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 : (봉화) <봉화역>/<춘양역>/<현동역>
1. <봉화역>은 봉화의 중심이다. 역에서 조금 이동하면 군청과 시장이 나오고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이 모여있다. 또한 봉화역은 봉화의 중심을 흐르는 하천길을 따라 걷는 코스가 이어지고, 군청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오래된 고택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다양한 볼거리가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봉화역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역 바로 옆에 있는 ‘한식부페’였다. 9000원의 가격에 깔끔하면서도 질이 높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막상 역에 내리면 좋은 식당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봉화역은 여행객에게 기분좋은 선택지 하나를 제공해준다.
2. <춘양역>은 ‘억지춘양’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억지춘양’인지, ‘억지춘향’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말이라 한다. 역 내부에는 이 지역의 명물인 ‘춘양목’이 전시되어 있다. 육송과 해송의 자연교배종인 ‘춘양목’은 질이 좋은 목재로 여기에서 전국으로 이송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춘양역 가까이에는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라는 특수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학교 주변에는 실습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춘양은 자연도 아름답고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가 정감을 주는 곳이다. 더구나 여기에는 멋진 ‘돌로 만든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역에서 조금 이동하면 듬직한 체구의 불상이 절집 안에 모셔져 있다. 일반적인 석불보다도 훨씬 뚱뚱한 체구의 불상은 오히려 인간적인 분위기를 주는 모습이다. 산림고등학교 안에도 두 개의 탑이 서있다. 탑신에 어떤 장식도 없이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형태의 디자인은 담백함 그 자체를 주고 있었다. 산이 깊은 춘양의 ‘산림고등하교’ 안에 힘있게 서있는 쌍탑의 모습은 조금은 특별한 위치적 인상 때문에 찾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산과 나무 그리고 돌의 조화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3. 조금 무리해서 <현동역>으로 이동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역사의 모습은 동화 속 한 장면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역 앞에는 아무 것도 없다. 어둠의 진행 속에서 산과 물은 짙은 밤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고 모든 것이 정지된 채 개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역사 안은 시간타이머로 조정되는 관계로 불로 켤 수 없었고 그냥 멍하니 어둠 속에 머물렀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기다리는 기차는 약간의 긴장감도 주었다. 만약 열차가 연착되면 자칫 원주로 가는 연결열차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의 피로와 어둠의 정적이 고독한 여행자의 감정을 조금은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열차가 언제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그 어둠을 받아들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의 전등이 꺼졌고, 열차는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지만 열차는 결국 왔다. 어둠 속에 나타난 구원의 시간(?)이다. 과장된 표현이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순간적인 어둠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봉화 세 역을 돌아보았다. 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정서와 느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언제 다시 현동역을 낮부터 편안하게 걷고 싶다.
첫댓글 - 궁궐에서 사용하는 금강송이 자라나던 곳, 춘양목으로 알려져 일제의 착취가 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걸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