를 펜데믹 처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출륙금지령 시대 섬 사람들의 모습을 엔데믹과 은유했다. 배만 사라지고 비행기로 대체 되었을 뿐 펜데믹 2년 동안 우리는 발이 묶여버렸다. 지나고보니 출륙금지령도, 코로나도 언어이면서 동시에 영화 같았다. 구성과 미장센을 갖추고 헤프닝과 유머, 위트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서로는 닮았다. 언어로 만나는 그의 사진이 이를 설명해 준다.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공간, 이를테면 탑동, 삼양, 조천, 한림이나 문래동 해운대 팔공산도 액션 스릴러물로 부디 흥미롭고 엽기적이길 바란다. 그곳에서는 모두 구린내가 난다. 돈을 추적하면 누가 범죄자인지 알게 된다는 대장동 무비나 바다를 보면 똥물의 근원을 알게 되는 오등동 무비처럼, 작가의 사진과 우리의 정치는 어쩌면 동격. 구린내 나는 똥이다.
마스크만 없을 뿐, 동물들도 알고 있다. 섬의 똥물과 도시의 쓰레기는 신이 내리는 펜데믹이였고, 신만이 관장하는 언어적 똥물이었다는 것을. 사진 속 풍경들은 펜데믹이 떠난 뒤에도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려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소를 숨긴 채 중얼중얼, 퇴화된 동물처럼 언어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 서천으로 안내하기 위해 중산간 마을 교회, 바닷가 도시의 성당, 팔공산 갓바위까지 인용했다. 그러다 ‘아니다, 섬에서 굿이나 해야지’ 이제 신탁으로. 드디어, 그는 스스로 해방되고 있음을 증명해 낸다. 이렇듯 그는 사진을 통해 어떤 해방을 꿈꾼다. 또 사진을 보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당신의 하루는 안녕하십니까? 사진을 본 관객들의 해방으로 이어지길 원한다.
해방은 결국 비움에서 시작되고 지움에서 완성될지도 모른다.
- 채수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