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목에 피부병이 생겼습니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눈에 가장 잘 띄지 않는 부위에서 처음 시작된 것 같습니다
한동안 발견하지 못하다가 11월 되어서 목의 피부가 이상하다는걸 알았습니다
저는 화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목을 뜨거운 것에 데일 만한 일이 있었거든요
아무튼 처음에 가볍게 데었다가 머리카락에 덮여있기 때문에 잘 안낫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알아서 이 약 저 약 바르면서 두달을 버텼습니다
두달이 지나도록 이상하리만큼 끈질기게 낫지를 않고 계속 빨갛게 열이 나면서 조금씩 번져서
나중엔 목의 상당 부분을 뒤덮을 정도로 면적이 넓어졌지만
시간이 아까워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목 말고도 안좋은 부위가 있어서 이미 병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대사님께도 여쭈어보지 않았습니다
귀찮으실까봐 웬만한건 다 그냥 넘어가고 어머니 문제라든가, 아니면 기절할 정도로 아파야 겨우 전화를 드리는 편이기 때문에..-_-;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됩니다
1월 초에 학원 수업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왔는데, 방 열쇠를 잃어버렸습니다
미소님 방에서 하루 자게 되었는데 미소님이 제 목을 보더니 너무 놀라 가지고 병원에 가라고 반복해서 말하더군요
저는 처음에는 시간 아깝다고 안간다고 버티다가 나중엔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그냥 알았어~알았어~ 이러면서 속으로는
'아 귀찮은데 그냥 안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에 갈 것 같은 기미가 도저히 안보이자 걱정이 된 미소님이 대사님께 전화를 드려서
제 증상에 대해 대신 물어보았나 봅니다
대사님께서 목에 생긴 병은 화상이 아니니까 병원에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다음날 피부과에 갔고 '건선(피부병의 하나)일 수도 있다'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도 조직검사 하기 전엔 정확히 모르니까 일단 약을 바르라고 연고를 처방해주었습니다
독한 병원 약을 발랐더니 도저히 낫지 않던 환부가 3일만에 눈에 띄게 가라앉고 호전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생겼습니다
목이 좋아지자마자 목에 있던 피부병이 갑자기 무릎 뒤에서 발병했습니다
등허리에서도 발병했고요
다음날은 양쪽 골반, 그 다음날은 양쪽 팔꿈치, 또 그다음 날은 양쪽 귀의 피부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특히 귀에서 발병하기 전에는 귀에 한동안 계속 열이 났었습니다
마침내 머리와 눈에서도 열이 나기 시작했고요
다급해진 저는 요 며칠 사이에 (좀 과장해서..) 지난 2년간 제가 대사님께 드렸던 문자와 전화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횟수의 문자 및 전화 연락을 드렸고
'대사님 이거 먹어도 피부에 지장이 없을까요, 대사님 제가 왜 이런 병에 걸렸나요,
징기스칸이 유럽 대륙 휩쓰는 속도로 피부병이 전신에 번지고 있어요,
병균이 온몸에 퍼진 거 맞나요, 혹시 눈에 발병해서 실명할 수도 있나요, 뇌에도 들어가나요, 뼈에도 들어가나요,
서울의 큰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학원 다니며 공부를 계속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등등 병에 관한 온갖 질문과 하소연을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째 전화를 받아주시던 대사님께서 통화 도중 갑자기 조용해지시더니
이제 내일부터 좀 좋아질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피부병 주는 악신을 뺐다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하신건지 좀 얼떨떨했습니다. 그럼 지금 아주 크게 도와주신게 아니냐고 하니까
도와주긴 뭘 도와주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음..터프가이-_-;최민수씨 같은 대답
대사님은 피부병은 잘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60%정도 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피부병 치료가 안되는 이유는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미용 관련 질병이기 때문에,
그리고 기타 등등의 이유..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얼떨결에 큰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하늘에서 허락하지 않은 치료였습니다
아마 얼굴까지 싹 덮일 정도의 심한 피부병으로 예정 되어있었는데..맨날 전화 드려서 징징거리고 있으니까
불쌍하고 안돼서 그냥 병을 빼주신 것 같습니다
돈을 안드린 것만해도 그러한데 하늘에서 허락 안한 치료였다는 말씀을 듣고 어찌나 죄송하던지..
어떤 병이든..작고 사소한 질병이라도 돈내고 치료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부과 가서 의사에게 환부 한번 쓱~보여주고 처방전 타고서도 돈을 냈는데
의사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멀리, 정확히..병해 대해 진단하고 치료해주시기 때문에
병원치료보다 비싼 것이 당연하고요
무료로 + 금지된 치료를 해주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도와주었다는 것을 일절 생색내려 하시지도 않고, 치료비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으셨지만
이번 치료는 저에겐 무료가 아니고 외상입니다...나중에 돈벌어서 갚겠습니다
공무원 되면 1년 이내에 대출 내어서 갚고 공무원이 못되면 푼돈 모아서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갚겠습니다...-_-;
게시판에 이렇게 금전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게 무례한 일인 것 같아 고민이 되었지만..
이번 병만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을 겨울에 꾸었던 꿈에서
'니 병은 12월 넘기면 너무 심각해서 견적이 안나온다 어떻게 좀 해봐라...'이런 메시지를 받았는데도..
그걸 다 무시하고 병을 키우고, 제 공부 한다고 카페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바쁜 대사님께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드려서 어떨결에 치료까지 받고
참..어른답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죠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니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피부병 현재 상태는.. 머리에 열은 좀 오락가락 하는 편이고
몸에 번진 부위는 옅은 갈색으로 더이상 심해지지 않고 진행을 멈추었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조직 검사 받는 걸로 병원 예약했습니다
혹시라도 머리와 얼굴에 문제가 생길까봐 바로 약을 처방 받고 싶었지만, 육안으로 봤을때 병이 별로 심하지 않아서
제대로 검사하기 전엔 약을 처방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일단 여기에서 멈춘 것만해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병원 치료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근데 글을 읽는 분들은 왜 하늘에서 저의 이번 병에 대해 치료를 허락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실 것 같네요
그 이유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사님 아무튼..감사합니다. 늘 신세를 지는데 언제쯤 저도 대사님 인생에 도움이 되어 볼지..
허락 안받고 치료를 하셔서 어디 아픈 데 없으신지요-_-; 아파도 말씀을 안하실것 같지만요..
첫댓글 저는 별탈없으니 걱정 마시고 열공하셔야죠 지금도 까페에 계시네요 어서 공부나 하세요ㅎㅎ
삼천리 금수강산 쉬어간들 어떠하리..~화란춘성 만화방창..~ 대사님 너무 그렇게 공부 공부 하면서 삶을 팍팍하게 살지 마세요^ㅇ^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고요 잘 달리던 자동차가 펑크날수도 있고 가다가 네비게이션 고장나서 옆길로 샐수도 있고 그러다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금발의 미녀가 태워줄 수도 있고 하여간 한치 앞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 김국환씨가 타타타에서 그랬잖아요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_-; 오늘 공부 날려 먹었어요 학원 가던 길에 발을 접질러서 병원에 가서 깁스했거든요. 공부를 보름째 날려먹고 있어요 그런데도 화가 안나요ㅋㅋ
이제 쉬었으니 조금 달려 봐야죠 명절 지나서 열공 하셔야 되요 ㅎㅎ지중해님 때문에 넘 웃었더니 배가 아파요 넘 귀여워요 ㅎㅎ
대사님 공부하기가 너무너무 싫어요(-o-;) 공부 지겨워요 교재는 다섯권 모두 천페이지가 훨씬 넘고요 하고싶은거 먹고싶은거 만나고싶은 사람..다 꾹꾹 참으면서 2년넘게 지내는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깁스 풀고나면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깁스 풀때까지 시간이 엄청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어요 깁스하고 나니까 공부를 안해도 죄책감이 안들고 마음이 편안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