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배 타고 시간여행, 속초 아바이마을
속초 중앙시장에서 바다쪽으로 나가면 청호동이 나온다. 우리나라 유일의 실향민 집단거주지이며 일명 ‘아바이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육로를 통해 내려온 실향민들은 먼저 터를 잡았고 흥남철수때 부산으로 내려간 분들은 훗날 고향이 가까운 이곳 속초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고향사람들이 많은 곳이 심적으로 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연줄 연줄을 통해 함경도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 아바이 마을이다. 현대사가 빚어낸 아픔의 마을로 봐야한다.
이렇게 속초리 작은 마을에 실향민이 몰려들면서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었고 설악산 관광 붐이 일면서 시로 승격까지 되었다. 1960년대 당시 속초 인구의 70%가 실향민이었으니 속초야말로 분단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들의 생업은 고기잡이. 농사지을 땅이 없으니 유일한 선택은 배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가 되는 것이었다. 당시 속초는 부산 다음으로 어획고가 많았다고 한다. ‘물 반, 고기 반’은 곧 일자리를 의미했다. 가장의 몸만 혹사하면 가족들 입에 풀칠하는데 걱정이 없었다.
피난 당시 타고온 창이배. 1950년대 무동력 돛단배로 동력선이 있기 전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고기잡이배로 사용했다고 한다. 피난 내려와 집이 없으니 이 배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목돈이 모이면 이곳 청호동에 판자집에 들어가 살았다고한다.
유일한 기쁨은 함흥의 고향음식. 그래서 청호동에서는 함흥냉면과 가자미식혜, 아바이순대를 파는 식당이 많다.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가 운항된다. 갯배란 청호동 아바이마을주민들이 속초시내로 다닐 때 좁은 바다를 건너다니던 배로 사람이 쇠줄을 이용해 움직인다. 갯배는 쉴새 없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고, 행상 나갈 할머니도 난간에 손을 잡고 있다. 매일 갯배에 몸을싣고 쇠줄을 잡아당기면서 실향민들은 고향 함흥으로 갈 배에 올라탈 꿈을 꾸고 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요 배경이 됐기에 갯배는 더욱 유명해졌다. 태석(원빈)이 돈에 팔려가려는 은서를 데리고 달아나는 장면을 찍은곳이 이곳 청호동이었다. 드라마 때문에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 몸살을 앓더니 지금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동남아 한류 진출의 신호탄은 가을동화였다.
실향민들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과 버팀목은 ‘통일이 되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다.’
그러나 1세대들은 가족을 못 만났고 결국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눈을 감았다.
이곳에 오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백두대간이 가장 아름답게 빚어놓은 설악산이 있고, 동해바다가 일출을 그려내고 그림 같은 호수가 있어 속초에 오면 늘 가슴이 설렌다. 이런 외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속초를 그리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실향민의 만들어낸 눈물과 한숨 소리까지도 속초땅에 절절히 묻어 있기 때문에 속초가 사랑스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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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북쪽 속초 아바이 마을. 어서 소원풀리고 기차타고 원산 함흥 올라가면 좋겠습니다...유럽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