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소리만으로 푸근해지는 음식이 있다. 따듯하게 때로는 차갑게, 늦은 겨울밤 출출할 때, 마을에 잔치가 열리면 가장 먼저 장만하던 음식. 여럿이 먹을 때 더 맛있는 음식, 국수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으며 국수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자.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602@naeil.com 도움말 양주영 교사(서울 오산고등학교)
참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백석 평전> <아름다운 우리 향토 음식>
이 시는… 평범한 사람끼리 주고받는 위로와 교감을 시인이의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시에서 평상은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로 따뜻한 위로를 나누며 닫힌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자, 사람들이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치는 수평적 공간. 평상에 모여 앉은 이들은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게’ ‘쯧쯧쯧쯧’ 혀를 차며 공감한다. 이 시에서 국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을 정으로 이어주고 감싸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 시는… 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마을이 들뜨던 고향에서의 겨울밤 추억과 국수의 수수한 맛을 닮은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심성, 국수와 함께 면면히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공동체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제가 우리말 사용을 금하고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시기에 백석은 고향의 음식을 고향의 방언으로 노래해 민족의 정신적 가치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안도현은 <백석 평전>에서 백석은 눈을 시의 전면에 내세
우기보다 풍경의 배경으로 자주 활용한다고 말한다. ‘적경’ ‘탕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에서도 눈의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눈으로 삶의 고달픔을 표현한 게 아니라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 눈 때문에 환하게 빛나는 효과를 얻어냈다는 것.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