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겨울 추위에 움츠렸던 사람들에게 가슴이 셀레는 말이다.
도시락을 싸려니 남은 밥도 없고, 빵이라도 사먹을 생각으로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
전철에 마주 앉은 두 남녀가 수상했다. 여자 애의 차림이 왜소한 아가씨 같기도 하고, 몇번을 고개를 갸웃거려도 어쩌면 사내의 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미간과 눈썹이 사내를 닮았다.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 애 둘의 모습이 천진난만스럽다. 오늘따라 젊은이들이 유독 눈에 들어올까?
옮겨탄 버스기사는 승객이 없어도 차문을 열었다. 느릿한말 말투로 "내리세요~" "출발할게~요"를 연발했다. 듣기에 정겹고 구수하다. 직업을 즐긴다기 보다는 애정이 있다고 보아야겠다.
바람은 아직도 겨울편에 서있다. 바다의 찬공기를 휘감아 마주치는 냉기가 얼굴을 움츠리게 만든다.
몇년만에 다시온 해안 트래킹코스는 지난해 태풍으로 시설이 많이 훼손되었다. 그래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툭트인다.
위험구간을 지나니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글귀를 읽고 나온 것일까?
그래도 아직은 봄기운은 나지않고, 먼 바다위에 떠있는 큰배들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시간맞추어 온 것도 아닌데 영도다리를 들고 있다. 나더러 잠시 머물러 감을 권하는 것만 같았다.
영도다리는 오후 2시부터 15분간을 드는데, 그틈에 큰배들이 다리밑을 지나간다.
바람이 차니 지루했다. 그런데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철의 해운대 연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 문성재의 부산갈매기 등이다.
그것도 볼거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거쳐오는 자갈치시장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경제현실에 서로가 생활의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양다경(建陽多慶),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앙지에서 많은 축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나의 봄은 얼마나 남았을까? 가끔은 세상의 시계가 잠시 멈추고, 내시간만 흘러 내가 죽고나면 세상의 시계가 다시 움직였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나만의 심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