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비하여 올해는 들깨를 많이 심었습니다.
고추농사를 접고 보니 빈 밭에 적당한 작물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더구나, 콩 논 550평 중 100평 정도가 빈 논이 되었어요. 콩 농사 이야기는 따로 하겠거니와, 일단은 제초제 과다로만 알아주십시오. 그리하여 얼추 150평 빈 논밭에다 들깨를 심게 되었지 뭡니까.
가능한 한 포기 간격을 벌려야 좋다는 얘긴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그걸 지키기가 쉽지 않아요. 모종을 심어본들 온통 허전해 보여서, 무성하여 빽빽할 때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삐뚤빼뚤 이식하다보면 어느새 좁아지곤 하였지요. 이랑도 넓게하여 관리기로 잡초를 갈아엎을 겸 북돋울 요량이었지요. 그런데 그럴 수 없었던 것이, 잡초 제거하려다가 들깨 싹 조지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초제 한 번 뿌리고 말았더니, 억세진 들깨에 잡초가 힘을 못 폈지요. 비료는 약하게 딱 한 번 줬구만요.
봄부터 집사람 공사가 다망하였지요.
병원을 들락날락하다보니 어느덧 들깨 벨 시기가 아차! 늦은 성싶었지만, 그건 아니었지요. 또록또록 실 하디 실한 들깨지 뭡니까. 더구나, 검은 들깨가 대부분이고 보니 더 좋았지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검은 머리가 젊어 보이고, 검은 콩이 비싸듯이요.
설 익어 시퍼런 들깨를 터는 이웃이 있더라고요. 귀가 얇은 우리는 그게 맞는가 싶어 조바심을 내기도 했어요. 하마터면 또 초보티를 팍팍 낼 뻔했지 뭡니까.
퍼담아 보니 여덟말 정도 되더군요. 논 들깨는 가지가 떡떡 벌어 수확량이 많았지요. 콩 포기 사이에 심어진 들깨라, 노린재 약 두어 번에 병해가 없기도 했고요. 그 여린 깻잎절임은 정말 맛있습니다. 청양고추 매콤한 된장국 말아 깻잎 한 장 올려 보십시다. 약간은 깔끄러운 느낌과 박하향 닮은 알싸한 그 맛에 밥 한 그릇 뚝딱이지요. 돈으로 환산하면 참으로 빈약합니다. 6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들기름을 짜서 어찌해 보기로 집사람과 입을 맞췄습니다. 후유~ 그래봤자 이빨 한 대 값에도 못 미치니까 쓴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1년 쎄빠진 들깨로 이빨 한 개도 몬 박을따."
"꼭 그 케야 속 시원나?"
"그건 아이고……."
나도 모르게 이빨 공사 중인 집사람 속을 슬쩍 긁다가 꼬리를 내립니다.
그런들 또 어쩌겠는지요. 순리대로 살 수밖에요.
들깨 좋다는 건 맛으로 알게 되었네요. 나물무침에 한 숟갈, 부침개 번철에 휙 두른 그 고소한 맛은 시골스러워 참 좋습니다. 꼴부리 국에 들깨가루 한 숟갈 푹 떠넣은 그 맛은 또 어떻고요. 가꾸고 거두는 즐거움, 먹고 나누는 행복을 어찌 돈으로 가늠할 수 있겠는지요. 이 모든 시름과 낭만을 허드레 들깨 날리듯 선풍기 바람에 실어 날립니다. 훠이~


첫댓글 참, 눈썰미도 없습니다. 우리 집 전화번호를 까먹을 때도 있거든요. 번개처럼 지나가는 세상이라, 문자질을 해대는 요즘이다 보니 양 작가님을 지나쳤네요. 죄송합니데이~
참 꼬시~한 들개 농사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육지 농사ㅏ 바다 농사나 손많이 가고 힘들기는 매한가집니다.
근데 저는 들깨 가리는 묵는데, 그것도 쑥국에만 넣고요.
들기름은 못묵습니다. ㅎㅎㅎㅎ 그리 몸에 좋다는데....
해연 님은 생선만 잡숴도 거뜬하실 겁니다. 건강하십시오.
수고하십니다 1년 농사로 이빨 한대 이야기 하시니 참으로 서글픕니다
이빨 값 좀 내릴 때도 됐는데 말입니다. 비싸도 해 박을 수 있으니 요즘 세상이 좋긴 합니다만......
우째 농사 짓는기 영 엉---성해가 꼭 시내 외출나온 군인 아재구마.ㅋㅋㅋ큰 수노기는 농사꾼 갓구마는 큰 수노기님 잘 지내시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