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무래도 카페인 함량에 많은 신경이 쓰일 겁니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그 기준을 정하는 일은 참으로 까다롭고 힘든 일입니다. 또한 인스턴트 커피라면 하루 몇 잔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두커피는 다릅니다. 원두커피는 종류부터 시작해 볶는 방법과 추출 방법 등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지요. 이제 같은 양의 생두를 볶았을 때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추출한 원두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의 함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입니다.
아래 표는 커피가이드에서 빌려 왔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카페인 함량이 거의 두 배 이상입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는 거의 로부스타 종으로 만들지요.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논리상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그 제조법상 카페인 함량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이상 이미 포함되어 나온 카페인을 마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 신경이 쓰인다면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마시면 됩니다. 디 카페인 커피라고 하지요. decaffeinate, de는 from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카페인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니 카페인이 없다는 뜻이 되지요. 물론 카페인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소량 들어있답니다. 그래도 카페인이 있는 커피가 맛있다 싶으면 커피 마시는 양을 줄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원두커피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일단 마시는 종류를 택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이 싫은 사람은 카페인 함량이 덜한 종류를 택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카페인과 맛은 어느 정도 함수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함량이 많을수록 진하게 느껴진다는 뜻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카페인 함량이 많은 커피가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카페인 함량이 제일 적게 나온 모카와 산토스는 우리가 대단히 자주 마시는 커피입니다. 블렌딩한 원두라면 알게 모르게 들어가 있을 겁니다. 그것은 커피의 맛 때문이기도 하고 가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자바 모카커피라는 상품명까지 나와 있을까요.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고 표현하곤 하지요. 커피를 표현하는 방법, 즉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이는 커피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커피 하면 맛과 향을 생각하지만 전문인들, 혹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은 맛(taste), 향(aroma), 풍미(flavor), 그리고 흔히 말하는 바디(body)를 따지지요. 이 모든 것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좋은 커피라고 말합니다.
일단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맛을 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는 쓴 맛입니다. 그러나 커피는 3가지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맛, 쓴맛, 신맛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기에 떫은 맛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물론 품종에 따라서 맛이 다르지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커피에 따라 고유의 맛이 더 강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 품종의 맛을 살려 블렌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볶는 정도에 따라서 그 맛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지요. 약하게 볶으면 신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강하게 볶을수록 쓴맛이 강해집니다. 그 정도를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나눕니다. 물론 각 정도마다 다양한 변수가 있지요. 깊이 들어가면 골치 아파지기도 하고 직접 볶아보거나 맛을 보지 않으면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으니 이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좋은 블렌딩이란 커피가 지닌 고유의 맛을 잘 살려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잘 생각해보세요. Taster's Choice입니다.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커피라는 뜻이지요. 향이 아닙니다. 인스턴트 커피인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향으로 치자면 도저히 원두커피와 겨룰 수 없으니 맛을 보고 선택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인스턴트 커피에서 나는 향은 짙거나 그윽하거나 그러지는 않지요. 액상 커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커피를 맛보다는 향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먹고 마실 때 제일 먼저 향을 맡습니다. 향은 그 향을 내는 물건이 보이지 않더라도 후각을 자극해 신경을 긴장시키고 이윽고 먹고 싶다 혹은 마시고 싶다라는 갈망을 불러오지요. 먹는다는 일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과 시각을 동원하는 일입니다. 보고 맛보고 냄새 맡는 일 모두가 음식에 관련되지요. 어느 특정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고 느꼈다면 그 느낌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가 다음에 그 음식에 관한 이야기만 들어도 침이 고인다던가 혹은 코를 킁킁거리게 만듭니다.
아마 누구나 그럴 테지만 전 커피라는 어휘를 들으면 혹은 읽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향입니다. 원두커피 향이지요. 사실 인공향을 굳이 첨가하지 않아도 순수한 커피향은 대단히 강합니다. 커피 전문점에 들어서면 이내 달려드는 냄새 바로 커피향이지요. 물론 신선한 커피의 향입니다. 갓 볶아낸 신선한 커피일 때 강하다는 이야기지요. 갓 볶았다고 해서 다 신선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 경우는 빼겠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만 가지고 이야기하지요.
향은 맛에 영향을 끼칩니다. 향이 강하면 그 커피도 진할 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지요. 그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향이 강하면 그 커피도 진하지요. 제 경험 한 가지를 들어볼까요. 90년 여름이었던가요. 촌뜨기가 생전 처음 바티칸에 갔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이었지요.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던 참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 한 분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시더군요. 열심히 쫓아갔습니다. 따라가는데 정말 강한 향이 나더군요. 깊고 그윽하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그 향이 여태 뇌리에 박혀 있으니까요. 포장마차라고 해야 금방 아시겠지요. 거리에 있는 커피가게였습니다. 어찌나 향이 강한지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군요. 미국 여인이 세 명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미국인인 줄 알았느냐구요. 그들은 영어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이 마시는 걸 보고 당연히 커피 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제게 온 건 그녀들처럼 크림 섞인 커피가 아니라 조그만 데미타스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였습니다. (데미타스는 demitasse로 demi+tasse입니다. demi는 절반이라는 뜻이고 tasse는 잔이지요. 데미타스잔은 에스프레스 전용 잔으로 보통 커피잔 크기의 절반정도입니다.) 전 몰랐던 거지요. 그들. 이탈리아인들에게 카페는 에스프레소라는 사실을..그녀들이 마시던 커피는 카푸치노였던 겁니다. 하여간 생전 처음 먹어보는 에스프레소가 얼마나 진하던지.. 마시느라 혼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에스프레소가 더 맛있게 느껴지니 정말 많이 변했지요. 그리고 당연히 그 날 밤 잠을 제대로 못잤지요. 하여간 그 향 때문에 에스프레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지요.
이제는 풍미(flvor) 차례입니다. 이 플레이버를 묘하게 말하더군요. 후레바라던가 플래바라고 해서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했지요. 커피, 원두커피가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 그 용어라던가 용구가 일본에서 많이 건너왔으므로 아마 많은 용어를 일어에서 차용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영어 발음이 아닌 후레바가 되었을 겁니다. 영어를 찾아보고나서야 아하 이게 그거구나 하고 알았지요. 그리고 난 다음에도 flavor 가 무얼 말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더랬지요. 사실 풍미는 뭐라 표현하기가 곤란합니다. 맛(taste)과 향(aroma)가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느낌이라 해야 맞겠지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처음 배울 때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다가 커피 가이드에서 좋은 표현을 찾았습니다. 고민할 대로하고 난 다음인 최근 일이지요. 와인(와이니), 초콜릿(초코레티), 연기(스모키), 매콤함(스파이시), 꽃(플로랄), 과일(프루티), 땅콩(너티), 흙(얼씨), 끈적끈적한(캐러멜리), 기름(오일리티) 등이 있다라고 나와 있더군요. 누군가는 커피에서 꽃향기가 난다고 하던데 바로 여기서 나온 표현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이가체프에서 꽃향이 난다고 하던데 전 못 느껴봤습니다. 아직 멀었지요.
마지막으로 바디감입니다. 바디가 뭔지 알기 위해 사전 한참 뒤졌습니다. body는 물체의 밀도, 농도를 뜻한다고 나와 있더군요. 커피를 마셨을 때, 즉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 입안에서 감도는 느낌, 커피에서 느껴지는 밀도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러한 특성을 갖춘 커피를 어떻게 하면 그 특성을 잘 살리면서 카페인도 덜 마시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희야님 커피 연구가 대단합니다. 이틀 동안 연구 더 많이 하셨나요? 화내기는 없기입니다.^^ 사실은 그 자리에 희야님이 안 계셔 참 많이 섭섭했습니다. 또 다음이 있으니... '먹는다는 일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과 시각을 동원하는 일'이라는 말이 참 옳다는 생각입니다. 희야님 덕분에 앞으로는 느끼며 마실 거 같습니다.
첫댓글 하하하 희야님 정말 커피를 많이 마시는 저 같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이네요.. 여태는 커피에 있는 카페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안 쓰고.. 그저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거든요. 하하하 그래도요~ 좋은 걸 어떻게 해요~
희야님 커피 연구가 대단합니다. 이틀 동안 연구 더 많이 하셨나요? 화내기는 없기입니다.^^ 사실은 그 자리에 희야님이 안 계셔 참 많이 섭섭했습니다. 또 다음이 있으니... '먹는다는 일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과 시각을 동원하는 일'이라는 말이 참 옳다는 생각입니다. 희야님 덕분에 앞으로는 느끼며 마실 거 같습니다.
저도 무척 서운했습니다. ^^ 비는 안 맞으셨는지요.
이틀 동안 눈이 팅팅 불어서, 팅팅클클... 모카 한 잔 뽑아든, 귀여운 모습이었겠는데...
애구구.. 귀엽다니........실제 보면 마귀 할망군데..뭔가 오해가....그 오해를 하게 만든 사람 달님인가요?
흐흑.. 그날의 해남을 몽땅 따~시키시고.. 귀 가렵지 않으셨는지욥? ㅋㅋㅋ. 그란데 눈은 왜 퉁퉁 ..? 피로한 정신을 달래야 할땐 무슨 커피향이 좋을지..(귀여운 팅클희야님, 에스프레소 원샷,하는 밤..되세옵.. ^^;)
역시 범인은 달님이얏! 달님 모자 어딨어요? 죄다 치워버려야지..
팅클님은..참말로 우아~틱하고 늘씬하고 분위기캡이라고 고자질 한 죄 밖에..없슈~ ㅎㅎ. 달팅이 모자 좀 찾아주서셔~ ( 내가 가진 열개의 모자 중, 제일 값나가는 .. 흐긓..... )
옷!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허무맹랑도 유분수지...........달님은 본인이 우아~틱하고 기타 등등이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보이는 모양. 그나저나 웬 모자가 10개씩이나..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 적선하면 어떨까용...
힛~~ 여행갈때마다 이렇게 모자 한 개 씩 잃어버리니.. 에고 아까버라.. 내 새끼같은거 고것들... ( 부뚜막인지 불독인지 바람재샘캉 민들레샘캉 뒷풀이따라가서 버리고 온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