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코요태 로드매니저 24시 따라잡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열린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로 예정된 경포대 공연을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가수 원티드와 동방신기의 차량이 20분 간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결과 원티드의 서재호가 사망했고 다른 이들 역시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원인은 로드매니저의 졸음운전으로 파악되고 있다.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는 스타의 뒤에는 매니저들이 있다. 바쁜 스케줄에 맞춰 스타의 발이 되어주는 로드매니저는 늘 피로를 몸에 달고 살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졸음운전은 비난이 아닌 안타까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로드매니저들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인기가수 코요태의 일일 로드매니저가 되어 이들의 삶을 따라가봤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학동 소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코요태의 로드매니저 박호진씨를 만났다. 이날은 코요태가 KBS <뮤직뱅크>를 통해 6집 활동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날. 하루 동안 코요태의 로드매니저로 뛰게 된 기자는 박씨와 함께 일과를 시작했다.
멤버들을 차에 태우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먼저 도착한 곳은 청담동 소재 신지의 집. 12시20분에 만나기로 한 약속에 맞춰 밴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금세 신지가 나왔다. 다음은 김종민. 김종민의 경우 집까지 데리러 가지 않고 매번 만나는 장소인 압구정동 소재의 한 미용실 앞에서 만난다. 집이 일산인 빽가(본명 백성현)는 혼자서 방송국으로 오기로 약속돼 있다.
문제는 1시부터 시작되는 드라이 리허설(음향 상태를 점검하는 리허설)에 맞춰 KBS에 도착하는 것. 다행히 코요태는 이날 방송의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1시40분 정도까지만 도착하면 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드매니저는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한다. 그렇게 KBS에 도착한 시간이 1시20분. 이제부터 정신없이 바빠진다.
먼저 할 일은 리허설 준비. 로드매니저는 빽가와 댄스팀이 도착했는지의 여부를 체크한 뒤 멤버들의 준비 상태를 챙겨야 한다. 드라이 리허설의 경우 무대의상을 갖추고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와 순서만을 신경쓰면 된다. 다음은 점심 준비. 이미 차량 이동중에 주문한 도시락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계산을 끝낸 뒤 멤버들이 리허설중인 무대 뒤로 뛰어가 리허설을 지켜본다.
리허설을 간단히 마친 뒤 대기실에서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로드매니저는 캔 커피를 뽑아 김종민과 함께 KBS 홀 현관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같이 피우는 것으로 점심 식사를 마무리한다.
드라이 리허설이 끝나면 5시 카메라 리허설까지는 쉬는 시간. 멤버들이 쉬는 시간이라고 로드매니저도 쉬는 것은 아니다. 우선 코요태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박성진 실장과 함께 스케줄 관련 회의를 갖는다. 박 실장은 이날 예정된 두 건의 인터뷰에 대한 설명으로 간단한 회의를 끝마친다.
회의가 끝난 뒤 박 실장과 함께 방송국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음향팀과 카메라팀 등 방송 스태프들에게 돌릴 음료수를 사기 위해 나온 것. 매번 방송 때마다 매니저들이 돌아가면서 이들에게 음료수를 사다 주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례. 이날은 마지막 무대라는 이유로 코요태 측이 이를 자원했다. 캔 음료수 30여 개와 테이크아웃 커피 12개를 사와 방송국 이곳저곳의 스태프들에게 돌리는 것으로 우선의 일정은 마무리 된다.
3시30분경이 되어서야 로드매니저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틈을 타 기자와 함께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온 박씨는 “가장 한가한 스케줄일 때 오셔서 아쉽다”면서 “앨범 활동 초기에는 하루에 10개의 스케줄을 뛰는 경우도 있을 만큼 바쁜데 오늘은 스케줄이 하나뿐이라 쉬는 날이나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앨범을 발표한 뒤 한 달 정도의 PR 기간이 가장 피를 말리는 때다. 이 기간 동안 새 노래가 일반인들의 귀에 익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 노래를 들려줘야 한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도 정신없겠지만 스케줄에 맞춰 이들을 여기저기로 데리고 다녀야 하는 로드매니저 역시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앨범 활동 막바지라고 해서 코요태가 마냥 한가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박씨의 스케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월요일에는 같은 소속사의 엄정화와 함께 부산에 다녀왔고 화요일에는 코요태와 함께 다시 부산을 찾았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경포대, 목요일에는 대구를 다녀온 뒤 금요일은 서울에서 <뮤직뱅크>에 출연한 것. 하루 정도 쉬는 날이 되는 셈. 그리고 토요일에는 다시 대구에서 열리는 ‘팅 콘서트’에 출연하고 일요일에는 에 출연한다.
“원티드, 동방신기와 함께 부산 공연에 참석했었다. 그리고 다음날 모두 경포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안타깝게 사고가 났다”는 박씨는 “이번 사건 때문에 매니저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누구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박성진 실장까지 가세했다. 박 실장은 “우리도 어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체험담을 들려줬다.
전날 대구를 다녀오던 코요태의 밴 차량은 앞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이를 피하려고 급차선 변경을 하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너무 급히 차선을 변경하느라 한쪽 타이어가 공중에 붕 떴을 정도였다고.
“당시 옆 차선에 차가 있었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박 실장은 “고속도로라는 게 원래 위험 요소가 많다. 어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얘기한다.
시애틀에서 열리는 공연과 관련해 멤버들의 홍보용 인터뷰가 시작됐고 김종민을 단독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잡지사 기자들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관련 업무는 스케줄을 담당하는 박 실장의 몫.
이 와중에 박씨는 SBS로부터 중국 공연 때문에 멤버들의 여권과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전화해 여권을 퀵 서비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왼손에 든 휴대폰으로는 사무실에, 또 다른 휴대폰으론 SBS와 통화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 휴대폰을 두 개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은 모든 매니저의 공통된 특성. 그만큼 걸려오는 전화도 많다.
4시 반이 지나면서 카메라 리허설 준비가 시작된다. 멤버들은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코디네이터가 바빠진다. 이런 준비 과정 전체를 챙기는 것 역시 로드매니저의 역할이다.
방송 마지막 순서인 까닭에 이들의 무대가 끝난 시간은 8시경. 귀가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코요태의 밴 차량 주변에는 30여 명의 팬들이 모여 있었다. 팬들의 사랑은 큰 힘이지만 로드매니저는 이들을 적당히 통제해야 한다. 팬들과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멤버들이 밴 차량에 탑승한다. 일산이 집인 빽가를 먼저 중간에 내려주고 김종민은 처음 만났던 압구정동에서 헤어진다. 그리고 신지를 청담동 집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로드매니저 박씨의 하루 일과는 모두 마무리됐다.
박씨와 하루를 보낸 뒤 헤어지는 게 섭섭해서 소주 한잔 하자는 기자의 제안에 박씨가 정중히 거절한다. 다음날 대구까지 오가는 길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박씨와 헤어진 뒤 압구정동의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걸어 나왔다. 밤마다 접하게 되는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며 이날만큼은 이 전구들보다 그 뒤에서 전류를 공급해주고 있는 전선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코요태 하루 스케줄 오전 11시로드매니저 박호진씨와 만남 KBS <뮤직뱅크> 현장으로 오후 12시20분 신지 김종민 픽업 1시20분 KBS 드라이리허설 도착, 스케줄 관련 회의 3시30분 휴식도 잠깐, 잡다한 심부름·여권문제 해결 4시30분 카메라리허설 시작 8시 방송 종료. 몰려드는 팬 통제, 신지 김종민 빽가 집으로 그림설명 [1]: (위)여의도 도착. 시간에 쫓겨 과속하기 일쑤다.(아래)음료수 심부름 같은 일도 로드매니저의 몫.
그림설명 [2]: (위)드디어 코요태의 무대. (아래)만약을 위해 팬들에게서도 눈을 뗄 수 없다.
(신민섭 ksimany@ilyo.co.kr) |