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의 파르테논 신전.종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으면 종묘를 찾아가십시요. 시끌벅적한 종로거리를 헤메다가 정문에 들어서면 고요한 공간이 세파의 때를 씻어줍니다.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가 정전을 바라보면 그 거대한 규모에 놀랍고도 단조로운 조형기법에 겸손을 배웁니다. 장식을 최대한 억제한 절제미, 수수한 단청, 문양 등 생략의 아름다움을 여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태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이 종묘랍니다. 종묘는 왕조의 뿌리를 상징하며 정통성을 상징하는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완공된 후 태조의 4대조인 목조,익조, 도조, 환조의 신주를 모신 것이 종묘의 시작입니다.
정전 (국보 제227호) 정전은 조성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모신 유교 사당입니다. 동시대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동서가 109m나 되니 100m 달리기 트랙보다 더 긴 셈이지요. 이는 신위수가 늘어날수록 건물을 옆으로 증축한 결과랍니다. 만약 조선의 역사가 더 길어졌다면 30m는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요.
담장 안에는 나무 한그루도 없습니다. 일체의 화려함과 장식을 배제하고 꼭 필요한 구성요소만 있답니다. 단정한 유교의 기품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오른 쪽이 태조의 신위가 모셔져 있고, 태종, 세종, 세조등이 이어집니다. 남북으로 신로가 월대 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습니다. 유난히 경사가 심한 지붕은 하늘로 향한 무한함을 상징합니다. 박석은 바깥으로 살짝 경사를 두어 물이 고이는 일이 없답니다.
반복과 대칭을 기본으로 하는 공간구성을 하고 있습니다.무한하게 반복되는 기둥 배열은 끊임없는 왕위의 영속성을 상징합니다.일체의 장식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붉은 기둥과 천장이 끊임 없이 이어집니다. 미술시간 원근감은 이런 곳에서 배워야겠지요.
영녕전 (보물 821호) 영녕전은 세종 3년(1421) 정전에 모셨던 태조의 4대조 목왕, 익왕, 탁왕, 환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기 위해 태실 4칸, 동·서익랑 협실 각 한 칸의 별묘로 처음 지어졌습니다. 세종 때 정종이 승하하여, 정전 감실에 신위를 모실 공간이 모자라 중국 송나라때 따로 별묘(別廟)를 세웠던 예를 채택하여 짓게 된 것이지요. 영녕전은 건물과 묘정의 규모에서도 정전보다 작게 하여 두 건물 상호간의 위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운데 태조의 4대조를 모신 네 칸을 그 좌우의 협실 여섯 칸보다 높게 하여 위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뿌리를 중요하게 여긴 겁니다. 좌우 협실에는 정전에 모시지 않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셨답니다. 참, 영녕전에는 공신당이 없기 때문에 임금이 영녕전으로 옮겨지면 공신전의 신위는 가족품으로 돌아갑니다.
공신당 정전 앞 좌측에는 역대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는 '공신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왕이 늘어날수록 공신들도 늘어나날겁니다. 창건 때는 3칸에 불과하였으나 나중에 9칸으로 늘렸다가 지금은 16칸의 긴 건물로 되었다. 왕의 신실과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며 죽어서도 왕과 함께 있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하륜, 한명회, 신숙주, 이원익, 김상헌, 남구만, 김만중,정광필, 성희안 송시열 등등 쟁쟁한 관리들이 이곳에 위패를 모시지요. 조선 태조의 공신을 비롯하여 27대 순종까지 정전에 모신 역대왕의 공신의 신주 83위를 배향하고 있습니다.
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종묘대제를 지낼때 공신들 제사도 함께 지낸다는 것. 제삿상은 무척이나 소박합니다. 옆에 있다가 음복을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임금의 제사에 신하들 제사까지 챙긴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제 아버지가 이번에 아헌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전주이씨 종약원에서 추천받아 참여하셨는데 2시간을 퇴약볕에서 서 있어야 한답니다. 74세인 아버지는 무척이나 힘드신 모양입니다.
영녕전은 잡상이 5개. 정전과 차별화를 두고 있어요.
정전 기둥
정전
영녕전. 술이 담겨진 술통인 작준. 바깥에 제기들이 놓여 있답니다.
여찌나 사람이 많던지~~
영녕전부터 제사를 지냅니다. 꼬박 2시간이 걸린답니다. 기둥은 나뉘어져 있지만 안쪽은 휘장으로 구분
비운의 왕 단종
악사장은 월대에 자리를 잡습니다.
집사는 관세위에서 손을 씻고 각 실로 갑니다.
발을 맞춰서 ~~
국악고 아이들이 팔일무를 춥니다. 왼손은 구멍이 세 개 뚫린 관악깅니 약을 오른손은 긴막대기에 깃털로 장식한 적을 들고 추는데 선왕의 문무를 칭송하는 춤입니다.
드디어 임금님이 나섭니다.
이태 보태평(역대임금의 학문과 덕망을 기린 음악)..신관례 연주가 들립니다. 'ㄱ'자 모양의 돌 16개의 편 경 소리가 듣기 좋아요.
초헌관이 술을 따르기 위해 들어옵니다.
초헌례, 신께 첫 술잔을 올리게 되는데 이때 바깥에서는 보태평이 연주가 되고....축문을 읽게 됩니다. 모든 참가자는 숭덕을 추앙하며 예를 고하는데....일반인들도 따라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두 번째 술을 바치는 것은 아헌래.
이때는 정대업을 연주하고 선왕의 무공을 칭송하는 춤인 무무를 춥니다. 어떤 춤인지 알기만 해도 재미있어요.
제사를 도와주는 제관인데. 대축, 우전, 내봉, 외봉, 집준, 감제까지 각실마다 총 5분이 수고하십니다.
내년엔 저도 이걸 한번 해봐야겠어요.
한지로 꽁꽁 묵은 제기를 풀고 있어요. 술통뚜껑도 화려합니다.
술잔을 따를 때마다 제례악이 울려퍼집니다.
향이 피워지고...엄숙합니다.
임금님의 무공을 칭송하는 무무. 그래서 춤이 와일드하지요.
신과 교감하는 춤과 음악.
마지막 종헌례
이렇게 인계를 합니다.
다시 신을 향한 음악
대금 소리가 듣고 좋아요.
한국판 오케스트라.
마지막 음복례를 위해 왕이 다가옵니다.
임금님의 면복에 별 5개가 새겨진 것이 특이합니다.
제례를 끝내며
제사의 촛불을 끄고 구복배위. 이때 관람객들도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관들이 퇴장합니다.
담장에서 본 영녕전 1시부터 시작한 제향은 3시에 끝났어요. 이제 메인 제사인 정전제향이 남았지요. 하도 먼지를 많이 마셔 목이 컬컬합니다. 뜨거운 차 한잔이 간절합니다.
정전 뒤쪽은 이렇게 예쁜 숲이 있어요.
정전제향. 동문 입구는 이렇게 군졸들이 지키고 있어요.
4시30분 부터지만 4시부터 사람이 꽉 찼어요. 그런데 늦게 오셔도 좋은 것이 5시쯤 오면 관람객들이 반은 빠져 나가서 여유있게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2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람만 입장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큼직한 박석
vip인사들 소개. 처음엔 이 자리가 꽉 찼어요. 끝날때 쯤이면 2/3가 비워 있어요.그럴바에야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악사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들어옵니다.
고종실. 제 아버지가 저 안쪽에서 술을 바치고 계시지요. 고종임금과 명성왕후깨
제 아버지셔요.
종묘제례악~
1시간 30분쯤 지나니까 귀빈석 자리가 텅~~ 종묘제례는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시는 제향으로서 국가의 안녕과 평안함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입니다.
만약 300년 전에 관리들이 제례를 올리다가 바쁘다고 자리를 비우거나 딴짓을 한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내 뒤에 계시는 할아버지는 벌써 십 수년째 종묘제례를 위해 지방에서 왔다고 하는데 배례를 할 때도 함께 하고 온몸으로 제례에 동참하더군요. 이런 분들이 VIP 단상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복례
술을 마시면서 조상의 복이 후손에게도 널리 퍼지길~~
마지막 구복례
* 종묘제례는 매년 첫째주 일요일 거행됩니다. 11:30~12:30 어가행렬 13:00~15:30 영녕전 제향 16:30~18:30 정전 제향
*만약 한 곳만 보겠다면 16:30 정전제향을 보셔요.
우리들의 음복은 가까운 광장시장에서 빈대떡과 막걸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마약김밥을 추천합니다.
|
|
첫댓글 가보고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못가서 아쉬웠는데 덕분에 현장사진을 통해 간접체험하고 갑니다.
아름답고 근엄한 우리 문화에 숙연해 집니다!!
여름처럼 더운 날 고생 많으셨네요.
아버님이 참여하셔서 더 현실감이 있습니다^^
저도 작년 가을 제례에 갔었는데
춤과 음악 등이 넘 낯설어서 힘들더군요.
그런데 그 진지한 순간 담장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종묘 공원에서 노상 죽치고 있는 '우익' 할배들의 강연?이었죠.
순간, 저사람들 때문에라도 종묘에 계신 조상님들이 평안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속상하고 화가 나더군요.
더욱이 그 시간에 제례가 봉행되는 것도 알았을텐데 말이에요.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장말 진지하게 봤습니다. 실로 콕 집어 하신 말씀 (두 컷의 사진 )과 합께 정곡을
찔러 가슴이 시원하더라구요.
종묘제에 대한 상식도 조금 알게되고 엄숙한 아버님의 모습을 뵈니 존경스럽습니다.
그 연세에 열정이 대단 하십니다.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정말 공부 잘 하고 갑니다.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버님과 함께하신 시간이셔서 뿌듯하셨겠습니다.
옛날 그땐 오후12시 넘어부터 새벽4시경까지 했다던데...
한밤중이 아니더라도 해지고 임금님이 지나시는 길에 촛불켜고 엄숙하게
관복이랑 관모에 달린 옥이 찰랑대며 밤바람을 가르는것을 재현해봐도 좋지않을까요?
우리의 국가적인 전통의식을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사진 경건한 마음으로 잘 보았습니다.
대장님 아버님께서 참여하셔서 더 실감나게 보았습니다.
지방에서 오셨다는 할아버님을 뵈니 참 존경스럽습니다.
귀빈석 빈 자리가 우리의 현실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는 시민들이 많이 계셔서 마음 든든하기도 합니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저도 대장님과 같아요.
태조 이성계대왕의 23대손입니다.
전주대제는 참석했는데 종묘대제도 꼭 참석할 예정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2번 참석 해서 끝까지 보았는데 통제구역이 많고 많은 사람 틈 바구니에서 보려니 나중에는 힘이 들어 빨리 끝나기를 바라게 되드군요
2번 가 보았지만 이렇게 잘 보기는 처음입니다
정말 감사하고 내 주변 지인에게 전달 하렵니다
귀빈석을 대국민 공모를 했으면 좋겠네요.
꼭 오고싶은 사람,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리 할 수 있게.
경복궁을 주말에 보고 왔는데 그 여운이 이 사진을 보며 되살아나네요,,,우리나라 궁은 외국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근엄하면서도 절제된 미학이 느껴져요
그냥 숨을 죽이고 끝까지 보았습니다.
내년에는 꼭 종묘대재에 꼭 참석해 볼려고 빨간 유성펜으로 메모해 두었습니다.
대장님! 쌩큐요!!!
덕분에 뙤약볕을 피해 귀한것을 보았습니다
대장님 아버님도 참석하셨다니 대장님댁 가문의 영광 같이 느껴집니다
촬영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장님 전주 이씨셨군요.
우리 시댁에도 종묘제례에 집안 어른들이 참석을 하시는데....
집안이 일년에 한번씩 관광을 가도 왕릉참배로 떠나구요.
사진 보면서 이번엔 누가 참석 하셨을까? 하고 살폈습니다.
자세한 설명과 사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버님과 많이 닮으셨네요...사진으로라도 볼수 있어 감사한 마음 입니다..늘~건강 하세요~~~^^
이번에 못 갔는데, 사진과 설명 감사합니다~유현영님 말씀처럼 귀빈석에 꼭 있고 싶은 사람만 대국민 공모하는 거, 찬성입니다. ^^
이번 기회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귀한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생생하게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종묘제례는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 5월이 빠졌습니다.ㅎ
잘보았습니다. 3시에 가서 답사후 정전제례 보다가 다리아아파 철수,,, 내년부턴 좀 일찍가서 자리차지 해야할듯....
종묘의 모습과 종묘 제례악에 대한 생생한 모습들 잘 보았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아주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되셨네요
역시 왕손(이씨) 집안은 뭔가 달라요~ㅎㅎ
종묘제례를 한번쯤은 봐야겠다는 생각 했는데 가봤어도 이보다 더 자세한 설명은 없었겠지요
대장님 수고 하셨고 감사 합니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40년전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따라 참여했던기억이 납니다...
그땐 전주이씨만 참여를 할수 있었던거같은데...
훌륭하신 아버님이 아직 생존해 계시니 부럽습니다
사진 감사하게 잘 보고 갑니다
지난 겨울 우연히 종묘 구경을 했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그때 본 기억이 나고 아직까지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우리 후대가 참관할수 있고 구경할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